마지막으로 리뷰를 쓴 것이 꽤 지난 듯 한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글을 써보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 일은 꾸준히 하는 것인데, 요 최근의 내 모습은 언제나 머리가 복잡하고, 심정적으로 힘이 드는 것이다. 그간 새로 받은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간략하게라도 정리하지 않으면 내용도 잊어버릴 것이고, 글도 점점 쓰기 싫어질까봐 애를 써보기로 했다.
서점운영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은퇴하면, 또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점에는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작은 서점과 선술집인데, 둘 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실성은 없다. 서점의 경우에는 자본도 그렇고, 책이 팔리지 않는 세태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전문성의 결여가 큰 문제가 된다. 물론 일이란게 어찌어찌하면 다 배워서 하게 마련이지만, 헌책방의 경우라면 특히 고서적에 대한 지식과 가격을 책정하는 솜씨와 안목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별로 없이 우연한 기회에 꿈을 이루어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났다.
'소소책방'은 2013년에 문을 연 헌책방인데, 참고서나 문제집은 취급하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는 살아남아서 돌아가고 있는 작은 서점이다. 돈벌이는 신통치 않은 듯 한데, 이 책이 나오던 2015년에는 운영되고 있고, 회보를 만들어 팔며,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책과 서점경영에서 오는 에피소드를 잘 버무린 말 그대로 소소한 책인데, 왠지 읽으면서 가끔씩 마음이 따뜻해진다.
책을 통해 무엇인가 배우고 삶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배경과 동기,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싣고 있다. 내 입장에서 그리 뚜렷하게 맘에 와 닿았던 이야기는 없었으나 다양한 배경과 성별, 나이, 교육수준, 직업의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는 재미와 함께 나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어떻게 읽고 있는가, 쓰고 있는가를 생각해봤는데, 지역특강이나 계몽활동이 한국의 지자체처럼 높고 활발한 수준이 아니라서 이곳에서는 이들처럼 그대로 해보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른다. 절차탁마가 비단 무술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닐진데, 나는 이 절차탁마의 기회가 참으로 아쉽다. 읽은 것을 나누고 분석해보는 재미, 그리고 그 이상의 인간관계가 아쉽다.
'구데리안'과 한홍구 교수의 '역사와 책임'은 둘을 짝지워 좀더 진지한 글을 써봐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