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연휴로 3일을 내리 쉬면서, 책을 몇 권 읽고 일도 조금 보고, 운동하고, 이렇게 달리 어딜 가지는 않고 보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연과 필연이 겹쳐 그렇게 되었는데, 난 사실 별 불만이 없다. 그래도 이번에는 간만에 부모님이 친척어른들과 함께 Yellow Stone에 관광을 다녀오시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이 대부분 그랬지만, 먹고사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자녀를 부양하면서 정작 당신들은 어디 한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하시고 시간이 지나가버린 걸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기회에 좀더 주기적으로 어딜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원래도 좀 나이가 있었지만, 미스 마플은 이제 늙은 노처녀가 아니라 몸 이곳저곳이 아프고, 보살핌이 필요한 할머니가 되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의 등장인물들 중 나이를 먹었다 젊어졌다 하는건 에르큘 포와로 뿐이고, 나머지는 비교적 linear하게 작품과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젊은 커플로 나와서 1차대전을 전후로 큰 활약을 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부부도 나중에 2차대전 중에 등장하면서는 20대의 자녀를 둔 나이든 부부로 나왔듯이 미스 마플도 이젠 많이 늙은 것을 보면서, 이 작품이 나오던 시절, 작품과 함께 나이를 먹어갔을 사람들이 떠오른다.
추리극 자체는 사실 보통 정도로 재미있었는데, 상당히 unfair한 clue만 주어지기 때문에 전혀 범인이 누군지 감을 잠을 수가 없었다. 의외로 밝혀진 트릭과 범인에는 살짝 이게 뭔가하는 생각도 했는데, 어쩌면 역시 이는 내 집중력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미스 마플이 또 등장하는 날이 있을지, 혹시 포와로처럼 작중에서 또 한면의 beloved character를 떠나보내야 하는 날이 될지. 마틴옹의 작중인물의 학살극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정든 등장인물이 사라지는걸 보는건 전혀 즐겁지 않다.
한림/소화출판에서 나온 일본현대문학대표작 두 권을 읽었다. 이번의 느낌의 큰 줄기는 작중설정과 묘사의 촌스러움이라고 생각된다. 작품의 깊이나 작품성은 논외로 하고, 요즘보다는 비교적 촌스러운 어투와 구성이 눈에 띈다.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에서도 우메자키 하루오의 '사쿠라지마'를 비롯한 단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전후로 한 일본인들의 의식단면과 생활상이 묘사되는데, 작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내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반전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많은 일본작가들이 정작 가해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은 외면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이번에도 조금 떠올렸다. 너무 허황된 소리는 굳이 파악할 필요가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는 일본의 정신세계를 살펴볼 필요가, 한국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런 의미에서 꾹 참고 읽은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노력은 하는데, 역시 줄거리를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엇인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는 내게는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좀더 천천히 읽으면서 줄거리와 그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low reading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