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파라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3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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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의 단편집을 읽고나서 느낀 것을 또다시 느끼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19세기까지의 문학소설은 그 시대적인 이해도 그렇고 테마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친숙함을 느낀다.  고전이 즐비한 18세기의 작품들 역시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나 역사적인 배경에서나, 심지어는 철학적인 면에서조차 익숙하게 들여다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다수의 20세기 작품들을 접하면 이해가 어려워서 당혹스럽기까지 할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러하다.  우선은 '뻬드로 빠라모'의 작가를 너무 모르고, 나아가서 역사적인 지식도 거의 전무하기 때문인지 쟝르적인 이슈는 제쳐두고라도 전혀 작품의 전개를 이해하지 못했고, 책을 다 읽은 후에 들여다본 역자후기에서 비로서 이 책이 어떤 형태로 전개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런 난해함은 그 이전 세기의 작품들, 적어도 내가 접한 것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수준이다.  하다못해 자신의 간질병력의 경험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볼 때에도 이 정도로 길을 잃지는 않았었는데 말이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과는 또다른 느낌의 이상한 이야기 설정과 전개에서 도대체 저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마치 망자의 세계에서 정처없이 헤메이는 등장인물처럼 그렇게 비교적 짧은 이 작품을 돌아다녔다. 

 

요즘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는 '마의 산'이라는 책이 있다.  확실히 두 번째 읽으면서는 조금 더 스토리를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을 느끼는데, 여전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난해하게 느끼는 작품일수록 재독/삼독을 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또한 독서의, 또는 지식을 쌓아가는 하나의 과정, 과정 그 자체로서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에게 또다시 절망을 던져 준 댓가로 작품성이나 어떤 기준에 의거하지 않은 순전한 나의 주관적이고 비뚤어진 평가는 별 세개를 주었다.  이해하지 못한 작품이 훌륭하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테니까 딱 평이한 그 정도를 주는 것이다.  별을 주지 않으면 리뷰 옵션에서 글을 남길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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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3-2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덤속에서 죽은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 책이 이 책인가요? 저도 정말 힘들게 읽었던 기억만 남았을 뿐 ㅠㅠ 남미문학은 정말 복불복인듯 해요. 엄청 난해하거나, 엄청 좋거나 ㅎㅎ

transient-guest 2014-03-22 02:34   좋아요 0 | URL
네. 주인공이 아버지를 찾아서 가는 도시가 사실은 망자들의 도시라는 설정이죠. 난해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