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17일은 St. Patrick's Day로써 아일랜드의 공식적인 주보성인인 성 패트릭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 날은 성 패트릭이 돌아가신 날이라고 합니다. 4세기 무렵 로마가 지배하던 영국 땅에서 태어난 그는 아일랜드 선교로 유명한 카톨릭의 성인이지요. 거의 매 해의 3월 17일은 예수의 고행과 수난을 기리는 40일간의 사순절 시기에 들어가는데, St. Patrick's Day만큼은 사순절에 부과되는 금주/금욕 의무가 하루 동안 임시적으로 멈춰지는 날이기도 하다. 아일랜드를 비롯한 몇 지역에서 국경일로 기념하는 이 날은 세계적으로 아일랜드 이주민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또한 기념되기도 하는데, 보통은 (1) 녹색옷을 입는 것과 (2) 아이리쉬 펍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흥겹게 축제 분위기를 내고 도시에 따라서는 퍼레이드를 하는 것도 볼 수 있어요.
내가 비록 아일랜드 혈통과는 무관하지만 그래도 한 때 마이클 콜린스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리서치를 한 적도 있을만큼 그 나라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던 터라 다운타운 근처에 있는 아이리쉬 펍에서 점심을 겸해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하려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일은 안 하고 다들 펍에 와 있는 것인지 11시 50분이 조금 안 된 시간인데 벌써 발디딜 틈이 없더라구요. 오후 3시가 넘어가면서 동네의 아이리쉬 펍에서는 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자리가 다 차버릴 줄이야. 결국 사무실에서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있는 맥주와 샌드위치를 파는 작은 가게에 앉아서 아이리쉬와는 별로 관련이 없지만 맛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동네의 IPA한 잔과 샌드위치로 서운함을 달랬어요.

그리고 다시 열심히 업무를 보는 중입니다. 내일은 미팅도 꽉 잡혀있고 오늘 도착한 계약서 처리도 해야하고 무척 바쁜 한 주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윗 사람이나 동료 눈치볼 필요없이 이렇게 내 맘대로 잠깐 여유를 갖는 시간이 있어 행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