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간만에 만화를 이것저것 본 김에 살면서 이제까지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들을 모아보고 싶어졌다.  오전의 상담 몇 개를 끝내고, 이번 주중에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을 일을 앞두고 있는데, 살짝 게을러 진 김에, 서재에 와서 놀면서, 그간 책 남기기에 게을렀음을 살짝 반성하고 있다.

 

합본으로 나온 것은 없는데, 아마도 예전에 '반항하지마'라는 한국 제목을 달고 이름을 모조리 한국식 음독으로 번역했던 작품을 '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원제로 풀어낸 듯.  원래 Great Teacher Onizuka라고 나왔던 작품이다.  같은 작가의 이전 작품인 '상남 이인조'의 주인공들 중 하나인 Onizuka Eikichi (이게 아마 영길로 읽히는 듯)가 5류급 대학인 유라시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가 되어 벌이는 학교 모험담.  그 당시 일본의 심각한 문제였던 학원 왕따, 학대, 선생님 습격, 선생님의 범죄나 타락을 주인공의 근기와 깡으로 하나씩 바로잡은 학원 판타지라고 보겠다.  brain빼고는 모든 것을 갖춘 주인공의 활약은, 물론 실제로 가능할 수는 없겠지만, 매우 cool~한 대리만족을 주었었다.  주인공이 실제로 나이를 먹었다면 이제 대략 30대 중반을 넘어섰을 듯.  이건 영문판으로 모두 가지고 있는데, 나중에 세일로 한꺼번에 풀리면 구매를 고려할 것 같다.  드라마로도 나왔었는데, 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약 40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안다. 

 

20세기 소년의 작가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초기작들 중 유명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오는 작품들 중 하나.  지금은 대도숙 공도의 한국 지부장을 맡고 있는 류운 김기태님의 글에서 소개받아 구해본 책.  8-90년대 일본 여자유도의 간판스타인 다무라 료코를 모델로 해서 만든 유도 캐릭터 야와라의 일상을 유도와 함께 잘 녹여낸 작품.  유도만화라기 보다는 연애만화라는 류운님의 평도 있듯, 이 만화는 유도와 연애담을 두 개의 축으로 삼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스터 키튼' 역시 우라사와 나오키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야와라가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 말이 필요없는, 그 당시의 기준으로는 살짝 야한 부분까지 더해서 성인만화로 분류되어 나왔던 작품.  주로 해적판으로 구해서 본 기억이 있는데, 예전에 한국에 머무를 때, 중고로 완전판을 구입했다.  폐점한 만화방에서 풀린 물건이었는지, 책의 staple자국과 진한 담배냄새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이 완전판을 그야말로 십 수년만에 다시 본 덕분에 스토리의 모든 전모를 알게 되었다.  후속작인 Angel Heart는 animation으로만 접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구해볼 생각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우수한'과 '사오리'로 만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매우 80년대 스타일의 그림과 발상이 특이하다.  책도 그렇지만, 만화 역시 역사연구의 일차사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 다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바람의 검심은 한때 세계의 많은 이들이 일본의 근대시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고, 다소 미화된 관점까지 갖게 했을 만큼 영향력이 큰 만화였는데, 이 만화를 보면 일본인들의 숙명론이나 운명론에 입각한 인생관을 느낄때가 있다.  불교에서 차용된 이런 관점이 잘못 이용되면 2차대전의 만행이 당시의 시대에서 어쩔 수 없는 '숙명'적인 일본의 'role'이었다거나, 일본도 '피해자'라는 아스트랄함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배가본드는 실로 오랫만에 34권이 나온 듯.  영본과 한국본을 오가면서 읽었는데, 이제서야 겨우 업데이트가 된 것 같다.  사실 작가가 포기하고 안 그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무사시의 일반적인 결말은 간류지마에서 사사키 고지로오와의 한판승부가 되고, 더 길게 늘이면, 말년까지 갈 수 있으니, 과연 몇 권에서 끝이 날까 궁금.

 

주로 월간 보물섬을 통해 연재되었던 작품들인데, 어릴 때 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시절 일본 만화는 다이나믹 콩콩인가 하는 출판사에서 가짜 작가를 내세워 대거표절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름 이때는 국산 만화의 중흥기라고 본다.  월간 보물섬 외에도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경향, 소년중앙 같은 잡지에서 만화를 다루었고, 나중에는 르네상스를 필두로하여 순정만화 잡지가 나오기도 했었다.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축구를 주제로 한 '그라운드의 표범'도 좋았고, 권투만화나 '이겨라 벤'같은 만화도 좋았다 (다만, 풍산견이 실제로 보니, 전혀 다르게 생겼더라는 것.  그리고 투견만화의 '투견'은 참 나쁘다는 것).  다시 구해보고 싶어졌다.  이들도 그렇고, 옛날 어릴적의 잡지도 그렇고.  이러다가 오타쿠가 될지도 모르겠다.  책더쿠...-_-:

 

더 많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아서 이만 줄여야 하겠다는 생각.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만화 이야기를 올릴 생각이다.

 

PS. 쓰고 나서 든 생각.  깜빡했다.  내 시대 최고의 만화는 뭐니뭐니해도!

 

 

 

 

 

 

 

 

 

 

 

 

 

 

해적판과 아이큐 점프, 그리고 단행본이 함께 군웅할거를 하게 만든.  인터넷이 나오기 직전, 그리고 태동기를 평정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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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04-2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해피도 진짜 좋았어요!! 바람의검심과 베가본드는 보통 둘다 좋아하거나, 둘다 취향이 아니거나, 그렇던데 전 베가본드만 좋더라구요. 베가본드 ㅠ
엄청 좋아해서 미야모토 무사시 열권짜리 책도 막 읽고 그랬었어요 ㅎㅎ

transient-guest 2013-04-23 14:07   좋아요 0 | URL
해피는 제가 모르는 것 같구요. 검심과 배가본드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한창 유행때 검도장에서 일본 선배에게 물으니 아~~빠가본드...라고 하던게 기억나네요..ㅎㅎ

Forgettable. 2013-04-24 00:19   좋아요 0 | URL
해피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테니스 만화입니당 ㅎㅎㅎ
기회 되시면 한 번 보세요!

transient-guest 2013-04-24 01:15   좋아요 0 | URL
만화에 화두가 꽂히면 위험한데, 자꾸 만화도 더 모아들이고 싶어지네요.ㅎㅎ 보통 책보다 권당 가격은 낮지만, 권수가 무시무시하니까 이게 쉽지 않은데 말이죠..

saint236 2013-04-2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개에 더해서 원피스도...

transient-guest 2013-04-23 14:08   좋아요 0 | URL
원피스는 좀 나중에 나왔죠...아직 안 봤습니다. 아무래도 어릴 때 보던 만화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연식이 좀 되었나봅니다, 제가...ㅎ

saint236 2013-04-27 11:24   좋아요 0 | URL
세인트 세이야도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