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 세계명작을 고쳐 읽고 다시 쓰는 즐거움
이현우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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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그리 많지는 않아도, 이런 저런 '독서일기' 스타일의 책을 읽어왔는데, 시작과 끝, 또는 현재가 비슷하다는 점이 재미있다.  예를 들어, 시작은 언제나 단권의 리뷰를 모아놓는 것으로써, 그야말로 '일기'와 비슷하게 시작되지만, 시간이 흐르고 글이 쌓일수록, 복합적인 읽기를 통한 어떤 주제의 이해와 이를 더욱 발전시켜서 종국에는 사회현상이나 문학, 철학, 종교와 같은 실질적인 이슈로의 적용을 지향하게 된다는 점이다.  장정일도, 최재천교수도, 그리고 로쟈님, 심지어는 타치바나 다카시도 이런 경우라고 나는 본다.  하나에서, 여럿으로, 그리고 통합으로 나아가는 이 과정은 그 사이사이에 부차적인 경로를 거치는데, 이 경로는 사람에 따라 건너뛸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틀 자체는 건너뛸 수 없고, 하나를 온전히 거쳐야만 다음의 단계로 나아가는 일종의 역사와 시간의 흐름과도 닮았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로쟈님이 선별한 책의 읽기, 그리고 여기에 겹쳐서 다른 책을 함께 읽으면서, 더 큰 주제로 나아가는 것을 보여주고, 2부에서는 세계문학에 대한 담론을 몇 가지 단상으로 옮겨 놓았다.  1부는 흥미있게 보았고, 책에 대한 정보도 얻은데 반해, 2부의 내용은 조금은 그저 그랬다.  아마도 내가 크게 관심을 갖지 못한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고, 로쟈님으로서는 최소한 직업상(?) 그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슈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로쟈님의 서재를 띄워놓으며 reference하는 재미를 즐겼다.  서재글에 의하면 이런 저런 문화강좌 - 본업이 대학강의 외에도 - 에 참여를 하시는 것 같은데, 한국에 살았더라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참여했을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를 주제로 하는 8주간의 러시아 문학강좌는 (1)함께 읽기와 (2)전문가의 강의라는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데, 이렇게 함께 같은 책을 같은 기간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읽으며 나눌 수 있고, 또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더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부러운 일이다.  나는 갈 수 없겠지만, 4월 2일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셈.  궁금한 사람은 로쟈님의 서재를 참조하면 되겠다.

 

러시아 문학을 이야기하는 장의 첫 귀절이 내 맘을 때려, 겨울로, 그것도 밤새 눈이 오는 겨울로 돌아가 십대가 되어 밤을 새워 책을 읽고 싶어졌다.  눈이 오는 겨울로 '돌아'는 못가도, 갈 수는 있겠지만, '십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가슴이 조금 아렸다.  그래도 다음의 글은 혼자 읽기 아까워 올리는 낭만 가득한 글이 아닐 수 없다

 

"한겨울은 러시아문학의 고전을 읽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다.  눈이 소복이 쌓이는 시간에 두툼한 책장을 넘기며 이내 밤을 새우고, 어스름하게 비치는 햇살과 함께 아침을 맞는 일은 이런 계절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pg 184)

 

끝으로, 문사로서 이런 방식의 사회참여도 좋다고 본다.  좋은 것을 알리고 나누는 이런 것 말이다.  직접적인 발언과 행동을 통한 사회참여만큼 폼이 나지는 않겠지만 - 그만큼 안전하기는 하다 - 그래도 변화라는 건 어짜피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가면서 만나는 대착지점에서 일어나는 것이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고, 유명한 학자의 말이라고 기억한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나씩, 한명씩 계몽하는 것도 좋겠다.  책이 나에게는 다소 너무 철학적인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좋고, '세계문학 전쟁이 시작됐다!' 장에서 최근의 문학전집출판에 대해 소개한 것도 알찬 내용이라고 본다.  이를 reference하여 문학에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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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3-12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강의는 으레 '철학적'이 되리라 느껴요.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한테서 이야기를 들으면 '쉽고 살갗에 콕콕 박히는' 느낌이 될 테고요. 집에서 아이 돌보는 사람한테서 이야기를 듣는다면, 더 몸으로 와닿는 이야기 되어,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깨닫는 자리를 생각할 수 있으리라 느껴요.

톨스토이를 말하는 책이나 작가가 퍽 많은데, 이들 가운데 '톨스토이가 학교를 세운 일', '톨스토이가 사람들 스스로 흙을 알맞게 일구어 밥을 얻도록 꾀한 일'을 헤아리며, 이 대목을 몸으로 삭힌 사람은 아직 없지 않느냐 싶기도 해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transient-guest 2013-03-12 07:14   좋아요 0 | URL
배움과 경험이 모두 조화되는 것은 우리 인생의 특성상 쉽지는 않겠죠. 궁극적으로는 배운바와 가르치는바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 지식인으로서 큰 목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