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8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남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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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은 일본의 근/현대사에서 가장 암울했다고 하는 2차 대전 직후의 도쿄다. 따라서 책의 전개 내내 암울한 일상과, 패전국 국민으로서의 상실감, 좌절, 및 울분, 즉 어두움이 가득하다. (대전을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론은 눈을 씻고 봐도 없지만)

다른 일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상당히 독특한 일본적인 주제를 가지고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는 문신이다. 삼자견제라는 뱀, 개구리, 괄태충, 즉 뱀은 개구리를 잡아먹고, 개구리는 괄태충을 잡아먹으며, 괄태충은 뱀을 녹인다 라는 테마를 가지고 삼형제에 각각 새겨졌다는 문신과 저주가 등장 인물들을 에워싸고 있는데 과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타 추리소설과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이 책은 독자와 형사 대 작가와 범인의 대립구도를 가지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trick에 쓰이는 자료는 독자에게도 제공되지만, 결정적인 단서 하나만은 스토리의 전개상 우리에게 주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공정한 싸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이 가미즈키 요오스케라는 다분히 홈즈를 연상시키는 인물의 등장과 함께 후반부에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것이 약간 억지스럽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탁월한 함정으로 독자와 형사 모두를 “생각의 밀실”에 가두어 버린다. 이 paradigm을 깨는 것이 이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과연 뱀-개구리-괄태충의 역학관계와 이 사건의 진상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제법 추리소설을 읽은 탓일까? 이젠 일단 사건의 열쇠는 등장인물들 중 하나, 즉 용의자는 이들 중 하나라는 것, 그리고 제공되는 단서들 중 하나에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숨어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필히 숨겨놓아야만 하는 detail부분은 도저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살짝 불공평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것일 수가 없는 표지그림, 아마도 원판의 그것인데, 상당히 이채롭다. 일본 특유의 변태성이 옅보이는 이 그림은 문신사와 문신을 받는 여자를 상징한 것일텐데, 소설 속에서 말하는 문신과 성관계 (첫 경험)의 유사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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