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이라고는 하지만 메일답변은 계속 하고 서류관리도 매일 한다. 다만 할 일은 자꾸만 돌아가서 하겠다고 미루는 중. 복귀하면 바로 재개해야 하는 케이스 준비가 7-8건이라서 미리 좀 만들어두면 좋을텐데. 게다가 복귀하는 주간에 바로 목요일, 금요일 저녁에 연속으로 각기 다른 교포단체에서 세미나도 해줘야 하니 사실 일을 해두는 정도가 아니라 세미나 준비도 미리 해두어야 마땅하다. 아직까지는 일주일이 더 남아있느니 다음 주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게으름을 피우고는 있지만 이걸 쌓아두면 내가 못 견딜 것만 같아서 하루에 한 개씩이라도 처리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친구가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야식집에 가서 간만에 아주 늦은 술을 마시려고 저녁을 굶고 기다리고 있다.
차를 타고 멀리 가는 것이 아닌 이상 한국 동네에서의 생활은 무조건 많이 걷게 된다. 어제 오전에 피검사를 하기 위해 내과에 갔다가 시장을 돌아서 친구집으로 돌아온 거리가 대충 1.8마일. 이런 식으로 어디를 가든 대충 잡아도 왕복 0.5마일에서 1.5마일은 쉽게 나온다. 실제로 어제 gym에도 다녀오고 이런 저런 건으로 짧게 하루 종일 돌아다닌 거리의 총합이 6.7마일이 넘게 나왔으니 여기에 내 루틴대로 운동을 제대로 하면서 살면 뭘 먹어도 살이 찌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은 달러-원화 환율이 나쁘지 않고 비싼 미국물가 + 세금 + 팁을 생각하면 뭘 먹어도 싸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오늘 셋이 가서 이 근방에서 내가 젤 좋아하는 냉면 (닝닝한 그 육수 그대로)을 친구 각각 굴국밥과 굴비빔밥을, 더해서 삼겹살 수육과 만두까지 실컷 먹고도 나온 계산서는 달러로 대충 42불 정도였다. 참고로 지금 사는 곳에서는 42불이면 둘 이 pho 한 그릇씩 먹기에도 모자란 비용이다.
아무래도 미국에서는 열심히 운동하고 술 줄이고 몸 관리하고 벌고 모아서 일년에 한번씩 한국에 와서 이렇게 즐겁게 지내다 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야지 싶다. 고양이 두 분과 함께 살다보니 2박3일 이상의 여행은 부부에게 무리라서 당분간은 짧은 여행과 공연을 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으니 여기에 더해서 아주 건강한 삶을 살아보겠다는 것이 내 계획이다.
참고로 작년의 Dracula: Ballet at its Darkest를 본 7월을 시작으로 해서 (미국 초연이었고 내가 찾아서 끌고감) 9월엔 Beauty and the Beast 뮤지컬을 (Broadway공연을 우리 동네에 가져온 진짜 공연) 봤다. 돌아가면 11월 중순에는 SF International Tea Festival이, 그리고 11월 19일에는 비록 지역의 작은 극장에서 하는 (즉 live orchestra가 함께 하는 SF 발레단이 아닌) 공연이지만 발레 3대장 중 하나인 백조의 호수를 볼 것이다. 이후 내년 1월에는 내친 김에 Sleeping Beauty (이건 SF에서 제대로)공연을 보는 것으로 발레 3대장 (예전에 호두까기 인형을 봄)을 한번씩은 보게 된다. 2월엔 딱 하루만 tour중 우리 동네에 오는 Simon and Garfunkel Story를 부모님을 위해 예약했다. 그리고 5월 6일에는 SF에 오는 Great Gatsby 뮤지컬도 이미 티켓예약을 마친 상태. 공연을 기다리다 보면 아마 내년의 시간이 흘러 딱 이 자리에서 또 이렇게 친구를 기다리면서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일은 당연히 열심히 하고 술을 줄이고 몸관리를 해서 더욱 즐겁게 나은 모습으로 한국에서 머물 것이다.
책은 좀 덜 사야겠다는 생각. 작년 5월부터 최근까지 친구집으로 배달시킨 책들을 정리하고 4호박스에 무게를 달아서 포장하고 일차로 부친 것이 8박스. 그리고 지금 추가로 부칠 것이 5박스. 남은 책은 한 박스 분량은 조금 못되는 것 같아서 책을 좀더 구해서 한 박스를 채울지, 귀국하는 가방에 넣어볼지 고민하고 있다. 이미 읽는 속도에 비해서 책을 사들이는 속도가 너무 빠른데 내가 책을 읽는 속도는 일하는 당분간은 매년 떨어질 수 밖에 없으니 욕심을 많이 버려야 할 것 같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반은퇴 정도를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그려본다. 부족하고 모자란 대로 gym도 작고 알찬 곳을 찾으면 될 것이고 술은 이번에 보니 오히려 잘 조절이 되는데 가장 아쉬운 건 아마도 Napa Valley를 비롯한 미국의 와인이 아닐까 싶다. 관세와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의 와인이 잘 안 들어오고 값도 무척 비싸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번에 가져와 서울에서의 모임에 내놓았던 와인은 매그넘으로 Costco에서 190불 정도에 구한 것 (소매가는 up to 250불)이 한국에선 아마 5-60만원 정도로 (관세와 여러 가지 포함) 나온다. 이러니까 내가 매년 나올 때마다 와인을 들고 모임에 참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 정말 많이 아쉬울 것이 이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맛난 와인과 함께 궁합을 따져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물론 한국에서도 구하려면 다 구할 수 있고 프랑스나 가성비 좋은 칠레나 아르헨티나 와인으로 대체가 가능하겠지만 역시 값은 미국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 그렇다고요.
운동은 그냥 겨우 maintain하는 정도에 PT로 자세교정을 받아보는 것이 그나마 수확이다. 시설이 너무 작아서 한 구석에서 누군가 뭘 하고 있으면 그 주변의 다른 걸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라서. 다음 주에 PT 두 번을 받아야 하는데 화요일에는 pull up과 push up자세, 그리고 딥스 자세를 배워고고 마지막은 어깨운동을 몇 가지 교정 받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