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 강남에 다녀왔다. 점심미팅이라서 우버를 잡아타고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도착한 그로테스크한 빌딩의 숲속에서 대접을 받은 것이긴 하지만 인당 32000원이나 하는 맛없는 밥을 먹고, 잠시 얘기를 나눈 뒤 다시 우버를 타고 한 시간 십분 정도를 달려서 인천으로 돌아오니 살 것만 같았다. 서울에 있는 내내 어찌난 숨이 갑갑하던지 내려오는 길에 차멀미가 날 뻔했다. 


맛없이 먹은 비싼 점심을 씻어내기 위해 어제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심정으로 분식으로 저녁을 먹을 생각을 하다가 혼자 걸어서 시장에 가기 싫어서 마침 근처에서 당구를 치던 녀석과 순대국을 먹기로.


어떤 사람에겐 소울푸드지만 내가 순대국을 먹은 건 아마 2-3년 전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순대와 간은 종종 먹어봤어도 딱히 순대국을 먹은 기억은 없고 지금도 그다지 즐기는 음식은 아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내장의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향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바뀌는 것인지 특히 오늘 그 비싼 맛없는 점심을 먹는 내 속을 순대정식이, 심지어 피검사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싹 달래주었다! 다대기와 부추를 듬뿍 넣고 곁들여 나온 수육과 순대를 먹으면서 기분 좋은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술이 없이 밥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순대국이 내 소울푸드가 되는 일은 없겠지만 오늘 저녁은 이렇게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 속에서 비싼 맛없은 점심과 강남의 온갖 "ville"이 겹겹이 쌓인 숨막힘과 함께 기억속에 남을 것이다. 
















일도 하다가 메일도 쓰고 하지만 본격적인 일은 아무래도 미룰 수 밖에 없으니 남는 시간에 책을 보게 된다. 작은 이야기에도 듬뿍 감동을 느끼던 시절에서 자꾸만 멀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죽을 때까지 한 손엔 책을, 다른 한 손엔 검을 쥔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나저나 '파리 대왕'에서 멈춘 고전문학 일독은 언제 resume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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