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지속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고질병과도 같은 어깨관절, 몸의 틀어짐, 무릎 등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의 체력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여기에 cardio를 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아무래도 2019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니까. 이게 사실 약간의 trade-off가 있었던 것이 코로나 기간 꾸준히 달리기와 걷기를 수행해서 peak까지 갔었던 cardio운동능력과 당시 반비례로 낮아진 근육운동의 intensity로 인한 운동능력의 저하를 경험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꾸준히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지금의 모든 것이라서.
풍월당주 박종호선생의 '코로나시대의 편지'에서 reference되었던 책이다. 시집도 많고 책이 많아서 일단 한 권을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강화도에 사는 시인이고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할 수 없었던 군부독재시절의 민주화운동을 한 투사라서 그런지 꿀렁꿀렁 힘든 시절의 이야기가 많다. 이런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서 그런 삶의 선택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삶의 선택을 하여 이렇게 살아온 것인지. 아마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수준의 이야기?
전등사는 어릴 때부터 가봤고 수학여행이나 소풍으로도 여러 번 갔던 곳이라서, 게다가 강화도는 예전 인삼으로 명성이 높던 시절 인삼을 사러 부모님이 가실 때 함께 갔던 곳이라서 글을 읽으면서 묘사된 지역의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벌써 10년도 넘은 언젠가 한번 갔었던 강화도는 이미 쇠퇴한 인삼시장의 모습이 무척 쓸쓸했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다시 가진 못했다만 산과 바다가 같이 있고 작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라서 살기에 꽤 괜찮은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판이 이판을 먹어버린 듯, 전등사 아래 사하촌의 상권을 좌지우지 하는 대장땡중의 권세가 이만저만이 아니더라는 말을 들은 것이 1994년 겨울 언젠가였는데 식당에서 키우던 개를 빼앗아갔더라는 말이 기억난다. 뉴스에서 등장하는 조계종단의 모습이나 부유한 유명땡중의 모습을 보면 크게 나아지진 못했을 것으로 본다.
술을 좋아하는 작가. 빨치산의 딸로 태어나 살아온 작가. 이젠 자리를 잡고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 구례에서 살고 있는 작가. 조니워커 블루를 좋아해서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찾아갈 때 사들고 가는 작가. 에세이를 읽으면서 본 단편적인 모습들이다. 에세이와 별반 차이가 없는 소설화된 빨치산이자 죽을 때까지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아버지의 모습까지 많은 이야기가 이 두 권에 오버랩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각기 다른 모습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니 각각의 독서가 모두 즐거울 수 밖에.
지금도 '빨갱이'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세상이라서 뭣이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는 한국. 극우매국세력 주제에 보수를 운운하는 것도 우습고 거기에 넘어간 '보수'지지층이란 것들도 병신들 같이 보이는 요즘이라서 그런지 진정한 독립은 아직도 이루지 못한 것 같다. 통째로 역사를 부정하고 바꾸려는 인간들, 거기에 기댄 추악한 출세욕망자들, 정치나 행정면에서 고자와도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득세하는 걸 보는 마음이 개떡같다.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 한 권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 한 권. 눈을 무척 좋아하지만 눈이 오지 않는 곳에서 살아온 지난 30년이 넘은 세월 탓에 눈사람을 뭉치고 눈싸움을 했던 건 기억속 저 멀리 어딘가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언젠가 겨울의 홋카이도에 꼭 가보고 싶은 건 이런 눈으로 가득한 세상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미야모토 테루의 책은 그야말로 소소한 내용이었는데 그가 작가가 되어 살아온 세월의 이야기가 꽤 즐겁다.
어쩌다 보니 에세이 비슷한 것만 잔뜩 읽은 최근의 독서였다만 읽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보면서 꾸준히 글과 함께 하다보면 또 다른 책을 읽는 날이 있을 것이라서 다소 고전을 더 읽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