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일찍 와서 바로 짐을 부치고 게이트를 통과한 후 라운지에 죽치고 앉아서 책도 보고 술도 마실 생각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약간의 문제가 생겼는데, 일단 국적기의 후진성. 대세는 self check-in인데 이걸 카운터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나중에 보니 두 섹션을 mobile check-in으로 열어놨는데 결국 디지털로 포장한 아날로그였던 셈. 덕분에 한 시간하고도 반을 지출해서 게이트를 통과했다. 두 번째는 라운지. 국내선 라운지는 시설이 상당히 괜찮은데 국제선 라운지는 영 아니다. 공짜술과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쿠어스라이트, 그리고 버드와이저, 와인 두 종류, 거기에 약간의 finger food가 전부. 덕분에 실망을 잔뜩 하고 쿠어스라이트만 몇 잔을 마시고 있다. 이젠 나이탓인지 여행의 목적지보다도 이렇게 여정에서 마시는 맥주가 좋은데, 기분을 살짝 잡치고 있어서 아직 탑승까지 남은 시간을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다. 모처럼 기분을 내서 좋은 맥주와 음식을 갖추고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check-in을 기다리면서 이미 작은 책 한 권을 읽었고 지금은 추리소설을 붙잡고 있는데 별로인 기분이 여전히 별로...
기분좋게 한 잔하고 그간 읽은 책을 정리하려던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다. 이 나이에도 역시 기분을 많이 타는구나 싶은데 사실 여기에 적기엔 좀 그런 속상한 일이 있어서 모처럼 떠나는 길이 즐겁지만은 않다. 일단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