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가 유난히 힘든 2018년 하고도 8월이다. 아니, 이제 거의 다 지나간 8월이었다.  잘 읽을 땐 한 달에 20권 이상은 무난했는데, 어차피 의무감으로 읽는 것도 아니고 직업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 달처럼 어려울 땐 독서인생에 위기가 온 것만 같은 생각을 한다.  새삼 온전히 안정적인 삶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그렇게 잘해야 이번 달에는 열 권을 조금 넘길 나의 독서량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책이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으로 내리 읽은 두 권을 빼면 이번 주간의 독서도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사무공간의 양면을 책장으로 채운 탓에 일할 공간은 생각보다 작아졌지만 그래도 못해도 3천권은 될 나의 동료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풍경에 흐뭇한 맘이 수시로 드나든다.  


진도, 보수, 여성, 남성, 뭔가 label이 붙는 모든 활동의 정당성과 다위성은 시리아난민을 거부하는 것으로 똥구덩이로 쳐박혔다는 생각을 한다.  도이칠란트나 터키, 지중해를 통해 쉽게 난민이 들어오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내가 사는 꼴이 어려우니 너희가 오는 걸 볼 수 없다는 식의 단순한 논리, 그리고 여기에 반정부무드를 조성하려는 온갖 유사단체들의 활동에 힘입어 한국의 난민에 대한 의식수준은 여전히 후진국의 수준이다.  


시리아에서 민주화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정부의 탄압이 촉발되고 내전으로 발전한 후, 정권은 개별적인 도시를 타깃한 봉쇄와 폭격으로 이를 잠재우려 한다.  아주 작은 도시인 다라야는 이 정책으로, 그리고 일종의 본보기를 삼으려는 정권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된다.  그 비극적인 고통과 죽음의 와중에서 일단의 청년들은 우연히 발견한 책더미를 그대로 버려두지 않고 다라야의 지식과 인권, 그리고 독재에 대한 온건한 저항의 상징으로 삼아 지하에 도서관을 만든다.  random하고도 지속적인 폭격과 살육과 봉쇄가 이어지고 이에 대한 저항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전사로 탈바꿈하는 와중에도 지식의 추구는 그렇게 이어진다.  


아주 낭만적일 듯한 제목이지만 실상은 어렵고도 어려운 나날이 이어지지만 그럴수록 지의 추구와 평화에 대한 갈망은 더욱 강해지고 정권에 저항하는 근성과 함께 ISIS의 침투와 이로 인한 오염에 대한 거부는 더욱 강해지는데, 그건 이들의 순수한 정신과 이를 자양분으로 삼은 지의 추구과 원천의 보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다라야는 모두 소개되어 아무도 남을 수 없게 되었고 이들을 뿔뿔히 흩어지고, 이들이 극심한 어려움속에서도 지켜온 지의 정원 또한 모두 없어졌지만, 이 젊은이들은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 올 시리아의 봄을 맞아 꽃을 피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어려운만큼,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마음을, 그리고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하는 조중동과 우파종교세력의 공세를 뚫고 진실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되기를.


대체로 유시민선생의 책은 reader friendly하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빼어난 학자의 소양이자 뛰어난 두뇌의 발현이라고 생각하는 바, 정치적으로는 부침을 겪었지만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의 유시민은 100%라고 본다.  그런데, 이번의 책은 그리 만만하게 읽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유명하지만 어려운 사서를 잘 풀어낸 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헤로도투스와, 타키투스, 사마천을 건너 이븐 할둔을 만나고 어느새 근현대 최고의 역사가와 역사학자들을 만나기 위한 입문서로 볼 수 있는데 대충 이 책에서 다뤄진 책과 학자의 반 정도는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온전히, 내 맘에 드는 수준의 이해가 어렵다.  역사키드라고 생각할만큼 역사책을 좋아했고 학사전공도 유럽역사, 거기에 지금까도 역사책을 꾸준히 읽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걸 느끼면서 critical reading skill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오롯히 마주하는 순간이다.  일단 이 책에서 언급된 원전들을 함께 펴놓고 다시 하나씩 이해해볼 수 있는 날을 준비할 것이다.  절판된 책이 많아서 그대로 다는 어렵겠지만 이미 구한 것도 꽤 있고 절판된 책 외에는 추가로 모두 갖추고 한 걸음씩 다시 역사의 역사속으로 들어갈 볼 것이다.  


주말에 월말에,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쓸데없이 감상에 젖은 오버스러운 페이퍼가 나왔다.  그만큼 답답하고 아쉽다는 걸...누가 알아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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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25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이라 전 애들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멘붕상태입니다 도서관에 반납해야할 책도있고 움직이기 싫고 책이나 조용히 몇자 봤음 좋겠는데 책을 볼수있을지...아이들이 고음소리에 귀가 멍하네요 그래도 감사한 하루! 무난한 일상이 가장 감사하다고 자위해봅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18-08-27 02:05   좋아요 1 | URL
무난하게 잘 이어지는 일상이 행복이죠.ㅎ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너무 어렵죠.. 주중의 중간시간대, 오전 9-3시 사이가 그나마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요??

꼬마요정 2018-08-25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아무리 읽고 봐도 어렵습니다. 어느 순간 아는 것을 물어보는데도 흔들리게 되고 점점 내가 아는 게 맞는지 긴가민가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머리가 나쁜건지 받아들이는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말이죠ㅠㅠ

transient-guest 2018-08-27 02:07   좋아요 1 | URL
역사를 늘 쉽다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제가 워낙 좋아하는 분야라서 그랬는지요.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저에겐 비평적인 관점의 독서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읽는 글은 액면 그대로 읽고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꼼꼼하게 뜯어서 잘 소화해서 자기만의 의견을 만드는 건 쉽지 않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