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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라는 착각 -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
조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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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다가온다.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지 몰라도, 그런 무관심에도 대선은 모두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행사 중에 하나다. 정치는 경제와 사회 모든 부분에 가장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지만, 무관심한 사람들은 그런 관계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자신의 삶에 예기치 않은 영향을 받으면 그 때 서야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고 정치병 환자처럼 맹목적으로 어떤 세력을 지지하는 종교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와 투표란 결국에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이고, 이 이익이 사회를 위한 이익이 된다. 그래서 나의 소중한 주권을 행사할 때 흔히 말하는 계급이익 투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투표라는 고귀한 주권행사를 단순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사하라는 이야기는 얼핏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한 국가를 이루는 가장 큰 계급 집단이 바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속해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개인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난 대선의 화두는 경제였다. 추악한 도덕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MB를 선택한 이유는 경제였기 때문이다. MB정부을 마무리하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의 선택은 과연 옳았는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를 실패로 규정했던 사람들은 폭등한 부동산과 양극화의 확산이었다. 그럼 노무현 정부의 경제를 실패로 규정했던 많은 국민들은 과연 MB정부의 경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면 부동산은 안정적이고, 양극화는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 개선되었다. 단순한 겉보기는 MB정부의 경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MB 정부는 부동산을 안정시킬 의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MB정부 내내 계속된 부동산 부양책은 그들의 속샘을 그대로 보여준다. MB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 다른 부류의 집단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에 실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부동산이 가격이 연착륙하고 있는 이유는 전 세계 경제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노무현 정부와 연결시켜 생각하면 같은 답이 나온다. 세계 자본 시장에 대한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노무현 정부시절 전 세계의 버블의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MB정부 때에는 전 세계의 버블이 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었던 것이다. 결국 부동산의 문제는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큰 영향을 미쳤을 뿐, 정부의 정책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MB정부에서 양극화는 개선되었던 것일까? 우선 노무현 정부의 양극화 확대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본다면 MB정부의 양극화 개선 원인 또한 같이 볼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양극화에 큰 핵심은 부동산 같은 자산 가치의 폭등이었다. 흔히 말하는 가진 사람들의 자신이 버블에 의해서 폭등하면서, 자신을 많이 가지지 못한 서민들의 소득은 그대로 인 반면,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의 가치는 폭등하게 된다. 이 차이로 인해서 계층간의 심리적 박탈감과 거리감을 확대되고 양극화도 확대된 것이다. 반면 MB정부의 양극화 개선은 노무현 정부와는 반대의 상황에서 개선된 것이다. 버블의 붕괴로 인한 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인해서 양극화가 개선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MB정부의 경제 계획은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다. 단지 외부의 상황에 의해서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반대로 경제가 작동하면서 통계적 속임수로 사람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통계적 속임수가 대중들에게 통한다는 것이다. 실패한 경제에 대한 책임을 어떤 정부에서는 대단히 강하게 묻고, 이번 정부에서는 아예 관심 밖이다. 잔 짜여진 선거 전략 프레임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냉정한 어떤 집단의 이중성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인지 이번 대선은 특별한 화두가 없어 보인다. 여성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독재자의 딸이 언제부터 여성을 위했다고 여성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우스운 상황에 MB가 써먹었던 참여정부 책임론을 아직도 거론하는 이상한 집단과 그것이 통하는 현실은 참 우습기만 하다. 그렇다고 다른 한 쪽의 구호나 프레임 또한 인상적이지 않다.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한 그 집단은, 정권교체라는 구호만 내세울 뿐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아젠다와 비젼의 설정과 제시에서 심각한 한계를 보이는 것 같다. 결국 이번 선거는 이상하게 미래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싸움이 아니라 단순히 MB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싸움인 것 같다.

 

이런 이상한 프레임의 대결은 우리가 선택해야 할 다른 가치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우리의 현실을 착각하게 만든다. MB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기본적 가치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 나온 한 자료에 의하면 MB정부 들어서 모든 계층의 실질 소득이 하락했다고 한다. 양극화나 지니계수의 개선이 보여주는 이면 즉 우리나라 국민들의 실제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었다. 747공약을 내세우며 출발했던 자칭 타칭 경제전문가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다. 우리는 착각하고 있다. 언론과 정부가 만들어낸 통계자료에 의해서 자신의 현실과 위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권에서 만들어낸 프레임 싸움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실과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흔히 말하는 대다수의 서민들의 현실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은 진짜 현실과 마주했을 때의 두려움 때문에 애써 외면했던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과거 같으면 그런 현실을 당사자의 책임이라고 돌렸던 많이 이들이 이제는 이런 현실이 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도, 우리가 외면했던 현실이 조금씩 늪처럼 우리의 발목을 잡아 끄는 것을 알기에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다. 언론에 보도되어서 쉽게 잊혀졌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서 생생하게 우리가 기억하기 싫은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문제는 그런 현실을 우리가 바꾸지 못하고 순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양국화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면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진 곳에서 온다."고 한다. 일베라는 쓰레기 집단의 등장. 남성연대라는 이상한 집단이 탄생하고 거기에 열광하는 찌질한 남성들의 등장. 이러한 것들은 결국 우리 사회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존중과 배려이지 시기와 질투 그리고 비난이 아닌데 우리는 증오의 정치 프레임 속에서만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정치적 변화 사회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만들어낸 프레임이 아니라 스스로가 정치에 대한 프레임을 만들고 정치권에 요구할 수 있

어야 한다. 때만 되면 나오는 색깔론이나 근거도 없는 네거티프에 일희일비 하지말고, 자신의 계급이익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 시작은 대다수 서민들이 가지고 있는 스스로가 "중산층이라는 착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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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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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함유근.채승병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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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데이터의 가치는 상상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다. 그러다 보니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소중한 데이터들이 거래되곤 한다. 웹 사이트의 해킹을 통해서 소중한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일상 다반사로 발생하는 이유는 개인 정보라는 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값어치를 보여주는 것 중에 하나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 된 개인 정보가 휴대폰 제조사나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흘러 들어가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렇게 사용자의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수집 된 정보가 기업의 마케팅 자료로 활용되는 형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다. 이런 사례들은 흔히 뉴스나 신문 기사로 공론화 되면서 이 분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소비자들도 이런 행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행동 하나 하나가 기업들의 데이터 베이스에 쌓이고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들은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거의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 구글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구글의 웹 기록을 볼 수 있다. 그 웹 기록을 보면 내가 검색한 모든 기록들이 저장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구글 계정과 연계된 구글 play store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에 대한 기록들이 남아 있다. 이와 같은 정보들은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마케팅에 또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에 이용된다. 네이버에서 선보이고 있는 me 서비스 같은 경우 표전적인 웹화면을 넘어서 개인화된 형태로 이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직 완벽한 개인화 서비스라고 평가하기에는 모자라지만, 이런 형태의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네이버를 이용하면서 쌓이는 막대한 데이터 때문이다.

 

야후 부사장 타판 바트는 "웹의 미래는 개별화이다. 웹은 ''를 지향한다. , 스마트하면서도 사용자에게 개별화되는 방향으로 웹을 구성한다."고 했다. 네이버 me와 뉴스캐스트 같은 서비스를 들은 기초적인 개별화 또는 개인화의 형태이다. 이런 눈에 띄는 개별화를 넘어서 우리가 쉽게 알아채기 힘든 형태의 개별화도 진행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수집 된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이용자가 가장 원하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형태의 서비스로 진화 중이다. 같은 검색어로 검색을 하더라도 검색하는 사람의 성향에 맞추어서 검색결과가 다르게 표시되도록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나 소비자의 편의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런 서비스의 진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개인의 모든 정보가 기업들에 의해서 수집되고 가공되고 이용되어 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조지 오웰이 "1984"라는 책에 나왔던 빅브라더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들이 될 수도 있다.

 

문명의 이기가 발전할 수록 데이터의 생산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마트 폰을 통해서 사람들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이동통신사에 저장되고, 우리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내용이나 이용 패턴은 커다란 데이터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수 많은 데이터들은 그 양과 내용이 너무나 크고 방대하다. 인터넷이 부상했을 때 정보의 바다라고 했지만, 좋은 정보 외에도 수 많은 쓰레기 정보가 넘쳐 나면서 정보에 대한 취사선택이 중요한 것 처럼. 이렇게 양산되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이용법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정의된 이러한 트렌드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빅데이터의 활용이 경쟁환경에서 중요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 구글이 휴대폰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휴대폰 플랫폼에 구글의 광고를 더 싣기 위해서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는 휴대폰 플랫폼으로 수집된 정보를 통해서 더 가치 있는 서비스나 타켓팅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구글의 공짜 서비스 뒤에는 우리가 저항감 없이 넘기는 수 많은 정보를 통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빅데이터로 달성할 수 있는 경영 혁신을 네 단계라고 소개한다. 수집 된 데이터를 이용해서 업무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첫 단계. 기업 활동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두 번째 단계. 고객과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로 경영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 시키는 세 번째 단계.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사업으로 연계되는 네 번째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구글의 서비스 변화나 기업 확장은 이런 단계를 거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분명 빅데이터라는 흐름은 기업이나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생존을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기업들에게는 빅데이터는 생존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좋은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측면을 놓쳐서는 안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도의 마케팅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침해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의 선택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소비자를 현혹하는 마케팅 기술에 많은 소비자들은 쉽게 속는다.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단순한 형태를 넘어서 사람의 생각마저 조정하는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 프로파간다를 잘 활용해 전세계를 공포로 몰았던 히틀러 같은 인물이 또 나오지 마라는 법이 없을 정도로 빅데이터 기술과 마케팅 기술이 연계된다면 무서운 결과가 나올 수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생각 조정자들"이라는 책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상당한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책이다.

 

즉 빅데이터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좋은 도구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봐야 될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이중적 입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을 통해서 경제적 관점에서 빅데이터 현상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고, 다른 비판적인 책 "생각 조정자들"과 같은 책을 통해서 이런 현상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편리함을 누리면서,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라는 가치가 어느 순간에 침해 당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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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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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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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도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주변 나를 아는 사람 중에 가끔 나를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스스로 자부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에 대해서 쉽게 단정적으로 말한다. 내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그 사람의 날카로운 시선에 수긍하겠지만, 대부분은 쉽게 공감가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좁은 시각으로 사람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처음 들을 때는 날카롭게 사람을 보는 듯 하지만, 여기 저기서 본 얕은 지식은 쉽게 바닥을 드러낸다.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혈액형으로 쉽게 사람을 평가하고 단정한다. 가끔 짜증나서 혈액형과 성격의 과학적 근거가 있냐고 따지듯 물으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그렇다는 공허한 대답을 자신에 차서 말한다. 그런 사람의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을 큰 가치로 여기고 사람을 평가한다. 그 사람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기점화와 조정(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른 모든 면을 평가하고 그 사람의 다른 면을 보고도 첫인상을 바꾸지 않는)'편견에 사로 잡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심리적 함정은 누구나 쉽게 빠져든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결코 이성적일 수 만은 없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아주 이성적인 동물로 규정하고 말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수 많은 경제학 이론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비합리성과 다양성에 대해서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학문의 통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학문적 흐름은 단선적이고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많은 시선에 대해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복잡한 세상의 원리를 쉽고 단순하게 만들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복잡한 현상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하지 못하게 된다. 복잡계를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성향을 잘 이용하는 집단 중에 하나가 정치가들이다. 어떤 현상을 흑백논리로 규정해 상대방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러면 대중들은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함을 이해하기 보다는 정치적 구호나 수사에 쉽게 휩쓸려서 광기에 휩싸인다. 정치꾼들은 이렇게 대중들을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 아웅 다웅하게 만든다. 물론 정치는 아주 복잡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렇게 단순하게 평가하는 것 또한 성급하다. 하지만, 가끔 광기 싸여서 상대를 헐 뜯는 하급 정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경제와 소비라는 공간에서도 복잡계를 이용하기 보다는 쉽게 현상을 이해하거나 분석하려는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영화를 보면서 실패한 마케팅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영화를 코메디물로 규정해 마케팅 하지만, 실제로 영화는 코메디라고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영화라는 것이 특정 장르적 요소 하나를 목표로 만들어지지만, 요즘은 장르를 규정하기 힘든 영화도 있고, 여러 장르의 스타일을 섞어서 만들어낸 영화도 많다. 그래서 마케팅에 심상치 않게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눈에 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영화에 대한 감동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실패한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SF와 코믹 그리고 스릴러적 요소가 잘 어우러진 이 영화는 한마디로 장르를 표현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내용을 드러내지 않고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쉽지 않다. 특정 스타를 부각해서 마케팅하기에도 힘든 영화였다. 그래서 인지 마케터는 이 영화를 코메디 영화로 마케팅 했다. 다수의 소비자가 생각하는 코메디 영화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보니 마케팅만을 보고 영화를 찾았던 사람들은 큰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B급 정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했어야 할 작품이다. 그럼에도 마케팅의 대상을 단순한 오락물로 즐기는 다수의 대중들을 상대로 마케팅하다 보니 실패한 마케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를 마케팅 했던 마케터의 실수는 영화의 소비자들을 너무 폭넓게 잡았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가지고 있는 요소를 부각하기 보다는 많은 대중들이 주목할 수 있는 요소를 부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실수는 마케팅의 타겟 층을 잘못 잡은 것이다. 모든 소비자들이 비슷한 소비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마케팅을 하다 보니, 마케팅만 보고 온 관객들은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영화를 색다른 매력에 빠졌던 관객들은 마케팅이 잘못되어 좋은 영화가 빛을 보지 못하는 현실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매니아를 자청하는 팬들은 자발적으로 영화의 홍보에 나서는 기 현상이 일어났었다. 이 사례는 소비자를 단순히 규정한 마케터의 실패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고 그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소비자들의 욕구는 단순히 이거야라고 규정하고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소비자들의 마음속에는 각자 다른 욕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모든 소비자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제품은 있을 수 없다는 부분이다. 하워드 모스코비츠의 연구 사례를 통해서 보여준다. 이 사례를 통해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소비자 집단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서 이 책은 한국들의 소비심리를 파고 들어간다. 책의 앞부분에 외국 학문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한국인의 다양한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 연구가 왜 필요한지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면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소비심리를 사례를 통해서 들어간다. 그런데 이 책은 뭐랄까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책 앞부분의 상당부분을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면서 본론에 쉽게 들어가지 않아 애간장을 태우게 만든다. 그리고 한국인의 소비심리를 탐구한다고 하면서도 외국의 사례를 너무나 길게 나열하고 있으며 자신이 연구한 사례를 또 나열하고 있다. 사례를 통해서 접근한 한국인의 소비심리는 그 사례 내부에 머무르는 듯하다. 즉 사례별 소비심리라고 해야할까? 분명 이런 접근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망을 이해하는 접근으로 좋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책이 말하고자하는 내용을 너무 많이 나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내용이 없게 만든다. 이 책은 마케팅과 심리에 대해서 재미있고 신선하긴 했지만, 그 신선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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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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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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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끔 사람들은 장난삼아 무엇인가를 사고 싶은 욕망이 강해지면, 흔히 지름신이 왔다라는 우스게 소리로 그 감정을 표현한다. 자신이 억제하지 못하는 소비 욕망을 절대자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소비 욕망을 자신도 쉽게 주체할 수 없음을 표현한다. 그 만큼 내면에서 일어나는 내적 욕망은 자기 절제만으로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내적 소비 욕망 뿐만 아니라 다른 것으로도 자기 절제를 향한 개인의 노력은 언제나 쉽지 않다. "마시멜로 이야기" 같은 자기 계발서들은 자기 절제의 힘을 강조하면서 성공을 위해서 자기 절제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천사와 악마가 나와서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만화 속 주인공들 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욕망과 자기 절제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절제로 자신의 욕망을 억누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억누라고 말한다. 그래야 성공한다고. 성공이라는 더 큰 욕망을 앞세워서 절제하지 못하는 개인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억누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의지력이라는 것이 무한하지 않다고 한다. 인간의 의지력은 고갈되며, 의지력이 고갈되면 더 탐욕스럽게 변한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불굴의 의지력으로 체중감량에 성공하지만, 어느 순간 원래 체중으로 되돌아가는 요요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바로 의지력 고갈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지력 고갈을 반복하면 결국에 자기절제의 힘마저 잃는 경우가 생긴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더 큰 체중 증가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의지력 고갈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의지력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의지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지력의 고갈이라는 현상을 무시하고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과대 포장해, 내가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람을 현혹 시키는 것이다. 내적 욕망은 나쁘고, 자기 절제는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접근이 자기 절제를 위한 의지력의 찬양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욕망은 나쁜 것이고 억눌러야 하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에 우리는 욕망의 깊은 곳을 정면으로 보지 못한 것을 아닐까? 욕망을 단순히 좋은 것이라고 찬양만 하는 것도 나쁜 것이지만, 우리의 내적 욕망의 본질을 알아야 의지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단순한 접근법에서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욕망의 본질에 대한 접근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소비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욕망을 접근한다. 그리고 저자는 인간의 소비 욕망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분석해 소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본능"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저자는 '생존', '번식', '혈연선택', '호혜성'이라는 네가지 진화론적 관점으로 소비현상과 욕망을 풀어낸다. 처음에 읽다보면 이런 접근이 너무나 단순한 접근법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복잡성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단순하게 풀어내는 것을 쉽게 동의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들은 상당히 설득력을 가진다. 이것이 절대적인 이유라고 강하게 단정하지 않는다. 이런 경향이 크다고 주장하며, 이런 경향이 큰 이유는 바로 진화론적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지만, 사회학에서 진화론적 관점이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상당히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진화론이라는 관점을 통해서 대다수의 소비현상을 설명하고 있지만, 진화론적 관점이 통섭이라는 현대 학문의 흐름에 중요한 역활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부분에서 저자의 격한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이 보인다. 종교와 자기계발에 관련된 부분을 비판하면서 글 속에서 상당히 격한 감정을 보여준다. 진화론을 공격하기에 바쁜 종교 단체를 향한 공격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종교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진화론에 대한 자신의 확실한 믿음을 표출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다른 부분과 다르게 저자의 감정이 너무 솔직하게 드러나서, 저자의 자신의 연구에 대한 확신이 더 재미있게 다가오게 만든다. 진화론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부분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이 책은 소비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을 다순하면서도 쉽게 설명해 준다.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며, 그의 설명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소비본능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고, 단순히 소비자의 입장에서라면 자신의 소비 본능에 대해서 정당한 이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단순히 절제해야 될 욕망이 아니라 우리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진화론적 본능과 요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이유를 가지고 자신의 무절제한 소비를 정당화해서는 안되겠지만... 하지만, 무엇보다 신선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책이 생물학의 영역에서 크게 머물러 있던 진화론적 관점을 사회학적 영역으로 끌어 왔다는 것이 아닐까? 학문의 통섭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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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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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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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부정의함에 분노해서 인지 한 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적이 있다. 저자가 활동하는 본 무대인 미국에서 보다, 우리나라에서 팔린 그의 책 양이 더 많다는 사실은 그 만큼 제대로 된 사회 정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하게 이것이 정의고 저것이 부정의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의를 판단하는 철학적 논리가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의의 가치관을 보여준다.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사례로 들면서 설명하는 이 책은 정의가치가 어떤 절대적인 가치로 한번에 정의할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다양한 정의에 대한 관점이 존재하고, 그 차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가끔은 이것이 정의다 부정의다라고 주장하는 어떤 것들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어떤 때는 전혀 정의롭지 못한 것 같은데, 다수가 말했다는 이유로 그것이 옳은 것이 되는 것을 가끔 우리는 본다. 그 당시는 군중심리에 의해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들이 잘못 되었는지 깨닫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것의 이면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되는 것이다. 다수의 폭력에 의해서 정의가 정의되기도 하는 정의롭지 않는 현실. 그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의관이라는 것이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의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마치 대단히 정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어떤 불의에 대해서는 참지 못하지만, 자신의 작은 불의에 대해서는 쉽게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형태를 우리는 자주 보인다. 그렇게 나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무한 도전" 멤버들이 유료 콘서트를 한다고 했을 때 쏟아내는 이상한 정의관과 분노가 왜 부패한 정치인과 기업인들에게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것일까? 인간은 어떤 때는 신념에 가득한 존재인 것 같지만, 사실은 쉽게 자신의 신념을 쉽게 바꾸어서 부정한 행동을 스스로 정당하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인간에게 신념이라는 것은 "굳게 믿는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뜻에 따라서 "새롭게 만드는 마음"인 것은 아닐까?

 

행동경제학자로 유명한 댄 애리얼리는 자신의 전공인 경제학이 아니라 심리학적 관점으로 재미있는 책을 써냈다. 사람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심리적 상태와 변화를 추적한 이 책은 우리가 저지르는 부정행위에 대해서 통찰력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이 책의 처음부터 저자는 우리 인간의 불안정성을 냉철하게 파고 들어간다. 이 책을 펼치고 내가 했던 사소한 부정 행위에서부터 많은 죄책감에 시달렸던 부정행위를 떠올리며 부끄러움에 읽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나의 정의관이 얼마나 갈대와 같았던 것인지를 거울로 보는 것 같다. 나의 부정행위에 대해서 얼마나 스스로 정당화해 왔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이런 반성이 끝나고 나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에 대해서 재미있는 접근들이 눈에 들어 온다.

 

저자는 책의 초반부터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직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고 말한다. 사람은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질러서 얻는 이득과 동시에 스스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으로 볼 수 있도록 자기 합리화를 한다고 한다. 즉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점, 즉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현실 내에서 부정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받은 호의를 돌려주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고 한다.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는 이기적인 인간만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도 호혜적인 부정행위를 하는 인간의 다른 면이 보여진다.

 

뿐만 아니라 어떤 요건에서 부정행위가 늘어나고, 어떤 조건에서 부정행위가 늘어나는지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짝퉁을 착용했을 때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창의적인 사람들이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부분이다. 창의적이라고 추앙받지만, 인간성이나 때론 그의 도덕성이 그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많은 원인을 이 책은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연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부정행위의 전염성이다. 누군가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그 사회의 구성원들 또한 그 부정행위를 모방하거나 따라하는 확률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전염성은 국외자 즉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의 일원이 아닐 때는 오히려 더 도덕적으로 바뀐다고 하다. 내국의 같은 범죄에 비해서 외국인의 범죄에 대해서 더 강한 도덕적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더 크게는 제노 포비아 같은 현상의 확대에 대한 근원을 설명하는 부분이라고 할까? 이 책이 보여주는 부정 행위에 대한 다양한 심리학 관점들은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도덕관에 대해서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만든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도덕적 정의적 논쟁들에 대해서 그것이 얼마나 감정적이고 자기 중심적인지를 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와 시선을 제공한다.

 

우리가 목말라하는 올바른 사회적의는 정의론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알고 이해하며, 올바른 관점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런 것이 부족해서 우리 사회가 부정의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부정의해서 우리 사회가 부정의 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부정행위의 전염성을 제대로 인식해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보다 남들이 한다고 자신의 부정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자신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것이 먼저지 않을까? 정의에 대한 철학적 도덕적 논쟁보다 부정행위를 정당화하는 우리의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 책은 그런 이해의 시작에 길잡이를 제공하는 유용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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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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