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 독방의 문제 동서 미스터리 북스 55
잭 푸트렐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뒤의 해설을 읽어보니 푸트렐의 작품 중에는 잃어버린 것이 많다고 한다. 왜 이 말을 먼저 하냐면, 아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반응이 이 책에 대한 내 느낌을 직접적으로 대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푸트렐은 타이타닉과 함께 역사속으로 가라앉은 수많은 누군가의 남편 중의 한 명이었다고 한다. 만약 그 때 그가 죽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에 있어 훨씬 더 중요하고도 대중적으로 이야기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의 작품은 코넌 도일의 작품보다 정교하다. 고전미스테리 특유의 추리하는 잔재미가 훌륭하다. 다만, 코넌 도일의 홈즈-왓슨 커플(이라고 하는 게 옳다;;)에 비해, 푸트렐의 사고기계 도젠-신문기자 해치 콤비(라고 하는 게 맞다;;)의 앙상블은 헐거운 편이다. 무엇보다도 김전일의 단짝 미유끼에 비견될 만한 해치의 능력과 아량은 훌륭한 조수의 귀감이 될 만하지만, 그를 탐정과 함께 한 세트로 묶어 기억할만큼 인상적이지는 못하다. 예를들어 네로 울프와 함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아치 굿윈을 생각해보라. 조수가 튀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 탐정을 까대야 한다. (농담이다) 어쨌든 더 없이 괴상한 도젠교수에 비해 해치는 너무 얌전하고 순종적이다.

표제작인 13호 독방의 문제는 단편의 명작중의 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수록된 작품들에선 다소 편차가 느껴지지만, 버릴 작품은 없다. 이 장을 채 읽기도 전에 다음 장을 넘겨 보게끔 하는 힘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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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의 거미 블랙 캣(Black Cat) 4
아사구레 미쓰후미 지음 / 영림카디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돌 속의 거미]는 일본 추리작가 협회 수상작으로, 우리나라 방송국들의 연기대상과는 달리 상의 무게가 꽤 만만찮게 얹힌 수작이었다. 특히나 주인공이 '소리'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지를 묘사한 부분은 기가 막힌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 냈지?'하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달까. 그런 뛰어난 묘사력을 바탕으로, 책은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독자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이 책은 논리로 중무장된 편은 아니다. 비약과 우연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럼에도 그 리듬감과 속도감을 잃지 않는다. 그것은 모두 섬세하고도 기묘한 묘사의 힘이다. 그리하여 소리의 묘사가 추적과 함께 끝나고, 문제의 실체와 맞부딪히는 순간의 허탈함은 당연했지 않았나 싶다. 용두사미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우동을 먹다가 실수로 면을 씹지 않고 후루룩 넘겨 버렸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책 전체로 보았을 때, 앞 부분의 묘사에 빠져드는 것만으로도 읽은 수고는 보상받을 수 있었다.

 한 마디 더.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환상소설이다. 그 편이 즐기기에 더 편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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