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이번에 새로 이전한 부산 영화의 전당(구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새롭게 개관기념 영화제를 하고 있다. 근데 문제는 이게 상당히 무시무시한 수준이라는 거. 세계영화사를 망라한 100편의 걸작에 배우, 감독들이 추천한 50편의 영화까지. 한 마디로 말해서 지금까지 영화를 거의 안봤던 사람이라도, 이 목록만 본다면 "나 영화 좀 봤음~"하고 어깨에 힘 좀 줄 수 있는 리스트라는 게 문제다(개인적으로는 이런 목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을 경멸하지만 말이다). 약간 과장과 농담을 보태서 부산에 이사가고 싶을 정도다.
꼭 농담만은 아닌게, 나중에 살아야 할 도시를 골라야 할 때가 온다면,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괜찮은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라는 조건부터 고려할 것 같다(물론 이대로 살다가 죽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 서울도 CINDI도 있고, 독립영화제도 있고, 여러 자잘한 영화제들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영화제 끝판왕은 아무래도 부산영화제니까. 엘지도 엉망진창인데, 이참에 롯데로 개종하여 넘어가면 거의 완벽한 조건이 되겠지.
아휴..일단 아쉬운 마음을 이번주부터 서울 시네마테크에서 하는 로버트 알트만 전에서 몇 편 건지는 걸로 달래야겠다. 딴 건 몰라도 <캔자스시티>나 <내쉬빌>은 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