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완전판)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6월
평점 :


고백하건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 캐릭터 푸아로 탐정이 등장하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33편이나 되는 작품 중에 단 한편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 다시 생각해도 놀랍다. 더더군다나 영화화까지 되어 꽤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 1934》,《ABC 살인 사건, 1936》,《나일강의 죽음, 1937》,《죽음과의 약속, 1938》,《백주의 악마, 1941》같은 작품들도 읽은 기억이 없다. 아마 나의 학창 시절에는 푸아로보다는 미스 마플이 더 친숙했나 보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TV시리즈 [제시카의 추리극장]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지독한 무더위로부터 셜록 홈즈 만큼이나 매력적인 탐정인 푸아로를 소개받은 셈이니 '땡큐'다. 뚱뚱한 땅딸보에다 '자기애'에 사로잡혀 있고 강박처럼 정리된 상태를 좋아하며 불어를 불쑥불쑥 내뱉는 벨기에인, 셜록 홈즈와는 달라도 많이 다른 독특한 캐릭터이다. 1926년에 발표된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서는 푸아로가 탐정업계에서 은퇴했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조용히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이 명탐정에게 애크로이드가의 숙녀 플로라가 찾아온다. 자신의 숙부 애크로이드 씨가 살해된 체로 발견되었는데 자신의 약혼자이자 죽은 애크로이드의 양아들인 랠프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명불허전이라고 은퇴한 푸아로의 카리스마에 애크로이드 가 사람들은 압도당한다. 하지만 서서히 범인을 압박하는 이 노련한 명탐정은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속시원히 사건의 전개 과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 소설의 화자이자 셜록 홈즈에게 있어 왓슨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세펴드 의사에게도 말이다. 그리고 영화 [세븐], [식스 센스] 등과 버금가는 역대급 반전이 펼쳐지는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작가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후에 작가 자신이 선정한 베스트 10에 포함될 만큼 정교한 짜임새가 돋보인다. 발표 당시 '보이지 않는 범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독자를 속였다는 비난이 있었다는데, 이미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1995]를 경험한 현 시대에는 불필요한 소란이라고 생각된다. '회색 뇌세포(The Little Gray Cells)'를 활용하는 세계 3대 명탐정 중 한명인 푸아로의 쫄깃쫄깃한 솜씨는 그의 또다른 모험 속으로 손짓한다.

 

<에르퀼 푸아로(Hercule Poirot)>

특이한 용모의 소유자로 키는 5피트 4인치(약 163cm) 정도로 작으며 언제나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계란형 머리에 고양이처럼 빛나는 녹색눈, 왁스로 딱딱하게 만든 콧수염은 에르퀼 푸아로의 트레이드 마크다. 항상 정중하고 위엄스러운 태도를 지니며 열렬한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호박 재배와 다 탄 성냥을 모으는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뱃멀미가 심하여 멀리 이동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옷의 먼지 하나를 총알보다 더 큰 고통으로 여기며 질서와 방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지나치게 깔끔한 성격탓에 집 안의 모든 물건은 모두 사각형으로 되어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영국으로 망명해 사립탐정 일을 시작했다.

탐정으로서 자신을 프랑스 인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벨기에 인이야" 라고 말하는 게 그의 말버릇이다. 왁스로 딱딱하게 만든 자신의 자랑거리인 콧수염을 구부러트리며 "저는 에르퀼 푸아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명탐정이죠" 라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어딘가 유머스럽고 미워할 수 없다.

'현장에 나가 여기저기 조사하는 것은 어린 시절의 귀신 놀이와도 같다' 라는 말 그대로 의뢰인의 이야기를 의자에 앉아 조용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회색 뇌세포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푸아로가 등장하는 작품 목록>

1920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에르퀼 푸아로, 아서 헤이스팅스, 수사반장 제프
1923 《골프장 살인 사건》 에르퀼 푸아로, 아서 헤이스팅스
1926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에르퀼 푸아로
1927 《빅 포》 에르퀼 푸아로, 아서 헤이스팅스, 수사반장 제프
1928 《블루 트레인의 수수께끼》 에르퀼 푸아로
1932 《엔드하우스의 비극》 에르퀼 푸아로, 아서 헤이스팅스, 수사반장 제프
1933 《에지웨어 경의 죽음》 에르퀼 푸아로, 아서 헤이스팅스, 수사반장 제프
1934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에르퀼 푸아로
1935 《3막의 비극》 에르퀼 푸아로, 새터스웨이트 씨
1935 《구름 속의 죽음》 에르퀼 푸아로, 수사반장 제프
1936 《ABC 살인 사건》 에르퀼 푸아로, 아서 헤이스팅스, 수사반장 제프
1936 《메소포타미아의 살인》 에르퀼 푸아로
1936 《테이블 위의 카드》 에르퀼 푸아로, 레이스 대령, 배틀 총경, 아리아드네 올리버
1937 《벙어리 목격자》 에르퀼 푸아로, 아서 헤이스팅스
1937 《나일강의 죽음》 에르퀼 푸아로, 레이스 대령
1938 《죽음과의 약속》 에르퀼 푸아로
1938 《푸아로의 크리스마스》 에르퀼 푸아로
1940 《슬픈 사이프러스》 에르퀼 푸아로
1940 《하나, 둘, 내 구두에 버클을 달아라》 에르퀼 푸아로, 수사반장 제프
1941 《백주의 악마》 에르퀼 푸아로
1942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에르퀼 푸아로
1946 《할로 저택의 비극》 에르퀼 푸아로
1948 《밀물을 타고》 에르퀼 푸아로
1952 《맥긴티 부인의 죽음》 에르퀼 푸아로, 아리아드네 올리버 
1953 《장례식을 마치고》 에르퀼 푸아로  
1955 《히코리 디코리 독》 에르퀼 푸아로
1956 《Dead Man's Folly》 에르퀼 푸아로, 아리아드네 올리버
1959 《비둘기 속의 고양이》 에르퀼 푸아로 
1963 《시계들》 에르퀼 푸아로
1966 《세 번째 여자》 에르퀼 푸아로, 아리아드네 올리버
1969 《핼러윈 파티》 에르퀼 푸아로, 아리아드네 올리버
1972 《코끼리는 기억한다》 에르퀼 푸아로,아리아드네 올리버
1975 《커튼》 에르퀼 푸아로, 아서 헤이스팅스

- 다음 카페 '미스터리 클럽'에서 빌려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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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무 2015-07-2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정말 잘쓰십니다.감격 문체가 쉽게풀려 읽혀요.정말 많은책읽으셨네요 제자신이 부끄러워요 abc살인사건은 저도 읽어봤는데 범인 맞추기 역시나!@*#빗나갔네요 새네기 독서인으로서 존경합니다~~~~^^

호서기 2015-07-22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론왕님 반갑습니다. 근데 지나친 과찬이십니다. ^^

transient-guest 2015-07-23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스 마플을 이 시리즈로 처음 접했어요. 크리스티라고 하면 그저 에르큘 포와르만 알았는데, 미스 마플도 있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부부가 주인공으로 나온 책도 있네요. 지금 79권 시리즈를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저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잘 쓴 리뷰라고 생각됩니다.ㅎ ABC를 첨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ㅎ

호서기 2015-07-23 15:40   좋아요 0 | URL
제 서재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서재를 보고 감동받았던 적이 많았는데 직접 방문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호서기 2017-06-15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 당시 너무나 획기적인 결말로 인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추리 소설계에 거대한 충격을 가져온 작품. 많은 이들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제치고 이 작품을 그녀의 최고 걸작으로 꼽고 있다!

“너무나 잘 쓰여진 탐정물.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데, 위대한 탐정 에르퀼 푸아로만은 미스터리를 풀어낸다.” _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