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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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른들은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다. 이후 어른이 되어서는 낯선 사람 외에도 낯선 사람의 호의 역시 함께 주의해야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몇몇 범죄 드라마에서는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인물들이 꼭 범죄의 대상이 되어 시체로 발견되고 범인의 표적이 되어 쫓기곤 했다. 조심하는만큼 안전해진다면 좋으련만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소설 <소포> 읽으면 피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나기 마련인 듯 했다.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었던 작가는 저작권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했으나 2006년부터 사이코 스릴러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왜 장르물 작가가 되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써 온 작품들은 <테라피>,<눈알수집가>,<차단>,<영혼파괴자>,<내가 죽어야 하는 밤> 등 차가운 느낌의 섬뜩한 제목들이 붙여져 출판된다.

어린 딸의 눈으로 보자면 변호사인 아빠는 엠마에게 애정이 없는 인간이었다. 밤마다 혼자 잠든 방에 나타나는 무서운 괴물, 아르투어 때문에 무서워하는 딸에게 "당장 꺼져"라는 말을 내뱉는 아빠라니. 게다가 무서움에 떨고 있는 딸보다 남편을 달래기 바쁜 엄마까지. 둘째를 임신한 엄마에게 아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결국 유산하고 말았지만 엠마에게도 애정을 쏟지 않는 부부가 둘째, 셋째 아이는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을까.

 

 

28년 뒤, 엠마 슈타인은 정신과 의사로 성장했다. 연방범죄수사청의 범죄심리학자인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고 공사중인 집을 두고 세미나를 핑계로 근처 호텔에 투숙 중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창녀들을 무참하게 성폭행한 후 머리카락을 빡빡밀고 결국 죽여버린 연쇄살인범에게 엠마가 걸려 버린 것. 아이는 유산되고 삶은 엉망이 된 채 정신병동에 갇혀 아버지처럼 존경해온 콘라트 루프트와 상담을 진행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투숙했던 호텔엔 1904호가 없었지만 분명 엠마는 그곳에서 성폭행 당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절친 실비아조차 엠마의 두려움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 그 미친놈이 다시 찾아와 그날 밤 끝내지 못한 일을 하려고 나타날까봐 무서워하고 있다는 점까진 알 수 없었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은 엠마에겐 도리어 독이 된 경우가 아닐까. 자신도 과대망상에 빠진 환자들을 수없이 치료했기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했다.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집에 혼자 남겨진 그녀는 익숙한 사람, 익숙한 일 외엔 일체 거부했는데, 그간 다정했던 우편배달부 살림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으며 연락이 되지 않는 이웃집 소포를 좀 맡아달라며 두고가면서부터 긴장감은 시한폭탄이 되어 초를 거꾸로 재기 시작한다. 59!58!57!56!55!....

존재하지 않는 방에서 성폭행 당했던 그녀에게 맡겨진 소포는 살지 않는 사람의 이름이 적힌 익숙한 주소. 노부인이 살고 있는 집에 낯선 남자의 소포가 도착했다. 용기를 내어 그 집에 들어갔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렸고 가발을 발견했다. 그가 이발사라 불리는 살인범일까.

 

낯선 남자의 이상행동의 이유, 남편과 친구의 불륜, 남편의 또 다른 비밀, 남편동료의 호의, 믿고 존경했던 콘라트의 정체,그 옛날 엄마 아빠에게 일어났던 일에 누군가가 개입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삶은 완전히 엎어졌다. 하지만 진실이 다 밝혀진 뒤, 그녀는 새 삶을 살 기회를 얻었다.

 

불행이 이처럼 한 순간 쓰나미처럼 밀려와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면 살 수 있을까. 그냥 혼자 미친년인 상태가 오히려 덜 불행했을까. 알기 전에도 알고 나서도 불행했을 그녀의 상황이 소설 속 이야기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책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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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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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삼색 고양이가 등장하는 <고양이의 크기>라는 책으로 처음 그 이름을 알게 된 '서귤'작가가 이번에는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라는 상큼한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 라이언과 어피치를 제일 좋아하는 나에겐 정말 맞춤북 같이 느껴져 애정이 뿜뿜 샘솟는다. '고양이를 먹여 살리려고 회사에 다닌다'라는 소갯글마저 같은 집사 입장으로 공감 100%인 책. 제철과일인 복숭아를 책을 통해 만난 여름, 덥지만 마음만은 시원해지는 에세이 한 권을 후다닥 읽었다.

 

어피치는 누구지? 재미나게도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은 드라마 캐릭터처럼 고유의 이름 외에도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성격은 어떤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가 오픈되어 있다. 마냥 귀엽게만 그려진 캐릭터가 아니란 거다. 신비의 시크릿 포레스트의 복숭아 농장에서 태어난 어피치는 유전자 변이로 자웅동주가 된 사실을 알고 나무에서 탈출!장난기와 급한 성격 탓에 친구들의 경계대상이기도 하지만 발그레한 볼이 매력적인 귀요미 캐릭터다. 순하게만 보였던 어피치의 사연을 알고 보니 또 달리 보인다.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서 방귀 뀔때 행복하다는 수줍은 고백부터 너무 많이 사랑해서 탈이라는 푸념, 팝콘을 닮은 벚꽃을 보면 배가 고프다는 비밀까지....솔직하게 털어놓는 작가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물론 어피치의 얼굴을 빌려 하는 고백이라지만 보통 '사랑'에 관한 에세이는 달콤함과 '이별'의 씁쓸함이 함께 담긴 반면 마치 소녀의 첫사랑을 살짝 구경하듯 핑크빛 무한 긍정의 단어들로 채워져 있어 서귤작가+어피치의 콜라보 에세이는 달달하기만 하다.

 

355도나 되는 시야각을 가지고 있는 앙고라 토끼가 되고 싶다고 앙탈부리는 페이지에서는 엉뚱함을, 몇 번 굴렀다고 바닥이 갈라졌을까?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서 고민 중인 모습, 하루종일 짝짝이 구두를 신고 다녔다는 사실을 퇴근 후 집에 와서야 알게 된 것만 봐도 성격이 대충 보인다. 실제로 이런 후배들이 주변에 몇몇 있는데, 사회물을 좀 더 많이 먹는 내겐 그 애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를 읽다가 그 애들의 얼굴이 하나씩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읽는 내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약간은 부끄러운 고백도, 힘든 날의 모습도, 기대하는 일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현실...이 모든 일들이 참 뽀송뽀송하게 담겨 있어서 예쁘게 읽히는 에세이다. 우울할 틈도 실의에 빠지거나 누군가를 탓할 마음도 일지 않는 아주 착한 에세이.

 

여덟 캐릭터 중 딱 두 권을 읽었을 뿐인데, 다음 권이 기대되는 까닭은 출판사에서 어쩜 이렇게 캐릭터와 딱 맞는 작가들을 골라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나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캐릭터는 누구이며 어떤 작가가 그 캐릭터를 생활에 녹여낼지 너무 궁금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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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통이(정세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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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이버 '동물공감'을 통해 한 편씩 소개되던 이야기가 너무나 감질맛나서 책을 재빠르게 구매해버렸다. 고양이 여섯 마리의 집사에게 '고양이 여덟마리와 함께 산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상'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매력적이었으므로.

 

나만 그런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알고 보니 인기가 많았던 <<고양이 여덟마리와 살았다>> 는 이미 SNS 팔로워가 42000명, 시골집과 마당을 오가며 살고 있는 노란 고양이 여덟마리의 인기가 이토록 높을 줄이야.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책 표지만 보고서도 웃음이 팡 터져버렸다. 박스 안에 노랑노랑한 고양이들이 제각기 다른 눈을 하고 사람을 보는 표정이 너무 리얼했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 길이는 짧았지만 책 두께가 두꺼운 점 또한 신나는 일이고. 그만큼 들여다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이므로.

 

분명 도시생활을 접고 가족 모두 전남 시골로 이주했을 때 '고양이'는 계산에 없는 식구였다. 하지만 강아지만을 반려하고 있던 가족에게 시골 고양이와의 묘연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삿짐을 내리고 있는데 완전 개냥이인 고양이가 나타났고 너무 붙임성이 좋아 마당 한 켠에 밥을 주며 살피게 되었는데 '미미'라고 이름까지 지어진 녀석이 일곱마리의 새끼를 한 달 뒤에 낳아버렸기 때문이다.

 

어미와 달리 사람을 경계하면서도 강아지풀 하나에 우르르 몰려드는가 하면 작가의 반려견을 괴롭(?)히고 창호지 문에 냥발을 박아 결국엔 뚫어버리기까지....이 시기의 아기 고양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또 호기심은 얼마나 많은지....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림을 보면서도 거기에 상상을 더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귀여움은 분명 배가 되고 웃음 역시 두 배, 세 배가 될 듯.

 

미미는 아기 고양이 일곱을 훌륭하게 키워놓고 밥터를 남겨두곤 떠났다. 다행히 형제들이 많아 사람들이 주는 밥을 먹으면서 지붕에도 올라가고 나무도 타고 강아지도 놀리면서 행복하게 지냈다. 사료 소리에 우다다 집합하는 모습도 귀엽고, 사냥 기술을 익히면서 형제들끼리 물어뜯는 모습도 고양이들을 키우며 봐왔던 모습이라 낯설지 않았는데, 땔감 나무를 캣타워처럼 이용하는 모습은 시골 고양이만의 특혜가 아닐까. 이런 자연스러움이, 한가로움이, 전원적이면서도 매우 평화로워보여서 참 좋았는데, 이제 고양이는 세마리만 남았다.

자연의 섭리겠지만 어른이 되면서 각자의 영역을 찾아 떠났고 그나마 남은 세마리마저 서열 겨루기에 돌입했다. 뭉쳐 지내던 형제가 남인듯 생활하게 된 것은 그림으로 봐도 참 슬프다.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고양이 수가 줄고 난 뒤, 고양이 급식소가 차려졌는데, 동네 시골냥이들이 오가며 배고픔을 달래고 가는 방앗간으로 거듭났다. 아기 고양이를 데려온 삼색냥부터 얼룩 고양이, 고등어, 블랙이, 눈 밭을 뚫고 온 어미냥이까지.....독립적인 성격 덕분에 다른 고양이들이 먹을 기회가 주어졌으니 반드시 나쁜 일이라고만을 할 수 없지만 줄곧 봐온 여덟고양이의 이별은 아쉬움이 남는다. 많이많이. 그만큼 보는내내 애정이 깃들여져 버렸나보다.

책을 보는 내내 웃을 일이 많았다. 즐거움이 가득했고 간혹 다가오는 고양이들과 함께 책장을 넘겨가면서 마지막장까지 즐겁게 읽었다. 보너스 트랙에 실린 할머니와 고양이 이야기도 눈물을 살짝 적실 내용이었지만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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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 - 15년간 1,500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한 기적 같은 이야기
유주연 지음 / 비타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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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보면 모든 날들은 평범했다.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어떤 날도 특별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로 인해 완성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므로....... 바쁘게 살아가던 중에도 분명 고양이와 마주친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바빴고 원래 관심을 두는 일 외엔 무관심한 편이라 스쳐지나가는 고양이들을 유심히 본 적이 없었던 듯 싶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 멀리 주차된 차 아래에 누워 있는 고양이 실루엣에도 마음이 심쿵 거린다. 반가워서 그렇고 걱정되서 그렇다.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을 읽어보니 유주연 대표도 그런 사람인 듯 싶다. 15년간 1500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하고 그 치료비로 13억을 쓴 여자의 속은 까뒤집어보지 않아도 알만하지 않은가.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던 그 길을 스스로 선택한 그녀에게 박수와 한숨을 보태면서 그 일상을 들여다보자.

 

대한민국은 동물복지가 법적으로 미흡한 나라다. 법적으로만 미흡하다면 미안한 마음이 덜할텐데, 사회문화적 인식 역시 낮다 . 그래서 개를 구조하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이웃의 눈치를 보면서 지켜내야하고 때로는 큰 소리로, 때로는 달래고 부탁하며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해야만 한다. 대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왜 이 일을 하세요? 언제부터 하셨어요?"라는 질문에 "그러게요"하며 웃는다는 그녀는 내공 15년 차 구조자다. 고양이 보호소 '나비야 사랑해'의 대표지만 고양이 외에도 강아지 구조 역시 마다하지 않았다. 2~3분 간격으로 울리는 SOS콜에, 1:1 매칭 기부 프로젝트인 '나비야 이리온 희망이 프로젝트'까지 이끌어나가려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듯 하지만 고양이에게서 더 위로를 받고 있노라고(P36) 고백하고 있다. 아, 이 맘 너무 잘 안다. 고양이에 대해서 1도 몰랐던 나 역시 현재는 반려고양이 여섯과 임시보호중인 고양이 한 마리를 돌보고 있다. 길고양이들을 위해 매달 일정량의 사료와 간식을 주문하고 혹시 아픈 녀석이 있을까봐 영양제를 구매하며 살게 될 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는 것 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들로부터.

 

책을 첫 페이지를 넘기는데 일단 추천사가 어마어마했다. 카라 대표 임순례 영화감독, 인피니트 엘, 이용한 작가, 김영신 동그람이 대표, 국회의원까지....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사람들이 쓴 추천사 속엔 그녀와의 인연을 엿볼 수 있는 사연들이 드러나 있고 15년간 고양이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도 인연의 탑을 견고히 쌓아왔음을 짐작케 한다.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에게 '나비야 사랑해'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나조차도 매년은 아니지만 간헐적으로 '나비야 사랑해'의 달력을 구매하고 있고, 모아둔 해피빈을 몽땅 털어부은 적도 있다. 입양이 끝이 아니고 학대하는 사람이 완전히 근절된 것도 아니며 쓰레기 봉투를 뜯는 배고픈 길고양이들이 여전히 도처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나비야 사랑해'는 하나의 버팀목이자 희망의 씨앗일 수 밖에 없다. 멀리서 작은 응원만 보태지만 계속 좋은 일을 이어나가주길 바라고 있다.

 

미국 유학시절 만난 고양이 '미야'와의 인연으로 시작해 1500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하기까지 그 험난한 여정을 말로 다 풀어서 무엇하랴. 가장 가까운 가족인 엄마로부터 그녀가 들은 말은 "세상에 고양이라는 동물은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였다는데. 그랬던 엄마가 이젠 길고양이 밥을 챙기고 며칠 보이지 않으면 당장 전화가 올 정도라니.......고양이의 힘이라고 해야할 지 꿋꿋하게 소신대로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녀의 힘이라고 해야할지.....! 이런 변화야말로 감동이 아닐까.

 

조이, 쵸키, 피오니, 우동이, 국수, 치치, 심바, 삼식이, 코롱이, 산성이, 행주.....책 속에 등장했던 개와 고양이의 이름을 조용히 한 번씩 불러본다. 묘생역전을 해서 잘 살고 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너무 빨리 별로 돌아가버린 녀석들도 있지만 그들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이므로. 뉴스의 사회면을 보다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없는 어른'이라 미안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구조된 아이들의 사연이 실린 책을 읽으면 '사람인 것이' 한없이 미안해진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소분된 사료 봉투를 들고 집을 나선다.

 

크게 세상을 바꿀 힘은 없는 소시민이지만 이런 우리가 내는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게 국회가 일을 좀 해줬으면.......경제도 살리고 답답한 사람들 숨통도 좀 틔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동물복지를 위해 힘써주기를. 책을 읽고나니 이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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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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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앞부분을 무료로 보다가 종이책으로 끝까지 읽게 된 소설 <<브링 미 백>>. 글 중반부터는 작가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느낌이 살짝 났다. 의미는 여주인공의 비밀을 너무 빨리 눈치채버렸다는 뜻이다. 사랑했던 남자를 속이는 여자가 품은 진실. 잔인한 범죄소설은 아니었지만 러시아 인형이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스릴러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점 하나 찍었다고 전처를 몰라본 유명한 드라마처럼 이 소설 역시 사랑하는 여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점 하나 찍지 않았지만. (약간 스포일러적인 고백을 하자면)

이야기는 핀이 레일라를 잃어버리면서부터 시작된다. 12년 전, 레일라에게 한 눈에 반해 연인이 된 핀은 여행을 다녀오던 길에 휴게소에서 혼자 내렸고 돌아왔을 땐 차 안에 레일라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게 모든 진실을 다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엘런에게 프로포즈하려는 시점에 레일라가 나타났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이웃의 눈에 띄기도 했고 둘만 아는 인형을 주변에 두고 가기도 했으며 심지어 메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하필 엘렌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된 이때.

 

더 큰 문제는 엘렌이 과거 동거녀였던 레일라의 친 언니라는 사실. 어떻게 수습해야할까? 정말 사랑하는 쪽은 언니인가? 동생인가?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나? 애초에 그의 인생에서 사라지긴 했던 것인가? 왜 12년 간 숨어지냈나? ...... 많은 의문들이 핀의 머릿 속을 스쳐 독자의 머릿 속으로 스며든다.

 

핀이 레일라에게 꽂혔던 때도 그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부유하고 예의바른 남자. 금융업계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뭐든지 해결해주는 형 해리와 함께 있던 핀의 눈에 보호가 필요한 열 아홉의 가녀린 소녀가 보인 건 운명이었을까. 많은 인파 속에서 그녀를 찾아낸 핀은 바로 형과 함께 사용 중인 집으로 데려왔고 그들은 곧 연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레일라는 해리형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고 청혼하려는 핀에게 최근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음을 고백한다. 매너 있게 보였던 핀의 이면에는 주체하지 못하는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었는데, 그만 휴게소에서 폭발하고 만 것. 그 와중에 레일라는 실종되었고 기억은 흐릿해졌다. 자신이 그녀를 해쳤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12년간이나 안고 살아왔는데, 이제 레일라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의 언니에게 청혼하려는 바로 이 때.

 

타이밍 굿. 좀 더 옥죄어오는 레일라의 속셈은 무엇일까. 그를 사랑해서 돌아온 것일까. 언니와의 결혼을 망치기 위해 돌아온 것일까. 핀이 선택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엘런마저 사라져버렸다. 레일라가 데려갔다고 생각한 그는 자매가 살던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떻게 그를 만나게 되었으며 왜 도망쳐 숨었고 하필 지금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게 되었는지 다 듣게 된다. 모든 비밀이 풀렸지만 소설은 너무나 슬프게 끝나버렸다. 궁금증이 다 풀리면 시원할 줄 알았건만 가슴에 얹힌 무언가가 쑥 내려가지 못한 채 여전히 걸려 있는 느낌이 든다.

 

사실 소설 중반을 넘어서면서 살짝 결말이 예상되었기에 나름 편안한 마음으로 읽고 있었는데, 이렇게 안타깝게 끝나버릴 줄이야. 대신 읽는 동안 장면장면이 머릿 속에 그려질만큼 영상미가 뛰어난 소설이라 꼭 영화로 다시 한 번 더 보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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