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 - 15년간 1,500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한 기적 같은 이야기
유주연 지음 / 비타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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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보면 모든 날들은 평범했다.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어떤 날도 특별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로 인해 완성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므로....... 바쁘게 살아가던 중에도 분명 고양이와 마주친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바빴고 원래 관심을 두는 일 외엔 무관심한 편이라 스쳐지나가는 고양이들을 유심히 본 적이 없었던 듯 싶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 멀리 주차된 차 아래에 누워 있는 고양이 실루엣에도 마음이 심쿵 거린다. 반가워서 그렇고 걱정되서 그렇다.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을 읽어보니 유주연 대표도 그런 사람인 듯 싶다. 15년간 1500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하고 그 치료비로 13억을 쓴 여자의 속은 까뒤집어보지 않아도 알만하지 않은가.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던 그 길을 스스로 선택한 그녀에게 박수와 한숨을 보태면서 그 일상을 들여다보자.

 

대한민국은 동물복지가 법적으로 미흡한 나라다. 법적으로만 미흡하다면 미안한 마음이 덜할텐데, 사회문화적 인식 역시 낮다 . 그래서 개를 구조하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이웃의 눈치를 보면서 지켜내야하고 때로는 큰 소리로, 때로는 달래고 부탁하며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해야만 한다. 대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왜 이 일을 하세요? 언제부터 하셨어요?"라는 질문에 "그러게요"하며 웃는다는 그녀는 내공 15년 차 구조자다. 고양이 보호소 '나비야 사랑해'의 대표지만 고양이 외에도 강아지 구조 역시 마다하지 않았다. 2~3분 간격으로 울리는 SOS콜에, 1:1 매칭 기부 프로젝트인 '나비야 이리온 희망이 프로젝트'까지 이끌어나가려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듯 하지만 고양이에게서 더 위로를 받고 있노라고(P36) 고백하고 있다. 아, 이 맘 너무 잘 안다. 고양이에 대해서 1도 몰랐던 나 역시 현재는 반려고양이 여섯과 임시보호중인 고양이 한 마리를 돌보고 있다. 길고양이들을 위해 매달 일정량의 사료와 간식을 주문하고 혹시 아픈 녀석이 있을까봐 영양제를 구매하며 살게 될 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는 것 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들로부터.

 

책을 첫 페이지를 넘기는데 일단 추천사가 어마어마했다. 카라 대표 임순례 영화감독, 인피니트 엘, 이용한 작가, 김영신 동그람이 대표, 국회의원까지....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사람들이 쓴 추천사 속엔 그녀와의 인연을 엿볼 수 있는 사연들이 드러나 있고 15년간 고양이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도 인연의 탑을 견고히 쌓아왔음을 짐작케 한다.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에게 '나비야 사랑해'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나조차도 매년은 아니지만 간헐적으로 '나비야 사랑해'의 달력을 구매하고 있고, 모아둔 해피빈을 몽땅 털어부은 적도 있다. 입양이 끝이 아니고 학대하는 사람이 완전히 근절된 것도 아니며 쓰레기 봉투를 뜯는 배고픈 길고양이들이 여전히 도처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나비야 사랑해'는 하나의 버팀목이자 희망의 씨앗일 수 밖에 없다. 멀리서 작은 응원만 보태지만 계속 좋은 일을 이어나가주길 바라고 있다.

 

미국 유학시절 만난 고양이 '미야'와의 인연으로 시작해 1500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하기까지 그 험난한 여정을 말로 다 풀어서 무엇하랴. 가장 가까운 가족인 엄마로부터 그녀가 들은 말은 "세상에 고양이라는 동물은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였다는데. 그랬던 엄마가 이젠 길고양이 밥을 챙기고 며칠 보이지 않으면 당장 전화가 올 정도라니.......고양이의 힘이라고 해야할 지 꿋꿋하게 소신대로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녀의 힘이라고 해야할지.....! 이런 변화야말로 감동이 아닐까.

 

조이, 쵸키, 피오니, 우동이, 국수, 치치, 심바, 삼식이, 코롱이, 산성이, 행주.....책 속에 등장했던 개와 고양이의 이름을 조용히 한 번씩 불러본다. 묘생역전을 해서 잘 살고 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너무 빨리 별로 돌아가버린 녀석들도 있지만 그들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이므로. 뉴스의 사회면을 보다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없는 어른'이라 미안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구조된 아이들의 사연이 실린 책을 읽으면 '사람인 것이' 한없이 미안해진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소분된 사료 봉투를 들고 집을 나선다.

 

크게 세상을 바꿀 힘은 없는 소시민이지만 이런 우리가 내는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게 국회가 일을 좀 해줬으면.......경제도 살리고 답답한 사람들 숨통도 좀 틔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동물복지를 위해 힘써주기를. 책을 읽고나니 이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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