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1 : 김영현.박상연 대본집
김영현.박상연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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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좋은 소설을 발견하면 '영상으로 옮기면 참 멋지겠다'는 생각부터든다. 어쩔 수가 없다.
<뿌리 깊은 나무>를 읽으면서 영화? 연극? 드라마? 어느 쪽으로 각색되면 더 멋진 장면을 뽑을 수 있을까? 머릿 속으로 그려보며 참 행복했었다. 그만큼 멋지고 좋은 소설이었다. 이후 드라마 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대본 집필을 <대장금>의 이영현 작가가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밤잠 설레며 기대했었는데 오매불망 기다렸던 드라마는 완전 대박이었다.

 

물론 <대장금>,<선덕여왕>을 시청할 때와는 달랐다. 어떻게 될까? 하고 궁금증이 앞섰던 두 드라마와 달리 원작소설을 미리 읽어둔 탓에 스토리 라인은 이미 줄줄 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궁금해졌다. 이 드라마는.....!

 예전에 <내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집필한 김도우 작가가 인물들의 인생 이력서 같은 소갯글을 써 놓은 걸 읽은 적이 있었는데 <뿌리 깊은 나무>의 대본집에서도 이와 비슷한 부분들이 등장한다. 1권의 398페이지부터. 작가판 시놉시스라고 붙여진 스페셜 페이지 속에는 '기획의도','제작 방향','배경 노트'등이 수록되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조선은 이미 지나간 역사다. 최근 <밀정>이라는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나간 역사에 대한 해석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호기심을 갖는 것. 역사, 사람, 사건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그저 묵묵히 탐구하고 지켜보는 건 어떨까 싶어졌다. 마치 미술관에 걸린 좋은 그림을 감상하듯. 그 앞에 조용히 서서.

 조선 초, 새로 세워진 나라로 인해 혼란의 시기와 배반의 시절을 겪는 속에서도 사람들이 놓치 않았을 꿈. 매일매일의 삶을 먼저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대왕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게 된 이유', '왕의 글자창제를 반대한 세력의 고뇌' 를 각각의 입장에서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뿌리 깊은 나무> 이전의 사극 속에서 정도전이라는 인물은 입체적이지 못했다. 적어도 내겐. 그랬던 사람인데 한 나라를 건국하기 위해 그가 준비한 것들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들이었는지 사후에도 밀본이라는 조직으로 이어진 그의 정신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감탄하게 만든다. 조선의 어느 누구도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p397)라고 표현되어질만큼인 사내라면 그는 왜 역사 속 한 인물로만 그려졌던 것일까. 그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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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갖고싶어요 ㅡ아이템!^^ 드라마를 워낙 재미있게 봐서~^^

마법사의도시 2016-09-12 18:21   좋아요 1 | URL
총 3권입니다 ^^ 대장금 대본도 굉장히 재미나게 읽힌답니다~

[그장소] 2016-09-12 22:51   좋아요 0 | URL
아 ㅡ장금이 대본도있나요? 머..쪄요!^^ 지금 생각해도 멋진 사극였는데~ 이 작가 책도 워낙 탄탄한 구성이라 좋아해요!^^
 
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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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의 사건, 봉인해제!!!

'니시도쿄 생명의 전화'를 받고 있던 상담원 누마타 야에에게 이상한 전화가 한 통 연결되었다. 보통은 가슴속에 차올라 있는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위해 전화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반해 이번 전화는 달랐던 것. 물론 모든 통화의 결과가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죽음을 막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전화는 처음부터 묵음상태였다. 완전한 침묵. 그리고 이어진 노랫가락 하나.

 

'다~레마가 죽~였다...'(p15)

 

목덜미 털이 곤두설만큼 동요된 상태였지만 차근차근 자살 위험도를 판단하기 위해 탐문을 시작한 야에는 자살을 준비중이던 남자가 30년전 함께 놀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음을 파악하게 된다. 월요일부터 한 명씩, 다섯 명에게 걸었고 전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목을 매겠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과정으로 전화를 돌리고 있었던 것. 대체 무엇때문에 그는 30년 전의 동창들을 그의 자살 서바이벌에 불러 들이게 된 것일까.

 

15년 넘게 근무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하던 아버지가 남긴 엄청난 부채, 연이은 불행으로 그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고 오랜 친구들에게 차례차례 전화를 걸면서 다들 잘 살고 있는 것과 달리 자신에게만 삶이 가혹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알아버렸던 것. 어차피 죽으려고 했다면 타인의 삶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상관없어야하지 않았을까. 이 대목에서 남자의 망설임이 느껴졌으나 그는 사라졌다.

 

애초에 야에가 전화 자원봉사자로 일하게 된 것은 남편의 자살 때문이었다. 둘 사이의 아이를 잃고 나서 그녀는 홀로 남겨졌다. 그 남편의 고향이 바로 남자가 나고자란 곳이기도 하다면....이 인연은 악연일까? 우연일까? 남자가 목을 매달겠다고 했던 장소로 가 보았으나 시체는 없었고 스산한 기운만이 가득했다. 겨우 그의 이름이 다몬 에이스케인 것을 알아내고는 그와 통화 했던 친구들을 수소문하던 중 한 친구가 꽤 유명한 소설가인 고이치라는 것이 밝혀졌고 그는 직업상 예리한 감각을 발휘해 30여전 친구들과 자살하겠다는 말을 던져둔채 사라진 다몬 에이스케를 찾아나섰다.

 

기억속 동창은 여섯. 하지만 키워드는 그의 기억속에서 지워졌던 일곱 명째 아이의 존재가 끌어올려졌을 때 봉인해제 되었고 그동안 막혀 있던 그 시절, 그 사건을 다시 파헤쳐볼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30년이란 세월 속에 묻혀 있던 소년 연쇄유괴사건의 범인이 현직 경시청 경부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결국 범인이 소년의 어머니였고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다시 소설을 처음부터 읽는다면 애초에 모든 판은 펼쳐진 채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일곱명의 술래잡기>는 무서움보다는 참 슬픈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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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1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영원의 아이 ㅡ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네요 . 숨겨진 범인이 ㅡ엄마였다!는 ...
 
흉가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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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or  '무섭지 않다' 그 두가지 답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미쓰다 신조의 <<흉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남긴 소설이었다. 마지막 장을 향해 갈수록 '어라? 시리즈 물이었어? 왠지 마지막장에 <계속>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미완성작인가?' 라는 의구심이 들만큼 점층화되던 스토리가 갑자기 확 줄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풀어내야하는 미스터리의 분량에 비해 남아 있는 페이지가 너무 적었다. 하지만 결국 한 권 분량으로 끝났고 예상했던 답이 달려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훅 꺼져버렸다. 스믈스믈 올라오던 한기가.

 

8월 한 달간 읽었던 미쓰다 신조의 호러 소설 중에서는 처음 읽었던 <화가>가 가장 무서웠다. 사실은 이번에 읽은 <흉가>에 기대가 가장 컸음에도 불구하고. 먼제 골라놓은 소설 네 권 중 제목이 전하는 스산한 느낌 + '그것'의 등장. 공포감이 극대화되기 좋은 소재처럼 보여졌다. 그리고 이사한 새로운 마을에서 모두가 피하는 고립된 사연이 있는 집. <화가>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흉가>는. 게다가 마을이라는 곳 역시 어찌보면 하나의 큰 공간인데 마을 전체가 비밀의 공간이 된다면 옥죄어드는 기분을 한층 더 느끼게 만들지 않았을까....또 이 장르에 빼 놓을 수 없는 강렬한 반전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흉가>라는 소설을......!

 

아,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는 청소년기의 중학생이었다면 더 좋았을걸....!!! 주인공 히비노 쇼타가 초등학생임을 발견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아, 아쉽다!! 어릴적부터 불길한 기운을 느끼는 기묘한 감각, 육감이 발달했던 쇼타는 아버지, 어머니, 누나를 각각 위험스러운 상황으로부터 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가족 중 그 누구에게도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은 없었다. 그 상태에서 아버지의 전근으로 이사하게 된 곳은 '나가하시 촌'이라고 불리우던 '나가하시 마을'이었고 그들의 집은 주택가와 떨어진 산에 홀로 위치하고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을 짓다만 세 집터 사이에 네번째 집이자 완성된 유일한 집에 그들은 입주했다. 이곳에서 쇼타의 육감은 또 발동하기 시작했고 첫 번째 집, 두 번째 집, 세 번째 집은 각각 바닥없는 늪, 화재, 교수대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들이 사는 집에 또 다른 존재가 함께 살고 있었다. 막내 동생에게 접근한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히히노/히미코/킷코/타타에"였다. 반전은 이 이름에 있었고 그들을 쇼타가 만나는 순간, 가족을 몽땅 잃어버렸다. 한 순간에!!!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전은 마지막 문장에서 오픈된다.

 

"오빠, 어젯밤에 하네타란 이름의 양이 나왔어" (p325) 라는 모모미의 말을 마지막으로. 미쓰다 신조는 자신이 등장하는 '작가 시리즈', '집 시리즈','도조 겐야 시리즈' 등 시리즈물을 써 온 작가다. 이제 겨우 몇 권 읽은 것이 다지만 이 작가의 미스터리는 이유없이 잔인하게 도륙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아 안심이 된다. 잔상이 남아 꿈에까지 찾아오지 않는 미스터리 소설. 참 좋다. 다 읽고나면 딱 덮고 그 무서움을 잊어도 좋은 이야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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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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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화가>>를 읽고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였을만큼 이야기는 곱씹을수록 무서웠다. 그래서 다음 읽을거리로 준비해둔 <<노조키메>>를 연달아 읽을까? 잠깐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영화의 원작소설이기도한 <<노조키메>>는 <<화가>>에 비해서는 딱히 공포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p12  어떠한 계기로 인해 갑자기 나에게 닥칠지도 모른다

 

 

호러 미스터리 거장의 대표작이라는 <노조키메>는 마치 작가 미쓰다 신조를 주인공으로 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대학 졸업 후 출판사에서 미스터리와 호러에 관련된 다양한 기획을 진행하다가 단편 소설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게된 저자처럼 편집자 시절 부지런하게 괴담집을 수집하다 작가가 되었다는 소설속 화자에게 어느날 들려온 단어 '노조키메'는 불운의 전조였다.

 

소속없이 홀로 재야의 민속 연구자로 살아온 '아이자와 소이치'의 노트 한 권을 숨긴 나구모라는 인간은 '나'라는 주인공이자 화자인 인물을 찾아와 '노조키메'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지만 '나'는 노트를 원 주인에게 돌려보내버렸지만 기억에서 잊혀질만한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노트는 그의 손에 되돌아와 있었다. 아이자와 소이치가 타계한 후 선물로 보내어진 낡은 노트의 내용은 두 사람을 연결시킬 고리이기도 했다. 5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같은 장소에 들어가 같은 경험을 한 두 남자, 토쿠라 시게루 그리고 아이자와 소이치.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토쿠라 시게루

대학 4학년 시절 여름방학 알바를 k리조트가 있는 산에서 사이코, 카즈요, 유타로와 함께 일하게 된 시게루는 절대 산길로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주의를 듣는다. 하지만 알바생 중 카즈요가 그만 순례자 모녀에게 홀린듯 금지 구역에 들어갔다 오게 되고 곧 나머지 학생들을 이끌고 인적이 드문 폐촌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기억을 하지 못한 채 당황스러워했고 부락으로 이루어진 외딴 폐촌에서 느껴지는 괴이한 눈길을 피해 그들은 도망치듯 뛰어 산장까지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의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지켜보는 시선을 견딜 수 없어 먼저 돌아가던 카즈요와 유타로 중 유타로가 즉사하고 카즈요는 방에 틀어박혀 틈이란 틈은 다 막으면서 '그것의 시선'을 피하며 미쳐가던 중 뜬금없이 방울을 손에 쥔 채 산장의 바위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했다. 분명 영상으로 관람했다면 오금이 저릴만큼 놀랐을지도 모른다. 영화 <<데스티네이션>>에서처럼 공포감에 휩싸였을지 모르겠지만 왠일인지 '지켜보는 시선'은 고양이 여섯마리와 복닥대며 살고 있는 내겐 그다지 공포감을 주지 못했다. 아마 고양이 중 어느 한마리 정도는 지켜보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어서 익숙해어(?) 그런 것인지 가히 상상이 잘 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담력이 강해진 건 아닌데...결코...그럼에도 불구하고 뒷골이 서늘할만큼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시게루파트는....!

 

#아이자와 소이치

낯가림이 심했던 아이자와 소이치는 대학 민속학 수업에서 이름이 똑같은 사야오토시 소이치를 만나 우정을 나누게 된다. 지방에 전해지는 괴이한 현상을 수집하던 중 고향에 대해 함구하고 있던 사야오토시가 취중진담처럼 토모라이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노조키메>가 어떻게 시작되게 된 것인지 그 연유가 밝혀졌다. 순례자 모녀에 빙의된 카즈요의 이야기까지 술술 엮듯 이해가 되면 두 개의 이야기는 <종말 저택의 흉사>파트에서 모든 의문을 풀 게 쓰여졌다.

 

 

p370  하지만 어째서 그것은 제가 있는 곳에 나타난 건가요?

 

 

같은 이름을 가졌던 사야오토시의 부고를 전해듣고 그의 고향을 찾아갔던 아이자와를 기다리고 있던 마을의 흉사. 괴이한 존재. 노조키메. 알고보니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노조키메>처럼 다 밝혀지면 이해가 되어 도리어 무서움이 반감되어 버리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우리 영화 <손님>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면...작가 미쓰다 신조는 화를 내며 내게서 그의 책을 빼앗아 가고 말까? 그 옛날 '링'을 읽었을 때처럼 오싹한 공포를 기대하고 펼쳤다면 <노조키메>는 그만큼 공포스럽지는 않다고 이야기해두고 싶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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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스토리콜렉터 4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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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온 집에 '식인자'가 있다. 그 기척이 느껴진다...면, 성인인 나도 이토록 무서워지는데 10대의 어린 소년은 얼마나 무섭게 느껴졌을까. 미쓰다 신조의 <화가>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게 된 소년 코타로가 이사하게 된 낡은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시감을 느끼게 되는것으로 시작된다.

 

p14  정말 무서운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이사온 집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도 기묘한데 동네에서 마주친 무서운 얼굴의 할배는 "꼬마야, 다녀왔니"라고 첫 인사를 건낸다. 상상만으로도 오싹하다. 언제봤다고 저런 인사를 건네는 것일까 싶어져서.

이상한 일은 이쯤에서 멈추어주면 좋으련만 마을 사람들에겐 공공연한 비밀인 '숲'에서 무언가에 발목잡혀 쫓기고 삶의 터전인 집에서는 연신 무서운 것들이 그를 뒤쫓는다. 부엌, 욕실, 거실, 방 할 것없이 소년에게는 숨막힐만큼 공포의 장소여서 여간해서는 집에 홀로 머무는 일을 줄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가족이라고는 할머니 한 분 뿐이어서 그 또한 녹록치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은 동네에서 처음 사귀게 된 친구인 레나가 소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그 검은 실체를 찾기 위해 앞장서주었다는 점이다. 물론 옆집 개 코로의 환영도 빼놓을 수 없고. 하지만 그 밝음도 잠시 숲과 집은 그를 자꾸만 어둠 속으로 몰아넣고...이사 온날 마주쳤던 그 할배에게 직접 듣게 된 집과 숲 그리고 마을 과거 사건에 얽힌 미스터리의 중심에 바로 소년 코타로가 서 있음을 알게 되면서 주인공의 심적 갈등은 증폭되고야 만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와 동생이 있었던 집에서 홀로 살아남았던 코타로. 키워준 어머니 아버지도 사고사가 아니었고 고의적인 살해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의 목숨도 위태위태해지고 있었다. 집이 무서운 공간이 아니었고, 귀신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역시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임을 <화가>는 또한번 일깨워주는 소설이었다.

 

처음 이사 온 집인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집에 처음 발걸음 한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한다. 누구라도. 인정에서부터 시작해야 공포와 맞설 수 있으므로. 소년 코타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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