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해변
크로켓 존슨 글.그림,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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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자끄 상뻬의 삽화나 찰스 슐츠의 만화를 좋아하는 편인 내게도 크로켓 존슨의 그림은 참으로 편안했다.

동글동글하면서도 간단하고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주목하게 만드는 그 흐름이 좋았다고나 할까. 1906년 뉴욕 출생인 그는 그림책 작가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더 많은 그림책 삽화를 그렸다는데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 동화라니....다음 생에서는 이들 부부처럼 태어나 살아볼까? 싶어질 정도로 부부의 삶까지 낭만적이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마법의 해변]은 놓치지 않고 꼭 읽어보고 싶은 레어 북 으로 꼽아놓고 있었는데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이 딱 맞게 이야기는  짧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치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처럼.

 

 

p8  이야기 속에서 진짜로 벌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벤과 앤은 배고픔을 느끼면서 모래 위에 잼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랬더니 기적처럼 잼이 가득 나타났다. 빵이라고 썼더니 빵이 나타났고 사탕이라고 썼더니 사탕이 나타났다. 램프의 요정과 만난 것도 아닌데 단지 모래에 원하는 바를 썼을 뿐인데 음식이 나타나고 나무가 나타나고 왕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너희들은 마법에 걸렸노라고. 아이들이 모래 위에 원하는 바를 쓰면 몰려온 파도가 글자들을 삼키고 이후 곧 글자로 원했던 것들이 나타나자 왕은 왕국을 원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모든 마법은 모래 위에 지어진 것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인지...신기루 같은 것인지...그 결말을 예상케하는 부분이라 서글퍼졌다. 가장 클라이맥스가 되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슬픔이라니.....!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아이들이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왕국은 시퍼런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눈 앞에 보여야만 믿는 어른들에게 딱 맞는 결말인 것일까. 순식간에 들이닥친 파도 때문에 마지막 성탑마저 사라지던 순간까지 아이들은 절망하지 않았다. 어른들과 달리 그들에겐 현실의 한계라는 스스로 그은 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도가 왕국을 삼키는 것을 보고서도 세상이 끝난 것처럼 목놓아 울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직 끝이 아니므로.

 

이 멋진 동화가 출판이 좌절될 뻔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후기에서 읽고 잠시 책을 놓았다. 지나치게 심각하고 너무 어려운 이야기라는 것이 이유였다고 했다. 그야말로 이 동화의 이야기와 맥락이 비슷하지 않은가. 어른들의 시선이 기준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이 기준이 된다면 이야기와 상관없이 그림만으로도 기뻐했을지 모르는데....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른들의 뇌에 도달할 한 가지 교훈과 달리 상상력이 우주까지 뻗칠 자신만의 생각들을 쏟아낼지도 모르는데...언제나 그랬듯이.....!

 

화려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문장도 없었고 덮고나서도 잊혀지지 않을만큼 멋진 명언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대로도 좋았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건 어른들을 위한 동화건 그런 기준 없이 그냥 함께 책장을 넘겨도 편안한 그런 동화 책 한 권. 나는 이 책을 마음 속에 여전히 동심과 정의로움의 나라를 키우고 있는 한 어른에게 선물하기 위해 깨끗이 읽고 포장 중이다. 그녀가 좋아해주리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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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연어낚시
폴 토데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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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결말을 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할지 새드무비로 끝나버렸다고 해야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매우 엉뚱하면서도 특이한 소설이다. 영국 최고 문학상인 '볼린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상'과 '웨버튼 굿 리드 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품은 이완 맥그리거 주연으로 영화화된 작품의 원작. 59세 늦깎이로 소설가가 된 저자 폴 토데이는 1946년 생이던데 번역이 그 매력을 잘 살려서인지 전혀 올드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어로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막힘없이 술술 읽히고 그 장면묘사가 머릿 속에 잘 된다면 독자로서 그건 잘 된 번역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번역이 딱딱해서 읽기 힘들거나 왠지 모르게 가독성이 떨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정말 원작이 그러한지 아님 번역자와 내가 안 맞는 것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중간에 번역자가 바뀌었는데 1권의 번역은 아주 그 두께를 가늠하지 못할만큼 LTE급으로 읽혀지던 반면 시리즈 후반부 번역자의 번역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처럼.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시작부터 편지들이 오가고 날짜별로 이야기가 전개 되다가 다시 편지글로 이어지는 등 지루하게 보일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가득 갖고 지켜보게 만든다. 정치적인 것들, 학문적인 것들은 저 멀리서 프레드와 메리, 해리엇과 로버트, 수상과 족장 등등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부분은 가까이서 마치 연극 무대의 관객처럼 그 거리를 당겼다가 늘렸다가 하면서 밀당하듯 읽게 만든 소설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래서 그 재미가 더 쏠쏠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엄청난 재력가인 의뢰인은 예멘에서 연어낚시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회유성인 연어의 산란을 위해서는 우선 산소가 풍부한 차가운 물이 필요하며 산란 직후의 어린 연어가 먹을 파리 과 곤충도 있어야 하고 스몰트로 성장단계에서는 섭씨 3~5도가 유지되는 바다가 필요한데 예멘이는 그 어느 것도 갖추어지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답장을 알프레드 존스 박사는 보냈다. 분명. 하지만 권력과 정치, 재력은 그를 예멘 프로젝트의 한 가운데 서게 만들었고 자신의 커리어만 강조하는 아내 메리와 떨어져 해리엇과 함께 프로젝트 진행에 나서게 되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외쳤던 예멘에 연어를 데려오고 번식시키는 프로젝트는 과학적으로는 성공했다. 그러나 하필 자금을 대던 족장과 정치인 제이 벤트, 낚시 안내인 콜린 맥퍼슨은 플러그에 휩쓸려 버렸다. 3미터나 되는 기차급 빠르기의 물기둥이 그의 성공과 미래를 함께 앗아가 버린 것이다. 바로 코 앞에서.

 

 

P402 족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우리는 믿었습니다. 족장님이 저에게 믿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요

 

 

프로젝트 후 독일에 있는 아내 메리와 떨어져 산 속에서 생활하지만 예전과 달리 행복했다. 연어 부화장에서 일하면서도, 텔레비젼을 보지 못해 닥치는대로 읽을거리들을 읽고 있지만, 새 책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아 헌책방에서 읽은 책들을 교환해가며 읽는 처지가 되었어도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불가능하니까 믿는다는 그 말이 좋다고 고백하고 있다.

 

 

행복해지는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치 않음을 소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 많거나 가진 것이 많거나 기회가 많거나 성공을 했느냐 아니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만족감.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소설을 마지막에 팁처럼 알려주고 있었다. 예멘에서 연어 낚시가 가능할까? 진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읽다가 말미에는 그러든가 말든가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이 결말이 왜 이렇게 유쾌한지 모르겠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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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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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을 하는 소재는 많았다. 소녀가 같은 시간대로  계속 돌아가는 내용도 있었고 시간 여행자의 아내로 살면서 한 남자와 특별한 사랑을 이어간 여자도 있었다. 그래서 시간 여행자에 관한 소재가 뭐 더 특별할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멋지게 뒤집어주는 소설 하나가 눈에 띄였다.

 

 

p22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동시에 작가아지 저널리스트인 로런 뷰커스가 쓴 [샤이닝 걸스]였다. 특이하게도 운명은 시간 여행자에게 '살인자' 멍에를 씌웠는데, 덱스터처럼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을 소탕하는데 그를 쓰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어린 소녀나 젊은 여인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데 그를 도구로 쓰고 말았다. 그래서 대공황 시대 시카고에서 '더 하우스'의 열쇠를 얻게 된 하퍼는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잔혹한 기회의 시간 여행자로 남겨졌다.

 

진숙, 조라, 윌리, 커비, 마고, 줄리아, 캐서린, 앨리스 미샤....줄줄이 이어진 이름들은 그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여자들의 이름이다. 그 중에서 단 한 여자 커비는 극적으로 살아남았고 신문사의 인턴으로 들어가 그 살인자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놓친 어린양을 제대로 죽이기 위해 그는 다시 1980년 9월로 돌아가 어린 커비를 노리고 있다. 그 시각 커비가 더 하우스에 잠입한 것을 모른 채. 분노의 방아쇠는 당겨졌지만 하우스는 살아남아 다음 타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자유롭게 드나들었던 살인자 하퍼가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p382  패턴이라는 것은 우리가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하퍼가 일반적인 연쇄살인범이라면 크리미널 마인드의 프로파일러들이 분석하듯 그 패턴이 일정하게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살인의 시작과 끝이 하퍼라는 사람이 아닌 '더 하우스'라는 장소가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누구나 살인범의 키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데스노트를 부여받는 느낌이랄까. 사람을 살인자로 만드는 이 장소는 그래서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서움과 두려움을 배가 시키고 있다. 시간을 여행하는 살인마와 살아남은 소녀의 대결은 끝이 분명 했지만 남겨진 이야기가 섬찟해지는 까닭은 영화 [링]에서처럼 그 반복에 있다.

 

이 매력적인 스토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의해 TV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이 확정 되었다고 하니 영상으로 옮겨질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만 하면 될 듯 싶다. 하지만 [옵서버]의 평처럼 [나를 찾아줘]를 잊을만큼은 아니었다. 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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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J의 다이어리
전아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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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 처럼 작은 책의 사이즈, 어딘지 모르게 너무나 장난스러운 겉 표지 그림.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 딱 지나쳤을지 모를 이 책을 펼쳐 들게 된 것은 작가의 이름 때문이었다. 전아리. 이제는 이름만으로도 읽고 지나쳐야할 브랜드 네이밍이 된 그녀이기에 책의 형태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읽게 되었다.

 

원래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현재 <나몰라 병원>이라 불리는 지방의 어느 허름한 병원으로 이직해 온 번쩍번쩍하게 잘 놀던 간호사 언니 소정. 잘 관리되던 예전의 명성은 내던져진지 오래된 이 병원은 설립자의 후손인 이사장이 명예를 위해 그 명맥만 이어오고 있는 곳으로 동네 어른들의 단골 입원 병원처럼 활용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왜 이런 병원으로 오게 되었을까 무릎을 치던 소정에게 이곳이 익숙한 공간이 되어 가리라는 것을......그녀조차도 짐작할 수 없었는데...!!

 

이태원,홍대, 청담동의 클럽을 반나체 차림으로 휩쓸고 다니던 20대 중반의 소정에게 답답하리라 여겨졌던 낡은 병원은 생각지도 못한 정겨운 만남의 장소가 되어 버렸고 남들 눈을 피해 해 오던 연애가 파국을 맞았을때도 웃으며 떠날 수 있을만큼 성숙해져 있었다. 그녀는.

 

또한 심심하면 뭉치던 클럽 멤버들이 소정의 근무지를 다녀간 이후 친구하나는 소정으 찝적대던 의사와 연애타임이 시작되었고 나몰라라 환자를 방치할 것만 같던 병원에서 드디어 왜 간호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던 소정. 미숙함이 소문나서 채 3개월을 못넘기던 소정에게 순복할매, 강배씨,중민이 등등은 이 병원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눈을 뜰 수 있게만든 따뜻한 매개인으로 등장했다. 사람은 겉을 보고는 그 속을 결코 알 수 없듯 문제적인간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에게서 반대로 위로를 얻게 되는 소정에게 이 허름하고 가짜 같은 병원은 성장의 공간이 된 셈.

 

 

 

p212    왜 꼭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하느냐면 그에 대한 정답은 없다

                        모든 건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 선택들이 모여 당신의 삶을 만든다

 

 

 

꽤 유쾌하긴 했지만 나는 아직 목마르다. 작가 전아리는 그녀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은 작가이기에 이 정도 작품으로는 사실 성이 차지 않는다. 독자로서 내가 기대하고 있는 그 재기발랄함. 그리고 남다름. 조만간 그녀의 작품 속에서 그들을 다시 발견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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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7단계 - 신인 작가를 위한 실전강의
마루야마 무쿠 지음, 한은미 옮김 / 토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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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그 전공 그림 외의 다른 그림은 낯설 수 있다. 가령 유화를 그리는 이에게 너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 수묵담채화를 멋지게 하나 그려달라 고 부탁할 수는 없는 것처럼. 글쓰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사람들은 글을 쓴다고 하면 시를 써보라, 대본을 써보라 이렇듯 모든 글을 섭렵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마구마구 주문을 날려댄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글에도 장르별 그 형식과 제한이 있다. 대본을 쓰는 사람들은 앵글 속에 담을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희곡을 쓰는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가능한 장면들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든다. 게임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은 창작의 범위를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현실의 범위 내에서 상상의 폭을 펼치고 소설과 시 역시 그 길이감이나 내용이 장르에 부합되게 쓰기 마련이다. 그래서 글을 쓰고자 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장르를 찾는 것 또한 잘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글을 쓰겠다는 사람에게.

 

쉬운 작법서의 형태로 쓰여진 [스토리텔링 7단계]는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스토리텔링에 대한 기본 지식을 매뉴얼 형태로 정리해놓은 책이다. 그래서 '이야기 전체의 흐름 만들기'부터 시작하여 '주요 캐릭터 만들기','디테일과 연출 정하기'등의 순서로 진행되지만 순서 상관없이 본인이 필요한 페이지를 펼치고 열심히 탐독하라며 책 읽는 요령 또한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p74  사실 인간이란 어떤 난관에 부딪히게 되면 갑자기 어려운 일을 시도하려 들지 않습니다

 

 

<7년의 밤>이라는 소설의 첫문장은 아주 강렬했는데 후일 작가의 인터뷰를 봤더니 그 첫문장을 쓰는데만 한 참이 걸렸다고 했다. 좋은 문장 하나를 건져내는데도 이토록 고심하게 되는데 하물며 이야기 전체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정성은 흡사 산고의 고통과도 맞먹는 것은 당연지사. 스토리의 대력적인 윤곽이 잡혔다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적대자와 조력자가 적절한 타이밍에 제 역할을 하는지 체크하고 나서 디테일을 신경썼으면 한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그래서 저자도 그 순서대로 썼을 것이다. 내용을.

 

로드무비건 석세스 스토리건 간에 이야기는 재미가 바탕에 깔려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무조건 웃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애수>같은 슬픔은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도록, <스트로베리나이트>는 트릭을 찾아내고 범인을 포착해내는 재미를,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그 특유의 신비스러움과 몽환스럼움이 각각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간혹 아주 예쁜 신인 여배우를 보고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할 때가 있는데, 글도 마찬가지다. 읽는 입장에서보면 참 잘 쓰여졌는데도 감동이나 감흥이 생기기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 짜임새와는 별개로 매력을 찾지 못해서다. 사람이든 글이든 그래서 매력은 참 중요하다. 매력을 잘 갖고노는 작가. 그런 작가의 글을 선호하는 나같은 독자에게 [스토리텔링 7단계]는 작법서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쓰여진 골격을 되집어보게 만드는 글의 건축서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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