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각산 엮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현명한 충고만큼 좋은 것이 또 어디 있을까. 화를 가라 앉히고 심신을 돌보게 만들어 정신적인 건강을 가져다주는 현자의 충고. 이미 죽은 현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어 한층 가깝게 들을 수 있는 현자의 충고가 바로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라는 부제는 결국 108번뇌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인간만사 새옹지마다.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과 상황이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는가

p9

 

 

손가락을 잃은 왕은 의사를 왕궁에 가두었다. 그리고 다시 사냥에 나갔다가 토인들에게 붙잡혔으나 잘린 손가락 때문에 풀려날 수 있었다. 또한 자신들을 도와 온 쥐가 쥐덫이 설치 된 것을 보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외면했던 닭, 소, 돼지는 결국 그 일로 인해 모두 죽임을 당하고 인간들의 먹이로 전락했다. 이솝우화 같은 이 짧은 이야기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말 그대로 '화' 와 '복'은 뒤집히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 그리고 원인과 결과의 좋고 나쁨은 마지막이 되어서야 알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당장 안좋은 일이 생겼다고 너무 낙심할 이유도, 또 너무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경거망동할 이유도 없다는 거다. 그저 평탄하게 때가 되면 다 알겠지..라는 마음으로 평정심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는 교훈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임을  앞 부분 몇 페이지만 읽어보아도 알 수 있었다.

 

책의 저자인 아잔 브라흐마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으나 세계적인 명상스승으로 더 유명하다. 페이지 곳곳에 과거 그가 했던 경험들이 고백처럼 이어지고 강연을 통해 알려진 이야기들이 이 책 한 권으로 엮어졌다고 한다. 30년 넘게 숲 속의 수행승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는 아잔 브라흐마. 특이하게 동양이 아닌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불교협회 지도자이며 보디냐나 수도원장이라는 그를 나는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그저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에 대한 평판만 들어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전작을 읽지 않았어도 이 책 한 권이면 마음의 평화를 얻기에 충분했다. 예를 들자면, 해외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그는 안전을 걱정하는 친구들을 향해 비행기 사고사하면 좋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긍정적인 면모를 과시했는데, 첫째는 깔끔한 즉석화장이라는 점과 둘째는 장례비용의 절감 및 유족을 위한 넉넉한 보험금을 남길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천당 가까이의 죽음이라 다음 생의 행운을 거머쥐게 될 거라는 거다. 이 대목에서 나는 정말 크게 웃을 수 있었다. 시각을 달리 할 수 있는 여유, 긍정적인 농담을 던질 수 있는 그 여유를 나는 잊고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돌아보게 된 것은 '나라는 사람'이었다. 알만큼 알고 고민할만큼 했고 들여다볼만큼 들여다봤다고 생각해 왔던 나라는 인간. 내면에 다시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책이라 나는 이 책을 에세이가 아닌 명상서적으로 분류해두고 싶어졌다.

 

마음은 생각의 그릇이라고 했던가!!건전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너보단 잘났지' 게임을 할 필요가 없다는 구절이 참 맘에 든다. 과시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겐 허세라는 거추장스러움은 존재하지 않는 법. 우리가 생의 많은 부분을 어딘가로 떠났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낸다는 말에 이어 순간들이 너무 자주 허비된다는 조용한 꾸짖음도 나는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말아다. 매 순간순간 생각을 담으면 인생이 너무 진지하고 무거워진다. 가끔은 이렇게 비워두어야 깨달음이 오고 그 깨달음이 사이시간의 허비를 막게 되는 것임을 이제야 알 게 되다니...우리 모두가 '원숭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경종의 울림을 결코 잊지 않기 위해서 나는 하루 일과 중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장소에 비치해 두었다. 순간순간 어떤 페이지든 펼쳐들고 지금 읽었던 이 여운을 계속 채워 나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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