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연어낚시
폴 토데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아,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결말을 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할지 새드무비로 끝나버렸다고 해야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매우 엉뚱하면서도 특이한 소설이다. 영국 최고 문학상인 '볼린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상'과 '웨버튼 굿 리드 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품은 이완 맥그리거 주연으로 영화화된 작품의 원작. 59세 늦깎이로 소설가가 된 저자 폴 토데이는 1946년 생이던데 번역이 그 매력을 잘 살려서인지 전혀 올드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어로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막힘없이 술술 읽히고 그 장면묘사가 머릿 속에 잘 된다면 독자로서 그건 잘 된 번역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번역이 딱딱해서 읽기 힘들거나 왠지 모르게 가독성이 떨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정말 원작이 그러한지 아님 번역자와 내가 안 맞는 것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중간에 번역자가 바뀌었는데 1권의 번역은 아주 그 두께를 가늠하지 못할만큼 LTE급으로 읽혀지던 반면 시리즈 후반부 번역자의 번역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처럼.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시작부터 편지들이 오가고 날짜별로 이야기가 전개 되다가 다시 편지글로 이어지는 등 지루하게 보일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가득 갖고 지켜보게 만든다. 정치적인 것들, 학문적인 것들은 저 멀리서 프레드와 메리, 해리엇과 로버트, 수상과 족장 등등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부분은 가까이서 마치 연극 무대의 관객처럼 그 거리를 당겼다가 늘렸다가 하면서 밀당하듯 읽게 만든 소설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래서 그 재미가 더 쏠쏠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엄청난 재력가인 의뢰인은 예멘에서 연어낚시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회유성인 연어의 산란을 위해서는 우선 산소가 풍부한 차가운 물이 필요하며 산란 직후의 어린 연어가 먹을 파리 과 곤충도 있어야 하고 스몰트로 성장단계에서는 섭씨 3~5도가 유지되는 바다가 필요한데 예멘이는 그 어느 것도 갖추어지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답장을 알프레드 존스 박사는 보냈다. 분명. 하지만 권력과 정치, 재력은 그를 예멘 프로젝트의 한 가운데 서게 만들었고 자신의 커리어만 강조하는 아내 메리와 떨어져 해리엇과 함께 프로젝트 진행에 나서게 되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외쳤던 예멘에 연어를 데려오고 번식시키는 프로젝트는 과학적으로는 성공했다. 그러나 하필 자금을 대던 족장과 정치인 제이 벤트, 낚시 안내인 콜린 맥퍼슨은 플러그에 휩쓸려 버렸다. 3미터나 되는 기차급 빠르기의 물기둥이 그의 성공과 미래를 함께 앗아가 버린 것이다. 바로 코 앞에서.

 

 

P402 족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우리는 믿었습니다. 족장님이 저에게 믿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요

 

 

프로젝트 후 독일에 있는 아내 메리와 떨어져 산 속에서 생활하지만 예전과 달리 행복했다. 연어 부화장에서 일하면서도, 텔레비젼을 보지 못해 닥치는대로 읽을거리들을 읽고 있지만, 새 책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아 헌책방에서 읽은 책들을 교환해가며 읽는 처지가 되었어도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불가능하니까 믿는다는 그 말이 좋다고 고백하고 있다.

 

 

행복해지는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치 않음을 소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 많거나 가진 것이 많거나 기회가 많거나 성공을 했느냐 아니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만족감.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소설을 마지막에 팁처럼 알려주고 있었다. 예멘에서 연어 낚시가 가능할까? 진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읽다가 말미에는 그러든가 말든가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이 결말이 왜 이렇게 유쾌한지 모르겠다. 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