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반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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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판 괴테상을 수상한 <정상성과 장애에 관하여>의 저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에서 "요즘엔 왜 이렇게 싸이코가 많을까?"에 대한 분석을 풀어헤쳐놓았다. 인간에게서 악이 낯선 주제였던가. 한나 아렌트의 표현처럼 악은 어쩌면 '이기적 유전자'의 표출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사이코패스가 정말 많다" 2015년 올 한 해, 화가날때마다 외쳐댔던 말이다. 그러면서 문득 무서워진 것은 그들이 겉으로는 멀쩡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거였다. 올해 마주쳤던 몇몇의 그들은 정말 멀쩡한 사람들이었다. 가족과 친구도 있고 적을 두고 있는 직장이나 학교도 있었으며 심지어 일이 붉어지기 전까지는 내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던 사람들이었다.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해도 있을 수 있고 서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으며 인연을 끊게 되는 일들도 일어난다. 하지만 그때마다 상대를 모두 사이코패스로 보며 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인연을 끊은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잘못을 인지하지도 못했으며 윤리적인 잣대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했다. 또한 책임에 대한 의무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물론 죄책감은 커녕 감정선까지 매말라 있었다. 생명을 경시한 스스로의 행동 앞에 감정선이 없다는 것. 그런 유형의 인간과 처음 마주하였기에 나는 '사이코패스와 마주하는 기분'이 바로 이 느낌이겠구나 직감적으로 느껴졌고 나 외 그와 마주했던 몇몇의 사람들조차 그를 사이코패스로 인지하고 모른 척 하고 지내고 있다고 전해왔다.

 

이제 세상은 나와 같은가? 같지 않은가? 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가? 그렇지 못한가? 로 나뉘며 조심해야할 인간 유형들을 분석하게 만들고 있다. <헝거게임>이나 <테스팅>처럼 국가가 정해주는 서바이벌 라인이 아닌 개개인 스스로 조심해야할 서바이벌 라인이 그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우리는 많은 충격에 노출되어 왠만한 사건에는 크게 놀라거나 허둥대지 않는다. 그런 우리들에게도 사이코패스는 삶을 함께 나누기 무서운 괴물인 것이다.

 

좋은 관습 = 좋은 성격으로 정의내렸던 고대의 윤리나 원죄를 강조하는 기독교의 윤리를 너머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세상은 종교의 힘보다는 과학의 힘에 기대기 시작했고 유토피아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책은 전한다. 하지만 정말 진화를 진보로 착각했던 것일까? 가장 잘 살고 있지만 가장 기분 나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서양인들, 교육수준도 높아지고 똑똑해졌지만 돈을 못버는 현대인들...발전이 편리한 삶을 가져다준 것은 맞지만 더 만족스러운 삶의 질을 가져다주진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p86  사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각각의 남자와 여자, 가족이 있을 뿐이지요   

      마거릿 대처(1987년 10월 인터뷰)

 

 

'심리장애'가 사회문제라고 정의내리면서도 진짜 질병인 경우는 드물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학교에서조차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과 장애아들, 두 종류의 학생만 남았다는 극단적인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내내 헷갈렸고 어렵게 느껴졌다. 전문용어가 난무한 것도 아니고 쉽게쉽게 풀어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생각과 정의가 공감이가면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페이지를 되돌려가며 다시 읽기를 해야만 했다.

 

'나는 정상인가?'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이 책 한 권을 읽고나면 올 한해 내내 나를 괴롭혔던 '왜 사이코패스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책은 그 해답은 주지 않았다. 하지만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최고의 능력을 갖춘 사람들, 열정적인 사람들이 왜 최고의 제품이나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조금더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제 3의 눈을 달게 된 것은 분명 큰 소득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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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트래블러 : 위대한 유산 1 타임 트래블러
윤소리 지음 / 필프리미엄에디션(FEEL)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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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는 이제 그리 낯선 소재가 아니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드라마 <나인>이나 영화 <나비효과> 등이 있었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 속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있었다. 그래서 재미있다는 친구의 추천을 받은 책이지만 별다른 기대없이 펼쳤는데 몇장 읽지 않아 후루룩~ 넘기면서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이 대책없는 로맨스 소설 속으로!!

 

#엄마는 없었다

 

여덟살 되던 해 엄마를 잃은 민호는 열 살 엄마의 기일에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다 벽장 덕분이었다. 며느리가 임신한 마당에 늦둥이로 낳게 된 딸이 귀찮을 수도 있으련만 마음씨 따뜻했던 노모는 딸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오던 중 집 앞에서 용달차에 치어 즉사했다. 그래서였을까. 첫 시간 여행에서 그녀는 엄마를 보고 돌아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로맨스 드라마 단골 주인공의 전형인 직업/남자/돈 3무 상태의 쬐죄죄하지만 명랑한 여자로 거듭났다. 나이 서른. 아무도 안 주워갈 더티한 총각 교수를 짝사랑하며 그의 부탁으로 시간여행을 하면서 사는 여자, 민호.  임시직인 유치원 보조 교사를 하던 중 운명의 남자와 마주칠때까지 그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엄마보다는 이모를 기억하는 남자

 

서담 박부전과 김춘방의 손자인 이완의 집안엔 조부모가 평생의 재산을 들여 구매했던 조선 유물 3,500여점이 보관되어 있다. 허랑방탕한 삶을 산 아버지 제임스 박도 그것은 손대지 못했는데 이는 할머니의 유언장 때문. 이제 오늘 내일 저승사자를 만날 일만 남겨둔 아버지를 대신하여 유산을 물려 받게 될 줄 알았으나 망자의 유언은 이완의 발목을 단단히 잡아 버렸다. 최종 유언장이 든 화각함에 맞는 열쇠를 찾아 유언을 따르라는 것! 그렇지 못할 시엔 유물 3,512점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조선관'을 지어 기증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벼락맞을 유언의 집행을 막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완은 유물 전시전을 꿈꾸던 이교수와 만나게 되고 그의 주선으로 타임트래블러인 민호와 계약을 맺게 된다. 백만원이라는 언급에 입째지게 행복해하는 순진한 여자 민호를 사기꾼으로 매도하던 그는 눈 앞에서 그녀가 사라졌다가 잃어버렸던 유물의 조각을 가지고 돌아오자 그녀를 믿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에게도 과거로 돌아가 만나고 싶은 그리운 사람들이 있었으니....첫사랑이었던 이모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던 것!

 

관찰이 관심이 되고 관심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것도 순간! 둘 사이 강력한 스파크가 파바박 튀는 시점부터 이야기의 재미는 급물살을 타고 로맨스의 강을 굽이굽이 돌아쳐 흘러갔다.

 

 

#반전의 묘미 : 알고 있던 사실들을 다 뒤집어야 진실이 보인다

 

 

풍양 조씨 집안에서 데리고 있던 유모의 딸이었던 할머니는 그때 당시 머슴과 결혼하여 아이가 둘 있었던 상태였는데 아씨의 친구였던 박부전과 결혼하여 아비 제임스 박을 낳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 심산인지 민호를 따라 과거로 들어갔던 이완은 함께 목매달아 죽으려한 처녀를 구조하게 되고 그녀가 바로 할머니의 주인이자 조씨댁 고명딸인 덕희임을 알게 된다. 독립 운동으로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있는 오빠의 벗 영호의 아이를 처녀의 몸으로 덜컥 임신해버린 덕희. 그리고 그런 덕희를 곁에서 묵묵히 바라보며 짝사랑하고 있던 남자 박부전. 이야기는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훗날 친일의 오명을 쓰게 만든 박제순 대신의 아들인 박부전은 미곡선물거래로 당시 큰 재산을 모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자신의 모든 인맥과 재산을 동원하여 그녀를 돕게 된다. 천성적으로 수줍고 음악을 좋아하던 취향이 고급진 이 남자는 말을 더듬는 습관 때문에 쉽게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었으나 그 따뜻한 진심만은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알게 될 그런 좋은 사람이었다. 할머니의 남편이 될 이 남자가 왜 주인 아씨의 뒤통수만 보고 서 있는 것일까. 또한 어린 시절 급사한 계부와 엄마의 기억 너머에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서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졌던 멋진 외모의 이모는 어디서 온 여자였을까.

 

p510  어차피 다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 아닙니까

 

맞다. 주말의 명화를 다시 돌려보듯 지난 장면들을 보는 것처럼 그대로 보기만 해야하는 것이 과거의 일들일 것이다. 바꾸려고 하면 할수록 꼬여버리기 때문에 현재의 사람은 과거의 사건에 관여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민호는 이완을 위해 무언가를 해 주고 싶어졌다. 부모를 잃고 외롭게 자라온 두 남녀는 그렇게 통하는 면이 있었다. 그 외로움이 끌림을 만든 것일까. 과거와 현재는 묘하게 그리고 딱 맞게 교차하면서 시간 여행의 조각들을 맞춰나가고 있었다.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완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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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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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논쟁의 주제가 역사 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역사는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까지 이어져 있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서는 진실을 100% 장담할 수 없다. 타임트래블러가 되어 그 시대에 잠깐 다녀온다고 해도 쉽게 알 수 없는 것이 역사다. 민초의 삶과 양반, 정치인의 삶과 왕의 삶이 다 다르듯 누군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역사이기 때문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보며 혼란스러운 저 시선이야말로 진실이 아닐까 싶어졌었는데 역사 역시 라쇼몽 같이 여러 갈래의 해석이 있어 이해관계의 잣대를 누군가가 어디로 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중국과 일본 역시 그 점에서 우위점을 찾기 위해 자신들의 역사를 과대 포장하고 자기것화 하는데 돈과 시간 그리고 명예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리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말들이 붉어진 현재, 김진명 작가의 [글자전쟁]은 어떻게 읽혀져야 할까?  <천년의 금서>,<최후의 경전>,<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빼놓지 않고 읽으며 필력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곤 했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이덕일 작가의 역사소설이 주는 재미와는 또 달랐는데 그 몰입감과 애국심의 고취는 분야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읽고나면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역사소설. 누가 이토록 진한 피냄새를 진동하게 역사소설을 쓸 수 있을까. 심장을 역류하는 피냄새를 늘 맡게 만드는 작가의 이번 소설의 소재는 '한자'다. 한자가 동이족의 것이라는 이야기는 전에 들은 적이 있는 가설이어서 놀랍지 않았지만 그 동이족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두고는 중국과 우리가 첨예하게 다른 의견을 들이밀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 하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역사가 아니던가. 한치 양보의 틈을 둬서는 안되는......!

 

p15  이 시대는 돈이 힘이야

 

학창시절 "자식을 이따위로 키웠냐"는 폭언을 선생에게 들을 만큼 태민은 남다른 아이였다. 수재였으나 윗사람에 대한 예의보다 자신의 생각이 먼저였고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돈'의 힘을 알고 돈을 벌기 위해 인생 목표를 책정했을만큼 현실적이었다. 그는 선생을 향해 "마음껏 다 해보고 모조리 실패하면 할 수 없이 학교에서 선생이나 하겠다"며 대차게 대꺼리 했던 버릇없는 학생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는 전액 장학생으로 칼텍 물리학과를 통과하여 스탠퍼드에서는 국제 정치학으로 석사를 받고 종국엔 무기제조업체인 록히드마틴에 입사하여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헤비급 사원으로 거듭났다.

 

목표 금액만 채우면 손을 탁 털고 여유롭게 살리라 마음 먹으면서.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그렇듯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북한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던 그는 어느새 도망자가 되어 중국으로 숨어들었고 그 곳에서 자신처럼 타인의 눈을 피해 홀로 다니는 동양인을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북한 사람? 조선족? 대한민국인? 의혹의 시선으로 관찰했던 사내는 그에게 갑자기 말을 걸어와 자료 하나를 맡겨두고 다음날 살해되어 버렸다. 무슨 일에 말려 들었단 말인가!!

 

p13  배신의 현실에 내던져진 허한 웃음은 종말을 예감하고 있었다

 

깐깐한 여검사를 피해 도피해 온 곳에서 괜한 일에 말려들어 목숨까지 잃게 되었다. 중국에 잔류할 것인가 대한민국으로 넘어가 체포되고 말 것인가. 머릿 속이 복잡하던 그는 죽은 남자가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건너온 소설가였으며 그의 소설이 사라졌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가 남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소설 속 마을에서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연유는 아무도 본 적 없는 글자 하나 때문이었다고 했다. 누구도 본 적 없으나 누구도 알아서는 안되는 그 글자를 밝혀야만 살인범을 잡을 수 있다. 액자소설 속 이야기는 또 그 이야기대로 너무나 재미나서 태민의 사정은 잊은 채 작가의 의도대로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며 메모지에 나름의 글자를 추리해봤지만 밝혀진 글자는 역시 생소했다. 그 글자의 비밀과 사내의 죽음의 단서를 가지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태민은 예전의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살 수 없었다. 더이상은. 그리고 정의를 선택하는 순간, 그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도 함께 풀어졌다.

 

한자의 기원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소설은 더부룩한 속을 한방에 뻥 뚫어줄만큼 시원했다. 그래서 다 읽고나서 내 일처럼 크게 웃어제칠 수 있었다. 재미와 대중성. 작가는 영리하게도 둘 다를 잡고 독자를 매니아로 만들어가고 있다.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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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 이루어지는 감사일기의 힘
애나 김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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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드라마 <피노키오>의 재방송을 케이블 TV를 통해 재미나게 보고 있다. 요즘.

타인의 욕망 때문에 가족이 흩어지고 죽고 모함을 당해 인생이 송두리째 없어져 버린 남자와 떠나가 버린 엄마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거짓말을 못하는 여자의 꿈을 쫓는 시작점은 참으로 멋지게 그려져 있지만 막상 현실 속 그들이 되어 살아보면 어떨까.....아마 지옥같겠지, 그 마음?! <쓰면 이루어지는 감사일기의 힘>에 언급된 것처럼 우리는 정말 정답 없는 세상에서 정답을 찾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일까. 드라마의 두 주인공을 보면 그 말은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세상에는 정답 따위는 없어서 그것을 향해 가는 사람들에게 좌절과 고난의 길이 주어지는 것은 아닌지......

 

 

P124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상황이 아닌 나 자신의 감정과 태도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원망이 아닌 기자로서의 질문들을 내뱉어냈던 남자주인공의 선택처럼 우리는 언제나 상황이 아닌 나를 바꿈으로서 다른 순간과 마주할 수 있다. 사실 쉽게 되지는 않는다. 잘 된다면 그 옛날 현자가 왜 "화"를 화두로 명언들을 쏟아냈을까. 저자 애나 김의 경우는 차가 막혀 약속에 늦은 날 탄 택시에서 그 인내와 변화를 경험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신경질적이던 택시 기사와의 대화가 꽤나 불쾌했을만도 한데 그녀는 오히려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사실은 택시 기사가 내일 오디션을 앞둔 초조한 심정으로 운전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태도를 바꾼 결과 그와 즐겁게 대화하며 목적지에 도착함은 물론 요금까지 할인 받았다.

 

살면서 사람만큼 참 독하면서 나쁜 생명이 또 있을까 싶다가도 곧 그역시 사람인 것을...하며 스스로를 위로할 때가 종종 있다. 남의 에피소드지만 이 이야기를 읽을 때처럼.  '그래, 사람인데....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인데......'라는 중얼거림을 내뱉었던 순간이 내게도 있었던 거다. 몇몇 경우엔.

 

결국 행복한 삶이란 삶의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삶 이라는 말에 동감하며 내 마음의 평정심을 언제나 잃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성숙한 성인의 올바른 삶의 자세라는 것 또한 마음에 새겨본다. 이 한 권의 책은 그래서 내겐 지긋지긋했던 2015년을 잘 마무리하는 마무리 투수역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마지막 달인 12월에 인연맺어져서.

 

나의 행복이나 절망은 환경에 따른 것이 아니라 내 성향에 달린 것이구나!! 라는 뒤늦은 깨달음을 12월에 얻게 되었지만 다가올 2016년 맞이글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에 휩쓸리지 않고 신중하게 내게 주어진 것들을 관망할 수 있게 되니 결코 늦은 깨달음이라고만 말할 수 없게 된다. 예전에 어느 글에서 읽었든 아무도 내게 상처줄 수 없다면...그 말이 진실이라면 '나를 위한 경청'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책을 나는 지금 발견하게 된 것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 하루 24시간 동안만 찾아보아도 참 많다. 먼저 내가 건강하게 숨쉬고 있는 것. 그것부터 감사의 시작일테니.

 

기분좋은 마무리와 두근대는 시작은 책 한 권으로 산뜻하게 맞물려 내게 선물처럼 주어졌다.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나서도 줄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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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신흥식 역주 / 글로벌콘텐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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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에는 유독 좋은 말씀들이 많다. 종교인은 아니지만 그 좋은 말씀을 쫓아 여러 해석본들을 보며 명언 수집하듯 메모노트에 담아왔다. 하지만 새로운 출판사의 새로운 번역본이 나오면 어김없이 또 손에 쥐게 된다. 법구경은 하나일진데....도대체 나는 왜 이러는 것일까. 매번.

 

글로벌콘텐츠에서 편찬한 <<법구경>>은 팔리어본이 아닌 한역본의 해석서로 부처님의 말씀이 아닌 여러 경전에 분포되어 있는 게송으로 인도의 법구가 처음 팔리어로 편집하였고 이후 중국에서 한역되었다고 전한다. 그 본디 이름은 '담마파다'라는데 팔리어로 이는 '진리의 말씀'이라고 했다.

 

진리의 말씀이라....석가탄신일에 방영되는 특별 영화속 성우의 더빙 목소리가 귓전을 스치듯 읽는 내내 맴돌았고 그 경건함이 그대로 전해져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로 읽다보니 책 한 권을 다 읽고나서 삭신이 쑤셔오는 부작용을 겪게 되고 말았다. 발도 저리고 머리도 지끈지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좋은 말씀들을 내 가슴에 던져주었다.

 

 

176  단 한 번 법에서 벗어난 허물이었다고 이르길 망령되게 말하는 사람은

       후세에도 '과보를'면치 못하고 악업에 휩쓸려서 고치지 못하게 되느니라.

 

 

단 한 번 인데 어때라는 흐트러진 마음가짐으로 산다면 한 번만으로 끝낼 리 없다는 거다. 하늘에 닿을 만한 욕망이 있다 해도 지혜롭게 놓아서 탐욕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때문이 아닐까. 삼존(불/연락/아라한), 오도(지옥/아귀/축생/인간/천상/오취) 등이 귀에 익을만큼 살아왔지만 이 나이가 되어도 아직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잘 알지 못한 채 산다. 삶이 이미 편안한 것은 근심할 만한 일에도 근심하지 않기 때문이라지만 살면서 없는 근심도 만들어 하는 생명이 바로 인간이기에 나 역시 근심없도록 행하며 살기 참으로 힘들어 여러번 좌절할 때가 많았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익숙한 구절을 보고 슬며시 웃음이 지어졌다.

 

210  사랑하는 바를 만들지 말고 또한 미워함도 만들지 말게나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서 괴롭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만나면 괴로우니라.

 

라는 구절은 연인들 사이 인연에 관한 명언이려니...했거늘 법구경 속에서 마주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또한 마치 달이 구름을 헤치고 나오듯이....로 이어지는 172장과 173장은 그 문장이 마치 시와 같아서 향기롭게 느껴졌다. 말씀대로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법구경의 현구를 쫓되 그 말씀대로 100%  살 수 없는 환경에 내던져져있다. 환경을 탓하는 것부터가 법구경에 저해되는 일일 것이지만 사실을 부정하고 진실에 다가설 수 없으니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법구경의 말씀을 적용하며 살아야겠다 싶어졌다.

 

우리는 사람으로 살 수도 있지만 괴물로 살아갈 수도 있다.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그 인생을 조각보 잇듯 이어나가다보면 인생이라는 큰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제서야 살아온 날들이 어떻 모양, 어떤 크기, 어떤 색인지 알게 된다. 뒤늦은 후회도 소용없게 되기 전에 그 마음을 다잡아 보려 <<법구경>>의 좋은 말씀들을 다시 펼쳐들었다. 최근 마음을 흐트러뜨리던 일들에서 벗어나 냉철한 이성과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다시 살펴보려 한다. 그래도 법구경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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