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반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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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판 괴테상을 수상한 <정상성과 장애에 관하여>의 저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에서 "요즘엔 왜 이렇게 싸이코가 많을까?"에 대한 분석을 풀어헤쳐놓았다. 인간에게서 악이 낯선 주제였던가. 한나 아렌트의 표현처럼 악은 어쩌면 '이기적 유전자'의 표출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사이코패스가 정말 많다" 2015년 올 한 해, 화가날때마다 외쳐댔던 말이다. 그러면서 문득 무서워진 것은 그들이 겉으로는 멀쩡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거였다. 올해 마주쳤던 몇몇의 그들은 정말 멀쩡한 사람들이었다. 가족과 친구도 있고 적을 두고 있는 직장이나 학교도 있었으며 심지어 일이 붉어지기 전까지는 내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던 사람들이었다.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해도 있을 수 있고 서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으며 인연을 끊게 되는 일들도 일어난다. 하지만 그때마다 상대를 모두 사이코패스로 보며 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인연을 끊은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잘못을 인지하지도 못했으며 윤리적인 잣대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했다. 또한 책임에 대한 의무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물론 죄책감은 커녕 감정선까지 매말라 있었다. 생명을 경시한 스스로의 행동 앞에 감정선이 없다는 것. 그런 유형의 인간과 처음 마주하였기에 나는 '사이코패스와 마주하는 기분'이 바로 이 느낌이겠구나 직감적으로 느껴졌고 나 외 그와 마주했던 몇몇의 사람들조차 그를 사이코패스로 인지하고 모른 척 하고 지내고 있다고 전해왔다.

 

이제 세상은 나와 같은가? 같지 않은가? 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가? 그렇지 못한가? 로 나뉘며 조심해야할 인간 유형들을 분석하게 만들고 있다. <헝거게임>이나 <테스팅>처럼 국가가 정해주는 서바이벌 라인이 아닌 개개인 스스로 조심해야할 서바이벌 라인이 그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우리는 많은 충격에 노출되어 왠만한 사건에는 크게 놀라거나 허둥대지 않는다. 그런 우리들에게도 사이코패스는 삶을 함께 나누기 무서운 괴물인 것이다.

 

좋은 관습 = 좋은 성격으로 정의내렸던 고대의 윤리나 원죄를 강조하는 기독교의 윤리를 너머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세상은 종교의 힘보다는 과학의 힘에 기대기 시작했고 유토피아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책은 전한다. 하지만 정말 진화를 진보로 착각했던 것일까? 가장 잘 살고 있지만 가장 기분 나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서양인들, 교육수준도 높아지고 똑똑해졌지만 돈을 못버는 현대인들...발전이 편리한 삶을 가져다준 것은 맞지만 더 만족스러운 삶의 질을 가져다주진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p86  사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각각의 남자와 여자, 가족이 있을 뿐이지요   

      마거릿 대처(1987년 10월 인터뷰)

 

 

'심리장애'가 사회문제라고 정의내리면서도 진짜 질병인 경우는 드물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학교에서조차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과 장애아들, 두 종류의 학생만 남았다는 극단적인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내내 헷갈렸고 어렵게 느껴졌다. 전문용어가 난무한 것도 아니고 쉽게쉽게 풀어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생각과 정의가 공감이가면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페이지를 되돌려가며 다시 읽기를 해야만 했다.

 

'나는 정상인가?'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이 책 한 권을 읽고나면 올 한해 내내 나를 괴롭혔던 '왜 사이코패스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책은 그 해답은 주지 않았다. 하지만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최고의 능력을 갖춘 사람들, 열정적인 사람들이 왜 최고의 제품이나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조금더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제 3의 눈을 달게 된 것은 분명 큰 소득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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