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트래블러 : 위대한 유산 1 타임 트래블러
윤소리 지음 / 필프리미엄에디션(FEEL)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시간 여행자는 이제 그리 낯선 소재가 아니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드라마 <나인>이나 영화 <나비효과> 등이 있었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 속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있었다. 그래서 재미있다는 친구의 추천을 받은 책이지만 별다른 기대없이 펼쳤는데 몇장 읽지 않아 후루룩~ 넘기면서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이 대책없는 로맨스 소설 속으로!!

 

#엄마는 없었다

 

여덟살 되던 해 엄마를 잃은 민호는 열 살 엄마의 기일에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다 벽장 덕분이었다. 며느리가 임신한 마당에 늦둥이로 낳게 된 딸이 귀찮을 수도 있으련만 마음씨 따뜻했던 노모는 딸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오던 중 집 앞에서 용달차에 치어 즉사했다. 그래서였을까. 첫 시간 여행에서 그녀는 엄마를 보고 돌아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로맨스 드라마 단골 주인공의 전형인 직업/남자/돈 3무 상태의 쬐죄죄하지만 명랑한 여자로 거듭났다. 나이 서른. 아무도 안 주워갈 더티한 총각 교수를 짝사랑하며 그의 부탁으로 시간여행을 하면서 사는 여자, 민호.  임시직인 유치원 보조 교사를 하던 중 운명의 남자와 마주칠때까지 그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엄마보다는 이모를 기억하는 남자

 

서담 박부전과 김춘방의 손자인 이완의 집안엔 조부모가 평생의 재산을 들여 구매했던 조선 유물 3,500여점이 보관되어 있다. 허랑방탕한 삶을 산 아버지 제임스 박도 그것은 손대지 못했는데 이는 할머니의 유언장 때문. 이제 오늘 내일 저승사자를 만날 일만 남겨둔 아버지를 대신하여 유산을 물려 받게 될 줄 알았으나 망자의 유언은 이완의 발목을 단단히 잡아 버렸다. 최종 유언장이 든 화각함에 맞는 열쇠를 찾아 유언을 따르라는 것! 그렇지 못할 시엔 유물 3,512점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조선관'을 지어 기증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벼락맞을 유언의 집행을 막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완은 유물 전시전을 꿈꾸던 이교수와 만나게 되고 그의 주선으로 타임트래블러인 민호와 계약을 맺게 된다. 백만원이라는 언급에 입째지게 행복해하는 순진한 여자 민호를 사기꾼으로 매도하던 그는 눈 앞에서 그녀가 사라졌다가 잃어버렸던 유물의 조각을 가지고 돌아오자 그녀를 믿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에게도 과거로 돌아가 만나고 싶은 그리운 사람들이 있었으니....첫사랑이었던 이모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던 것!

 

관찰이 관심이 되고 관심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것도 순간! 둘 사이 강력한 스파크가 파바박 튀는 시점부터 이야기의 재미는 급물살을 타고 로맨스의 강을 굽이굽이 돌아쳐 흘러갔다.

 

 

#반전의 묘미 : 알고 있던 사실들을 다 뒤집어야 진실이 보인다

 

 

풍양 조씨 집안에서 데리고 있던 유모의 딸이었던 할머니는 그때 당시 머슴과 결혼하여 아이가 둘 있었던 상태였는데 아씨의 친구였던 박부전과 결혼하여 아비 제임스 박을 낳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 심산인지 민호를 따라 과거로 들어갔던 이완은 함께 목매달아 죽으려한 처녀를 구조하게 되고 그녀가 바로 할머니의 주인이자 조씨댁 고명딸인 덕희임을 알게 된다. 독립 운동으로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있는 오빠의 벗 영호의 아이를 처녀의 몸으로 덜컥 임신해버린 덕희. 그리고 그런 덕희를 곁에서 묵묵히 바라보며 짝사랑하고 있던 남자 박부전. 이야기는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훗날 친일의 오명을 쓰게 만든 박제순 대신의 아들인 박부전은 미곡선물거래로 당시 큰 재산을 모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자신의 모든 인맥과 재산을 동원하여 그녀를 돕게 된다. 천성적으로 수줍고 음악을 좋아하던 취향이 고급진 이 남자는 말을 더듬는 습관 때문에 쉽게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었으나 그 따뜻한 진심만은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알게 될 그런 좋은 사람이었다. 할머니의 남편이 될 이 남자가 왜 주인 아씨의 뒤통수만 보고 서 있는 것일까. 또한 어린 시절 급사한 계부와 엄마의 기억 너머에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서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졌던 멋진 외모의 이모는 어디서 온 여자였을까.

 

p510  어차피 다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 아닙니까

 

맞다. 주말의 명화를 다시 돌려보듯 지난 장면들을 보는 것처럼 그대로 보기만 해야하는 것이 과거의 일들일 것이다. 바꾸려고 하면 할수록 꼬여버리기 때문에 현재의 사람은 과거의 사건에 관여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민호는 이완을 위해 무언가를 해 주고 싶어졌다. 부모를 잃고 외롭게 자라온 두 남녀는 그렇게 통하는 면이 있었다. 그 외로움이 끌림을 만든 것일까. 과거와 현재는 묘하게 그리고 딱 맞게 교차하면서 시간 여행의 조각들을 맞춰나가고 있었다.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완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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