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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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니어처리스트>는 사람으로 치자면 그 스펙이 참으로 화려했다. '월터스톤 올해의 책', '내셔널북어워드 올해의 책', '옵저버선정 최고이 소설',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표지도 아름다웠고 두께도 도전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을만큼이라 은근 기대감도 높았던 이야기였다.

나이 차가 큰 남편과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아름다운 아내, 남편의 비밀, 그리고 갇혀 있는 듯한 집이라는 공간.....<푸른 수염>이 떠올려지는 스토리에 미스터리를 기대했지만 이야기는 의외의 물살을 타고 흘러갔다. 한참 재미나게 보고 있는 드라마인  [W]의 주인공, 강철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인 "맥락이 없네"라는 표현처럼 처음 읽고서는 '이 소설 대체 맥락이 뭐야?'란 생각이 들고 말았다.

 

모든 기대를 비켜간 그래서 더 앞 뒷장 팔랑거려가며 열심히 읽었던 '미니어처리스트'의 배경은 중세 유럽이었다. 골든에이지의 도시인 암스테르담으로 시집온 열 여덟의 넬라 엘리자베스를 신혼집에서 맞이한 건 그녀의 남편이 아닌 여동생 마린 브란트였다. 차가운 시선과 말투, 새 가족으로 환대받기 보다는 적대시하는 브란트가 사람들. 열 여덟의 어린 새신부에게 이 모든 낯선 공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었으리라. 남편 한 사람의 사랑이 모든 낯섦을 감싸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또한 그렇지 못했다.

 

결혼 선물로 값비싼 캐비닛 집(미니어처 하우스)을 선물했을 뿐. 실제의 집을 줄여놓은 듯한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미니어처리스트'에게 세 가지 주문을 했던 넬라는 막상 물품들을 받고선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섬세하게 만들어진 물건들 속엔 주문한 적 없는 물품이 몇 개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중  남편의 개인 다나와 레제키도 있었다.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래서 더 수상한 두 마리의 개. 점의 위치까지 똑같은 그 개를 보며 놀라고만 넬라.

 이후부터 넬라에게 미니어처리스트가 누구인가? 를 밝히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 아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녀의 불안을 한층 가중시켜버렸고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왜 그들의 삶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나가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브란트 집안의 비밀과 마주서야 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어린 신부를 맞이했으면서 집을 비우기 일쑤인 남편과 결혼하지 않은 채 안주인 역할을 하며 오빠의 집에 얹혀 사는 여동생. 그리고 충성심이 대단한 하인들까지......각자의 사정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당시로서는 너무나 큰 스캔들이었을 그들의 비밀을 공유해야만 했던 넬라.

 

 

"오빤 널 좋아해"
"저는 이 속임수를, 이 모욕감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요. 내가 이렇게 되리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었어요. 내가 남편을 기다렸던 수많은 밤은....."
"넬라! 그건 기회였어. 모두에게."

-P196 -

 

 

 

 

 

 

 암스테르담에서 존경받는 부유한 상인인 남편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었고 그의 여동생은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으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악의를 품은 이웃의 고발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었다.

 "더는 비밀이 있어선 안 돼요." -P500 -

17세기 유럽인들에게 동성애는 처벌받아야할 죄악이었을까. 넬라의 남편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물 속으로 수장되었고 그의 여동생은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다만 미니어처리스트가 작은 집에 넣어 두었던 다섯 사람만 집에 남겨졌다. 마치 예언처럼-. 사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집필 그리고 퇴고만 열일곱 번의 과정을 거쳤다는 <미니어처리스트>는 추리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스터리를 쫓듯 궁금증을 풀어나가야했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더불어 넬라의 희망, 그녀의 절망, 그 끝에 남겨진 슬픔을 함께 맛보아야만 했다. 넬라가 된 듯 이야기를 쫓게 만든 <미니어처리스트>. 평소와 달리 참 많이 걸렸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데.......!

 

책을 덮고 생각해 본다. 그녀의 결혼은 실패한 결혼일까.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일까. 이제 그녀는 남편 없이 낯설 도시에서 갓난 아이를 보살피며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혹시 2권이 나올게 될까. 많은 궁금증들이 함께 남아버렸다. 스토리상 2권이 나올 기미는 0%. 하지만 넬라의 후일담이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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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아이를 병들게 하는 경피독 -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여성질환의 발생, 예방, 치료에 관한 모든 것
이케가와 아키라 지음, 오승민 옮김 / 끌레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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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경력의 일본 산부인과 의사가 주목한  "경피독" 은 우리의 삶과 이미 상당부분 밀접해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사태 역시 이 책에서 우려했던 부분 중의 일부분일 뿐이었고,  샴푸, 화장품, 합성세제, 각종 살균제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서 도저히 그 사용을 멈출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상 용품 속에 함유된 유해화학물질의 위험도가 이정도일 줄이야!!! 뒷 목 잡고 쓰러질 정도여서 걱정이 크다. 과연 이들을 빼놓고 생활이 가능할까. 우린.

진퇴양난. 나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매일매일 내 몸에 독을 쌓아가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일까. 경피독이란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독을 의미하며, 샴푸, 화장품, 세제 등에 함유된 유해화학물질이 유입되어 건강상 문제가 야기된다고 했다. 게다가 그 독은 아이에게까지 대물림되는 무서운 것이었다.

 

14~15페이지 한 장에 걸쳐 <경피독과 여성질환의 위험 정도 체크 리스트>가 있어 해 보았더니, 다행스럽게도 결과는 15개 미만이었다. 일단 안심. 하지만 갯수체크만으로 독으로부터 벗어났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우리가 사용중인 대량생산용품들은 보통 석유를 원료로 한 합성화학물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들이 인체에 무해한 지에 대한 검토는 커녕 관심도 없이 소비해왔다. 그점이 가장 뼈아프다. 그 누구보다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 했건만....

그저 건강상의 이유로, 식습관의 변화로, 유전적인 영향으로 생기는 줄 알았던 각종 여성 질환들(유방암/자궁내막암/자궁근종,난소낭종)의 발병이 꼭 위의 세 가지 이유로만 생기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되어서 충격을 심하게 받은 것도 사실이다.

 남자도 걸리는(드라마_질투의 화신) 유방암을 비롯한 여성질환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모든 질병이 그러하겠지만 산부인과 진료는 자칫 부끄럽게 생각되어 의심가는 증상이 있어도 내원하기 쉽지가 않다. 자칫 병을 키우게 될 수있기 때문에 이 책을 보며 조금 더 꼼꼼하게 체크해보기로 했다. 우려되는 점들을....

물론 환경호르몬이 어떤 물질인지, 어떤 작용을 해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도 쉽지 않다고 해서 더 걱정이 된다.

 

경구흡수(음식, 물과 함께 체내로), 흡입(공기중 폐로), 경피흡수(접촉,바르기 등 피부로) 중 마지막으로 언급된 경피흡수는 사회적 인식이 낮은 편이지만 그 유해성만큼은 어마어마했다. 예시로 든 DEET(모기기피제 스프레이) 스프레이 유아 사고의 경우 경각심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내 아이에게 모기 스프레이를 뿌려댈 엄마들이 없겠지만 샴푸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 임신 중이건 출산 후 건 간에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여성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샴푸가 자궁내막증을 유발한다는 페이지를 읽고나서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까.

샴푸내 합성계면활성제가 수돗물의 염소와 반응하여 다이옥신을 발생시키는데 체내로 흡수된 다이옥신은 에스트로겐 작용을 교란시켜 자궁내막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실제 천연원료 제품으로 바꾸고나서는 자궁내막증 증상이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다고 한다.

 사실 모든 제품을 하루 아침에 사용중지 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유해한 물질이 함유된 것을 알면서도 사용하기는 찝찝하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하나 줄여나가거나 바꾸어나가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내 몸을 위해 그리고 후손들을 위해-.

 

자궁내막증은 50년 전에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없었던 질환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50년간 그 발병률이 20~30배나 증가되었고 20대~40대 성인여성의 10%가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후도 비슷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용품들은 우리 역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 호르몬만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주변에 유해한 용품들이 널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삶은 갑자기 윤택해졌다. 할머니나 엄마가 가끔씩 툭툭 내뱉는 옛이야기 속엔 생리대, 칼라 TV, 수세식 화장실, 샴푸/린스 는 없다. 삶의 중간에 생긴 편리함들이라고 덧붙여 말씀하시곤 했다. 그냥 마셔도 되는 흐르는 물, 산과 들에 흔하게 보였던 메뚜기, 식구들과 손에 손잡고 걸었다던 달밤의 달빛들이 등장하는 추억들이었다.

 

과학으로 더 윤택해진 것은 맞다. 분명 혜택을 입은 삶이다. 하지만 더 건강하게 만들어준 것인지는 아리쏭하다. 받은 만큼 내어준 것도 크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으니..30년 넘은 삶이 참 헛똑똑이였구나 ! 싶어졌다.

뱀피, 동물털...들과는 원래 친하지 않았고 외출 시에도 에코백을 두르고 텀블러를 챙겨 나간다. 편하고 좋아서였는데 좀 더 환경을 생각하고 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들이 있을지 찾아보고 싶어졌다. 내게도 경각심을 갖게 만들었듯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들만이라도 건강과 환경을 위한 선택의 폭을 넓혀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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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3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3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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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cm송이 귓가를 맴돈다. 눈 불편한 고양이 순대와 귀도 잘 안들리고 눈도 잘 안보이는 나이가 되어 버린 개 '낭낙이' 그리고 그림보다 훨씬 예뻤던 착하디 착하다는 뾰롱이까지...그들의 일상을 구경하며 감동은 내 마음에 채워지는...참으로 이상한 웹툰을 보고 말았다.


 

나이든 개가 되어 버린 '낭낙이'와 행복한 이별을 준비하면서 그 추억을 담아두려 시작했다는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는 단행본으로 3권이 묶여질만큼 많은 에피소드들로 채워졌다. 애초에 연재물 독자였던 나는 정작 책으로 나왔을 때는 1권만 보고 그만 잊어버렸는데 세월이 흘러 2권과 3권을 함께 보면서 울다가 웃다가 했다.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내 고양이들과의 시간도 하루하루 짧아만져간다. 일상에 묻혀 오늘에 충실하지 못했다 싶다가도 그래도 내일 역시 곁에 있어주리라는 믿음이 있어 아침에 눈 뜨는 것이 두렵지 않은데 만약 더 세월이 지나 이별이 문턱에 닿게 된다면 그때도 이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싶어져 우울하다.

 

따뜻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 한 편이 전하는 위로의 힘은 참 크다. 그래서 읽는내내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이 들고 말았다. 특히 이빨이 거의 없는 낭낙이를 위해 엄마가 삶아놓은 감자를 딸이 먹은 것을 보고 "개밥을 왜 먹니 개꺼를...!", "딸아, 개 밥 먹었니?"라고 부모님이 차례로 나와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크게 웃다가 낭낙이의 하나 남은 새끼가 어미보다 먼저 죽어버린 대목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버렸다. 조울증도 아닌데 웃다가 울다가 또 웃음이 나고....이야기의 힘은 참 컸다. 아니, 감동의 물결이 그만큼 거셌다고 봐야할까.

 

사랑하는데는 이유가 없다고 했던가. 처음 낭낙이를 데려온 아버지를 혼내던 엄마는 이제 딸을 혼낸다. 개 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어제 본 <무심한듯 다정한>에 등장하는 엄마들처럼 세상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 이렇게 따뜻하면 얼마나 좋을까. (뉴스를 장식하는 흉흉한 아동학대사건이나 길친구들을 마땅찮아하여 농약을 놓는 손들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드는 건 너무 자주 자행되고 있어서가 아닐까. 세상 곳곳에서. 가족 구성원 중에서 나는 엄마의 힘이 가장 강하며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려면. 모든 교육, 인성, 올바른 마음가짐이 엄마로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재도 끝났고 단행본도 더 나올리 없지만 나는 다시 초작가의 따뜻한 감성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이 되었든 사람을 향해있든 그녀의 따뜻한 감성으로 세상의 차가운 온도를 1도라도 데워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등장하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가 없다. 짧으면서도 뭉툭한 감동이 눈물 한방울과 함께 떨어지고 나면 기억 속에서는 잊혀져도 가슴에 새겨지기 때문에 쉽게 말로 옮기고 싶지 않아서....! 그런 이야기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열마디 말을 건네기 보다는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를 한 번 펼쳐보라고 권유하고 만다.

 

3권의 마지막 장을 덮고 해외에 있는 이에게 한 페이지를 보내며 이 책을 소개했다. 개를 반려하고 있는 사람이라 '너무 감동적이라면서 꼭  찾아보겠다'는 답변이 전해져왔다. 아마 읽고나면 또 다른 카톡이 전해져 오리라....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바쁘게 지냈던 20대엔 몰랐던 삶이지만 좀 더 일찍 알았어도 좋았겠다 싶어질만큼 나는 지금의 삶이 참 좋다. 털이 좀 날려서 환기를 자주 해야하고 알레르기 때문에 약을 먹어야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위로와 평안을 얻고 있다. 게다가 여유를 배워나가고 있다. 고양이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너무 바쁘게, 꼼꼼하게, 내일은 없을 것처럼 무조건 오늘!!!을 외치며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반성이 될만큼....많이 배우며 산다.

 

다른 동물 웹툰보다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가 훨씬 와 닿았던 이유는 과장없이 가감없이 실제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내겐 그러했다. 나의 어제, 나의 오늘 같은 일들이 가득했다, 페이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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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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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되는 동안 봤던 몇 안되는 웹툰 중 하나가 '초'작가의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 같고, 내 고양이의 일상과 닮아 '어쩜 이리 잘 알지?'라고 감탄하며 매회 보곤 했다.

어느 날엔 웃다가 어느 날엔 또 슬펐고....이 모든 순간이 짧은 추억이 될까봐 마음 졸이며 보았던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

 

역시 글로 배운 사람이 아니라 반려하고 있는 경험으로 그려진 이야기들이어서 감동은 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초 작가의 '낭낙'이는 그림이 훨씬 예뻤다. 어느 페이지에선가 실제 낭낙이의 사진이 등장하는데 도무지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입인지 알 수 없을만큼 털이 회색빛인 푸들이었다. 타인의 눈에는 현재의 낭낙이 모습만이 보일 뿐이지만 저자의 가족들에게는 처음 순간부터 현재까지의 추억이 더해져 여전히 아기아기하고 예쁜 그러나 좀 느려진 낭낙이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듯 했다.

 

고양이와 개는 참 다르다. 웹툰 속 에피소드 몇 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랑스러움은 똑같았다. 개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p228에서처럼 개들이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싶어하는 건 자기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도로에서 열린 창 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개들과 마주할 때면 우선 웃음부터 났다. 그리고 반갑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안녕, 너 참 빠르구나~"하고.

 

뜬금없는 인사일지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인사하게 되었다. 이 웹툰을 보고나서부터는...왠지 개들은 알아들을 것 같아서.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소망은 꼭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솟아나는 것이 아니었다. 고양이와 가족이 되고 길고양이들의 척박한 삶이 눈에 보이게 되면서부터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고, 좀 더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졌다. 그런 바램이 든 것은 역시 혼자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공존. 참 쉬워 보이는 단어인데 참으로 어렵다. 입장차이, 현실을 고려한 처사,,,,이런 것들은 잠시 내려놓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편을 찾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수는 없는 것일까. 정확하지 않은 보도, 그 보도 하나에 쉽게 동요하는 나라,,,,이런 나라지만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이번 보도가 '독'이 아닌 '약'이 되도록 만들 수 있는 것 역시 사람의 역량이며 결국 사람이 해야할 일인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감정이 매말라 태어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이코패스는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하지만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를 보면 그들 역시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고 순영향을 끼치며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다.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순간의 결정으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명분을 찾기에 앞서 자연의 흐름에 위배되는 것인지 아닌지부터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는 거다.

 

앞서 언급한 바 있긴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참 달랐다. 특히 나이 든 개 쪽인 '낭낙이'에게 명랑 땅꼬마 '순대'는 어찌보면 참 귀찮은 존재일 수도 있었다. 편안한 노년에 번갯불에 콩 튀긴 것 같은 녀석이 나타나 동해번쩍, 서해번쩍 시끄럽게 굴었으므로.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평화적인 공존의 방식은 사람인 나로하여금 참 숙연하게 만들고 말았다. 너무 자연스러웠다. 다름을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라니....왜 인간은 이렇게 되지 못하고 있나 ? 싶을 정도로.

 

물론 2권에서 보면 낭낙이는 부모님 곁에 남고 작업실 겸 자신의 공간을 마련하게 된 초작가와 함께 독립을 하게 된 순대는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계속 함께 살게 되었다고해도 그들은 평화롭게 잘 지냈을 거라 예상된다.  감동은 같은 에피소드를 함께 공유할때만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배울점을 발견하고 인간이기에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하는 마음이 들때에도 남겨진다는 것을 초작가의 웹툰을 보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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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다정한 - 엄마와 고양이가 함께한 시간
정서윤 글.사진 / 안나푸르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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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이 먹고 입고 쓰고 살아가는 일은 모두 다른 생명에게 끊임없이 신세를 지는 일이란 걸 새삼 느낀다....신세 질 일은 한 가지씩이라도 줄여보기로 하자

같은 마음을 이렇게 잘 정리해 놓은 사람이 있구나! 딱 이 마음인데...

2013년 6월,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에서 마주치게 되었다는 올노랑 고양이 한 마리. 초면에도 다리에 부비부비 했다는 걸 감안하면 (사람)손이 탈대로 탄 고양이거나 누가 키우다가 버린 경우인데 비쩍 마른 몸이라는 걸 보면 아마 밥 챙겨주는 사람이 있었다기 보다는 누가 키우다 버려 쫄쫄 굶고 있던 쪽이 아니었나 싶어진다. 순돌이라는 이 녀석.

 

엄마의 반대가 심해 밥만 챙기는 사이가 되었지만 곧 길고양이들의 텃세에 시달리고 심하게 물려 귀에 구멍이 나기도 했던 순돌이를 밖에 두고 마음이 쓰였던 저자는 5개월만에 녀석을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던 것. 아, 잘 되었다.....그 마음 너무 잘 알고 있기에...

1년 6개월 넘게 밥 주던 녀석을 하나는 입양 보내고 2녀석은 데리고 들어와 가족으로 2~3년째 살고 있어 누구보다 공감이 갔다. 저 애타는 마음에...그리고 미안했을 그 마음에...

 사진 찍는 일이 취미라는 저자의 앵글에 잡힌 건 비단 고양이 '순돌이'뿐이 아니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목화솜처럼 피어버린 나이든 어머니와 순돌이의 일상 케미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흐뭇할 수 밖에 없었다. 입성을 반대했던 이의 마음을 이토록 간들간들하게 빼앗아버린 녀석이라니....덕분에 엄마의 모습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딸은 나이든 엄마와 순돌이와의 예정된 이별에 대해 자각하며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담아내고 있었던 것.  '무심한 듯 다정하게' 는 엄마와 고양이 사이를 뜻하기도 했지만 렌즈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딸의 마음을 잘 대변한 제목이기도 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책 내용 중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명절 증후군은 맏며느리인 엄마나 노처녀인 나만 겪는 줄 알았더니, 고양이도 피해갈 수 없나보다." 하고.   그만 웃음이 났다. 고양이에게도 그런 고충이있었구나!! 곧 추석명절이 다가오고 있는데 올해도 순돌이는 어김없이 명절 증후군을 앓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정말 그런거니? 노란고양이 순돌군~

 그런가하면 가슴 속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내용도 있었는데 추위를 피하려 폐지 더미 속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곤 했다는 내용에서 그만 다음 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말았다. 추위를 얼마나 막아줄 수 있을까. 폐지 따위가. 게다가 그마저도 폐지 줍는 사람들 때문에 빼앗기고마는 길고양이들이 참 많을텐데...더위가 한 풀 꺾여 한숨을 돌린다 싶었더니, 그래...곧 추위가 몰아치겠구나....싶어졌다. 올 겨울들을 잘 이겨내주면 좋겠는데....동네 길냥이들이......!

 

단 한 마리의 고양이지만 순돌이는 가족의 품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고 칭찬받으며 산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길고양이에 대한 오보가 방송에 나간 뒤 우려하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정 보도가 없어 마음이 심란하던 차에, 따뜻한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잡은 길고양이  '순돌이'의 이야기는 마음을 달랠 한 알의 약이 되어 분노의 마음을 스르르...잠시 녹여준다.

 엄마의 색칠공부에 참견을 하고, '소온~'달라는 요청에 모른척 고개도 돌리고, 길고양이들 구경도 같이 하고, 빨간(?) 내복차림의 엄마 곁에 찰싹 붙어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는 모습들을 그 앞에서 찍고 있는 딸...혼자 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둘(고양이와 엄마)이 하나를 지켜보는 훈훈한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났다. 그래, 평범한 일상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p77)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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