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미니어처리스트>는 사람으로 치자면 그 스펙이 참으로 화려했다. '월터스톤 올해의 책', '내셔널북어워드 올해의 책', '옵저버선정 최고이 소설',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표지도 아름다웠고 두께도 도전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을만큼이라 은근 기대감도 높았던 이야기였다.

나이 차가 큰 남편과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아름다운 아내, 남편의 비밀, 그리고 갇혀 있는 듯한 집이라는 공간.....<푸른 수염>이 떠올려지는 스토리에 미스터리를 기대했지만 이야기는 의외의 물살을 타고 흘러갔다. 한참 재미나게 보고 있는 드라마인  [W]의 주인공, 강철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인 "맥락이 없네"라는 표현처럼 처음 읽고서는 '이 소설 대체 맥락이 뭐야?'란 생각이 들고 말았다.

 

모든 기대를 비켜간 그래서 더 앞 뒷장 팔랑거려가며 열심히 읽었던 '미니어처리스트'의 배경은 중세 유럽이었다. 골든에이지의 도시인 암스테르담으로 시집온 열 여덟의 넬라 엘리자베스를 신혼집에서 맞이한 건 그녀의 남편이 아닌 여동생 마린 브란트였다. 차가운 시선과 말투, 새 가족으로 환대받기 보다는 적대시하는 브란트가 사람들. 열 여덟의 어린 새신부에게 이 모든 낯선 공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었으리라. 남편 한 사람의 사랑이 모든 낯섦을 감싸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또한 그렇지 못했다.

 

결혼 선물로 값비싼 캐비닛 집(미니어처 하우스)을 선물했을 뿐. 실제의 집을 줄여놓은 듯한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미니어처리스트'에게 세 가지 주문을 했던 넬라는 막상 물품들을 받고선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섬세하게 만들어진 물건들 속엔 주문한 적 없는 물품이 몇 개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중  남편의 개인 다나와 레제키도 있었다.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래서 더 수상한 두 마리의 개. 점의 위치까지 똑같은 그 개를 보며 놀라고만 넬라.

 이후부터 넬라에게 미니어처리스트가 누구인가? 를 밝히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 아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녀의 불안을 한층 가중시켜버렸고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왜 그들의 삶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나가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브란트 집안의 비밀과 마주서야 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어린 신부를 맞이했으면서 집을 비우기 일쑤인 남편과 결혼하지 않은 채 안주인 역할을 하며 오빠의 집에 얹혀 사는 여동생. 그리고 충성심이 대단한 하인들까지......각자의 사정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당시로서는 너무나 큰 스캔들이었을 그들의 비밀을 공유해야만 했던 넬라.

 

 

"오빤 널 좋아해"
"저는 이 속임수를, 이 모욕감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요. 내가 이렇게 되리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었어요. 내가 남편을 기다렸던 수많은 밤은....."
"넬라! 그건 기회였어. 모두에게."

-P196 -

 

 

 

 

 

 

 암스테르담에서 존경받는 부유한 상인인 남편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었고 그의 여동생은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으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악의를 품은 이웃의 고발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었다.

 "더는 비밀이 있어선 안 돼요." -P500 -

17세기 유럽인들에게 동성애는 처벌받아야할 죄악이었을까. 넬라의 남편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물 속으로 수장되었고 그의 여동생은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다만 미니어처리스트가 작은 집에 넣어 두었던 다섯 사람만 집에 남겨졌다. 마치 예언처럼-. 사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집필 그리고 퇴고만 열일곱 번의 과정을 거쳤다는 <미니어처리스트>는 추리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스터리를 쫓듯 궁금증을 풀어나가야했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더불어 넬라의 희망, 그녀의 절망, 그 끝에 남겨진 슬픔을 함께 맛보아야만 했다. 넬라가 된 듯 이야기를 쫓게 만든 <미니어처리스트>. 평소와 달리 참 많이 걸렸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데.......!

 

책을 덮고 생각해 본다. 그녀의 결혼은 실패한 결혼일까.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일까. 이제 그녀는 남편 없이 낯설 도시에서 갓난 아이를 보살피며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혹시 2권이 나올게 될까. 많은 궁금증들이 함께 남아버렸다. 스토리상 2권이 나올 기미는 0%. 하지만 넬라의 후일담이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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