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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고양이
윤이형 외 지음 / 폭스코너 / 2016년 1월
평점 :
묘연이라고 했다.
고양이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에게 선택받는 삶이라고. 그렇게 집사가 된 사람들의
고백들을 들은 적 있는데 <작가와 고양이>속 그들 역시 대부분 그러했다. 웹툰을 그리고, 소설을 쓰고,북디자인을 하며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을 함께 나누고 있는 고양이는 어떤 아이들일까. 좀 특별하지 않을까? 작가의 고양이니까....혹시...헤밍웨이의 고양이처럼 다지증
고양이? 책장을 넘기기 전에 즐거운 상상으로 머릿 속을 채워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작가의 고양이라고 해서 내 고양이들과 별반 다른 모습을 발견하진 못했다.
마구마구 영감을 쏟아준다든지, 작업 중엔 피해준다든지, 큰 보은으로 집사를 기쁘게 해 준다든지...같은 특별함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참 즐겁게 읽힌 것은 내 고양이와 같은 모습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고양이를 데려올 때
소설을 쓸 때 찾아오는 막막한 두려움을 느꼈었다고 고백한 윤이형 작가의 고양이(몽식이)는 샴인 우리 꽁꽁이를 닮았다. 소설을 쓰기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잠시 인연을 맺었던 고양이 라노에 관한 슬픈 사연을 털어놓았던 박형서 작가나 이사갈 때 마당냥이들까지 몽땅 데리고 이사한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의 경우는 두 눈이 짓무를만큼 울며 열독하기도 했다.
반면 유독 반갑게 읽혔던 페이지가 있었는데 바로 <탐묘인간>의 작가
SOON과 그녀의 고양이들이 소개된 페이지였다. 고시원 원룸에서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던 구조이야기부터 임보 갔다가 다시 돌아와 가족이 된
'미유'와의 이야기는 이미 웹툰을 통해 알고 있던 이야기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자들이 가득한 책 속에서 발견하니 낯선 여행지에서 아는 사람과
마주친 것만큼이나 반가운 마음이 들고 말았다. 이제는 웹툰이 종료되어 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아 더 반가웠던 것은 아닐까.
그런가하면 손보미
소설가가 돌보던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참 예뻤다. 처음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어느새 이웃들의 눈을 피해 길고양이들에게 먹거리를
가져다주는 모습이 나와 내 이웃들의 일상과 다르지 않아 안타까웠고. 사람들이 좀 더 너그러워졌으면 하는 바램도 동일한 듯 하여 그녀의 글에 유독
공감이 많이 갔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작은 틈 사이, 아파트 화단에 있는 작은 구멍 속, 쓰레기봉투 사이에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음을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는 삶이 빨리 안정화되기를...
뱀을 싫어한다고해서
뱀을 잡아죽이러 쫓아다니지 않듯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저 무관심하게 지나쳐주면 좋겠다. 길고양이 밥을 챙기는 사람을 보게 되어도 그저
무심하게 지나쳐주었으면...그것만이라도 참 고맙게 느껴질 것 같다.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떻게 읽혔을까. 지금은 함께 살고
있지 않아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여기에 글을 쓴 작가들처럼 나 역시 고양이에 대해 무심한 10대와 20대를 지나왔다.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고양이라는 존재를 글이나 책이 아닌 귀로 듣기 시작해서 눈으로 보긴 했으나 내게 책임이 돌아오는 일이 아니었기에
무심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인 동시에 길고양이 몇몇의 밥을 책임지고 있어 고양이 관련서적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며 살고
있다. 사람은 이렇게 변한다. 내겐 작고 보들보들한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이 변화를 가져왔듯 누군가에겐 이 책이 그 시작점이 되어 주어도
근사하겠다 싶어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