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 스토커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정말 맹세컨데, 단 한 마리도 보질 못했다. 아무리 관심이 없었어도 그렇지 지금은 현관만 나서도 보이는 고양이들을 어떻게 한 마리도 못 보고 살아왔을까. 바쁘게 살기도 했지만 무심코 지나친다는 것은 이렇게 무서운 일이다. 기억 속에서조차 지워진다니........!

단 한마리의 길고양이도 보지 못한 채 살았을 리 없다. 다만 유심히 보지 않았을테고 이내 기억에서 지워졌겠지...하지만 요즘엔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테라스 창 너머로 꼬리를 세우고 유유히 걸어가는 녀석들을 발견하곤 한다.

 

 

 

'고양이들에게 마음으로 생선을 바칩니다'라는 저자 아사오 하루밍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중요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길고양이의 뒤꽁무니를 따라 1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살지 않았을테니까.

1966년생의 하루밍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고양이 눈으로 산책>,<돌아온 고양이 스토커>,<고양이자리 여자의 생활과 의견>등등 고양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을 써왔고 그 중<나는 고양이 스토커>는 2009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참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글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 수 있었을까? 궁금증이 일긴 한다.

 

그러고보면 '나는 고양이 뒤를 밟아본 적이 있나?' 가만히 떠올려본다. 있긴 있다. 뒤를 밟아본다기보다는 추적에 가까웠지만 나랑이를 구조하겠다는 결심을 하고서는 줄기차게 쫓아다닌 적이 있긴 했다. 그때는 녀석이 무얼 먹긴 하는지, 주로 어디에서 휴식을 취하는지, 위험한 노인의 집 근처를 배회하진 않는지 등등이 궁금해서였는데, 물어보진 않았지만 쫄쫄 따라다니던 인간이 얼마나 귀찮았을까, 녀석!!!

 

 

책은 대략 2cm정도의 두께로 핸드폰 사이즈 정도의 작고 도톰한 책이어서 가을날, 가디건 속 큰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펼쳐보기 딱 좋은 사이즈였다. 실제로 무릎 길이의 가디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공원 벤치에 앉아서도 읽고 잠시 편의점에 갔다가 간식거리와 음료한 잔 사들고 그곳 간이 의자에 앉아서도 읽곤 했다. 틈틈이 여유가 될때마다 읽었던 <나는 고양이 스토커>의 내용은 이러했다.

 

서른 살이 넘어 혼자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는 어느날부터 고양이에 홀딱 빠져 마을 구석구석을 걸으며 고양이들을 찾아 헤매다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잘 마주칠 장소, 시간대, 스토킹에 적합한 옷차림, 요령 등이 생겼는데 보통 잘 마주치는 시간대는 해가 뜰 무렵과 해가 질 무렵이라고 귀뜸해준다.

 

 

 이노가시라 공원, 메구로가와 강변의 수풀 속, 하치조지마 섬, 우에노 시노바즈 연못 등등 정말 곳곳으로 고양이를 찾으러 다녔다. 정성이 갸륵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곳 저곳을 다녔던 그녀는 사진을 찍기 위한 목적도, 책을 내기 위한 목적도 아닌 그저 '고양이가 좋아서' 찾아다녔다고 하니....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입장이지만 뭐라 말해야 좋을까......그저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좋아해도 이런 정성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므로.

 

쫓아다닌 일만 기록된 것은 아니었다. f부부의 잃어버린 고양이인 "꼬마톰"을 찾기 위해 그 실종사건을 시작과 끝을 함께하며 후일담을 남겼고, "고양이 찾아주는 신사"(아즈사미텐 신사)에 가서는 그 유래와 진실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고양이를 잃고 신사에 가서 빌자마자 다음날 바로 찾게 되었다고해서 '고양이 찾아주는 신사'로 유명해지는 일이 과연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이런 대목은 참 부러워진다. 고양이에 대한 그 호감도를 짐작케하는 에피소드이므로.

그렇다고해서 준비도 없이 무작정 고양이 뒤를 쫓는 것은 곤란하다. <고양이 스토커 7계명>을 읽고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 눈으로만 쫓길 바란다. 고양이에겐 고양이의 삶이 있으므로.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기고 안전을 염려하는 건 좋지만 그들 모두를 입양보내거나 임보할 순 없기 때문에. 다만 세상에 고양이 관련 서적들이 넘쳐나고 그로 인해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 동물법과 동물복지가 더 강화되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마음 속으로 바라고 또 바라며 오늘 하루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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