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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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후 8년 만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다잉아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료될만 한 작품이었다. 

-지금 봐도,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는 작가의 극찬 아래 이야기는 모두가 조금씩 거짓말을 하는 신스케 주변으로 모여진다. 신스케 정말 사람을 죽였던 것일까. 그리고 그 기억만 몽땅 사라져 버린 것일까.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목격되는 것은 그 어떤 것이라도 공포스럽다. 구전으로 전달되던 이야기 중 비슷한 공포를 맛보게 한 이야기가 있는데 베란다에 밤에 서 있다가 마침 자살하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거꾸로 순식간에 떨어지던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은 슬로우 모션처럼 기억되어 아주 무서웠다는 어느 공포 이야기처럼 다잉 아이는 다잉메시지가 눈을 통해 전달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다소 방탕하게 생활하던 바텐더 신스케는 술집 아가씨 나루미와 동거중이다. 딱히 사랑한다거나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날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집으로 돌아가던 신스케는 뒤통수를 맞고 쓰러지는데 이후 부분 기억상실을 겪게 된다. 자신이 냈다는 인사사고 자체를 몽땅 기억속에서 도둑맞아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을 공격한 남자가 그때 인사사고를 당했던 여자의 남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죽어버렸다. 이후 신스케는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과 자신을 공격했던 남자의 자취를 찾아 나서던 중 나루미가 실종되고 매혹적인 여인 루리코와의 만남이 이어진다. 더 이상한 점은 모두가 조금씩 어딘가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추리소설처럼 조금씩 보여주고 더 많이 궁금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마네킹을 만드는 레이지의 부인인 미나에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당하면서 죽기 직전까지 그 모든 고통을 슬로우 모션처럼 느끼는 과정은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저 한줄로 죽었다 정도로 나타내던 다른 소설과는 달리  생생한 묘사로 그녀의 고통을 드러내는 부분을 첫 장면으로 잡은 까닭에 소설은 더 강인하게 각인되어 버렸다. 

미도리가 다잉아이의 최면에 걸리듯 우리도 함께 각인되어 버리면서 소설은 점점 더 매력적인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듯 했다. 마지막, 사카마키의 입을 통해 정리되는 순간까지 그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짜릿함은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특허가 아닌가 싶어졌다. 

그는 역시 이야기꾼이었다. 그 어떤 소재도 그의 손을 타면 재미난 이야기로 포장되어 나왔다. 원한과 슬픔, 그리고 욕망이 어우러져 또 멋진 이야기 한 편이 탄생되었다. 박수를 보내고 싶을 만큼 멋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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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으는 소녀 기담문학 고딕총서 4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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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담스 패밀리를 그림으로 옮기면 이런 표정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림은 괴기스러웠다. 
책 사이사이 삽화까지도 괴기스러웠는데 공포라기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블랙유머의 느낌이 전애져와서 이 그림들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 책은 삽화에 이끌려 읽게 된 단편소설집이었다. 

제목조차 [뼈 모으는 소녀]라니. 공포소설일까 싶었지만 책은 의외로 공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보다는 조금 특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회에서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소통보다는 혼자인 채를 선택한 듯한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남을 해치기 위한 계획된 나쁜 마음도 가지지 않았으며 그저 어느날 일어나는 일들을 살고 있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일 뿐이었다. 레피닥터, 피어스 자매, 외계인 납치 사건, 강건너기, 은둔자 구함, 단추도둑, 잠에 빠진 소년 등등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게 만드는 특이성을 가진 데다가 삽화가 주는 즐거움까지 빠지지 않아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 중 두 개의 단편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하나는 [뼈 모으는 소녀]로 인간은 누구나 땅 파는 걸 좋아한다는 이상한 명제아래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까지 말하는 기네스 젠킨스의 땅파기 이야기 일색이다. 고고학자, 정원사 처럼 전문적으로 땅파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기네스는 고단하게 늙은 뼈를 발견한 후부터 뼈를 찾아 모으기 시작했다. 

다른 한 편인 [다리한쪽이 없는 모리스씨]는 NCIS의 깁스처럼 지하실에서 보트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도 해병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니 다리 한 쪽이 없는 대신 보트를 만들면서 움직이는 희망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모리스씨에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강물이 불어 지하실의 보트가 둥둥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난 모리스씨는 갇힌 지하실에서 노를 저으며 행복감을 만끽했다. 하지만 물이 빠지고 나자 다시 배는 땅으로 가라앉았고 급기야 둑을 무너뜨려 홍수를 낸 다음 배를 띄울 수 있었다.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처럼 배가 많은 곳에 당도한 모리스씨는 자신처럼 노를 젓는 사람들 속에서 행복해졌다. 아마 그는 죽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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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가지 않겠어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김남주 옮김, 이형진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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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가게 될까?를 읽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먼저 떠올려진 것은 짱구였다. 

작가가 타계하여 이제 더이상 새로운 짱구시리즈는 볼 수 없게 된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의 짱구. 어린애라기 보다는 느물느물거리는 어른의 정신을 가진 채 살아가는 짱구. 그 못말리는 악당이라면 무시했을 하루하루가 주인고 장 루이에게는 양심을 콕콕 찌르고 마음 졸이는 하루하루가 되고 있었다. 

어린시절. 어른들의 그 수많은 "하지마"에 세뇌되면서 가끔 안지켜지는 날이면 지옥가지 않을까?에 시달렸던 나날들의 우리들 모습이 겹쳐지면서 우리는 장 루이를 통해 우리의 어린시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뭐든지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엄마에 대한 불안으로 "신부가 될께요"라고 약속했더니 엄마가 돌아왔다. 그러나 노인이 되어 세상을 타계한 엄마의 영정 앞에서 기도하면서 속죄한다. 신부가 되지 않았다고....

[아빠, 어디가?]를 너무나 감동깊게 읽었기에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며 볼 수 있었고 결코 실망스럽지 않았다. 

- 네 뱃 속에 악마가 산다고 말하는 외할머니의 말이나

-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학생 이라고 평한 교장 선생님의 표현을 보면서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가 떠올려지기도 했다. 그 어떤 말썽꾸러기라도 세상에는 쓸모없는 어린이란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인데, 책엔 아이를 이해하는 어른보다 아이의 진면모를 몰라주는 어른들의 모습이 가득했다. 

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몇몇 작품들 속의 어른들의 모습은 언제나 이토록 아름답지 못한 것인지....부정적이고 쓸모없는 사람들로 비춰지는지....어른이 된 지금의 내겐 가슴아픈 일이었다. 그 문장들을 발견한다는 것은.

지옥게 가지 않겠어는 가볍게 읽어도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웃으면서 읽기보다는 이해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으면 좋겠다. 멋진 어른이 등장하는 다음 작품의 발견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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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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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멋진 리뷰를 보면 부러워진다. 같은 책을 읽고도 감동의 토해냄이 덜하게 느껴지는 날이면 나의 감정그릇의 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멋진 필체와 가슴을 파고드는 그들의 감정샘.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사실 제목에 이끌렸으면서도 [4월의 물고기] 읽기가 주저되었다. 많은 찬사가 붙었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 읽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내 마음이라는 녀석이,  내 기분이라는 녀석이 워낙 변덕쟁이라서 그랬다. 

그러다 누군가의 멋진 서평을 읽으며 나 역시 그들과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하며 뒤늦게 책을 펼치게 된다. [4월의 물고기]도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선물이란 복잡 미묘한 관습으로 선물을 고르는 건 늘 힘들다고 투덜대면서도 서인은 남자의 넥타이를 고르고 있었다. 다섯살 연하, 그것도 고작 세번밖에 만나지 않은 남자에게 어울리는 넥타이를 고르는 것은 어느 여자에게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서인은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쿨한 척을 하는 여자였다. 그러니 선물을 포기하는 것도 안되는 여자였다. 

친구 혜정은 어떤 여자일까. "사랑에도 메이크 업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전화하면 전화기가 꺼져있는 친구. 혜정이었다. 

곧 유학 떠날 더군다나 세살 연하의 애인에게 끔찍하게 잘하는 남자와 데이트 메이트를 유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멋지게 살 수 있는 그녀의 삶을 무엇이 그토록 무겁게 만들고 있었던 것일까. 읽는 내내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만날 사람은 마나고야 말고 사랑할 사람은 사랑하고야 마는 것일까. 그들의 만남은 서인에게 필요악은 아니었을까. 다중인격자인 선우는 결국 서인을 죽이지 못하고 검은 스타킹을 자신의 목에 걸었다. 그가 죽고나서 서인은 가벼워졌을까. 안도감을 느꼈을까. 

만약 내가 서인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책은 나에게 누군가에게 멋진 서평의 감동을 남긴 것 같은 동일 감동을 남기진 못했지만 읽는 내내 서인으로 살게 만들었다. 생각하고 질문하고 답하는 동안 나는 서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책 읽기를 끝내놓고서도 한동안은 서인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작가의 필력은 그토록 강력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주인공에게 붙들어 놓고 놓아주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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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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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왠지 분위기를 짐작하게 만든다....

도시는 어떤 작가가 쓰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는데, 화가들처럼 그들의 화풍은 글과 여백으로 나뉘어져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도시는 다소 삭막해 보이기도 편리해 보이기도 이음이 있기도 끊음이 있기도 했는데, 133회 나오키상 수상작가인 슈카와 미나토의 도시는 다소 몽환적이다.

특히 옮긴이의 말 중에서 진실은 선악과 아무 관계가 없으며 인간의 욕망은 윤리나 도덕보다 뿌리가 더 깊고 튼튼하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착하게.....살기만을 가르쳐 왔던 학교교육은 똑똑한 선택을 막으며 나쁘게 대하는 사람에게까지 착하게 이용당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우리는 아름답지 못한 것과 도덕적이지 못한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나 스스로는 조금 헐렁해져도 좋다고 허락하면서 타인의 그것에는 왜 그토록 엄격한 잣대를 대고야 마는 것일까.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먼저 그 모든 잣대들을 내려놓고 작가가 이끄는 대로 읽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치 처음 가보는 여행길처럼 누군가가 닦아놓은 길을 조심스레 따라가듯 설레임을 안고 그 어떤 편견도 바닥에 내려놓은 채 글읽기를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금방 읽었을 때는 모를 수 있지만 읽고 되새김질 하면 참 무서울 법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다. 시체와의 섹스에 탐닉한 남자를 약혼자로 두었다가 동생의 시체가 겁탈당하고 결국 자신도 그런 시체가 되어버린 운명의 여인 사나에가 등장하는 [영혼을 찍는 사진사]는 목차 순으로 보면 제일 먼저 나오는 단편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이다. 

유령소녀 주리 , 레이니 엘렌, 내 이름은 프랜시스,  언젠가 고요의 바다에 ...도 어딘지 모르게 약간씩 무서운 색채를 담고 있다. 그래서 8월 밤에 읽기엔 적당했다. 너무 무서워 잠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도록...하지만 약간은 무서워서 시원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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