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누군가의 멋진 리뷰를 보면 부러워진다. 같은 책을 읽고도 감동의 토해냄이 덜하게 느껴지는 날이면 나의 감정그릇의 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멋진 필체와 가슴을 파고드는 그들의 감정샘.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사실 제목에 이끌렸으면서도 [4월의 물고기] 읽기가 주저되었다. 많은 찬사가 붙었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 읽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내 마음이라는 녀석이,  내 기분이라는 녀석이 워낙 변덕쟁이라서 그랬다. 

그러다 누군가의 멋진 서평을 읽으며 나 역시 그들과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하며 뒤늦게 책을 펼치게 된다. [4월의 물고기]도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선물이란 복잡 미묘한 관습으로 선물을 고르는 건 늘 힘들다고 투덜대면서도 서인은 남자의 넥타이를 고르고 있었다. 다섯살 연하, 그것도 고작 세번밖에 만나지 않은 남자에게 어울리는 넥타이를 고르는 것은 어느 여자에게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서인은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쿨한 척을 하는 여자였다. 그러니 선물을 포기하는 것도 안되는 여자였다. 

친구 혜정은 어떤 여자일까. "사랑에도 메이크 업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전화하면 전화기가 꺼져있는 친구. 혜정이었다. 

곧 유학 떠날 더군다나 세살 연하의 애인에게 끔찍하게 잘하는 남자와 데이트 메이트를 유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멋지게 살 수 있는 그녀의 삶을 무엇이 그토록 무겁게 만들고 있었던 것일까. 읽는 내내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만날 사람은 마나고야 말고 사랑할 사람은 사랑하고야 마는 것일까. 그들의 만남은 서인에게 필요악은 아니었을까. 다중인격자인 선우는 결국 서인을 죽이지 못하고 검은 스타킹을 자신의 목에 걸었다. 그가 죽고나서 서인은 가벼워졌을까. 안도감을 느꼈을까. 

만약 내가 서인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책은 나에게 누군가에게 멋진 서평의 감동을 남긴 것 같은 동일 감동을 남기진 못했지만 읽는 내내 서인으로 살게 만들었다. 생각하고 질문하고 답하는 동안 나는 서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책 읽기를 끝내놓고서도 한동안은 서인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작가의 필력은 그토록 강력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주인공에게 붙들어 놓고 놓아주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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