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모으는 소녀 기담문학 고딕총서 4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아담스 패밀리를 그림으로 옮기면 이런 표정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림은 괴기스러웠다. 
책 사이사이 삽화까지도 괴기스러웠는데 공포라기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블랙유머의 느낌이 전애져와서 이 그림들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 책은 삽화에 이끌려 읽게 된 단편소설집이었다. 

제목조차 [뼈 모으는 소녀]라니. 공포소설일까 싶었지만 책은 의외로 공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보다는 조금 특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회에서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소통보다는 혼자인 채를 선택한 듯한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남을 해치기 위한 계획된 나쁜 마음도 가지지 않았으며 그저 어느날 일어나는 일들을 살고 있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일 뿐이었다. 레피닥터, 피어스 자매, 외계인 납치 사건, 강건너기, 은둔자 구함, 단추도둑, 잠에 빠진 소년 등등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게 만드는 특이성을 가진 데다가 삽화가 주는 즐거움까지 빠지지 않아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 중 두 개의 단편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하나는 [뼈 모으는 소녀]로 인간은 누구나 땅 파는 걸 좋아한다는 이상한 명제아래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까지 말하는 기네스 젠킨스의 땅파기 이야기 일색이다. 고고학자, 정원사 처럼 전문적으로 땅파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기네스는 고단하게 늙은 뼈를 발견한 후부터 뼈를 찾아 모으기 시작했다. 

다른 한 편인 [다리한쪽이 없는 모리스씨]는 NCIS의 깁스처럼 지하실에서 보트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도 해병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니 다리 한 쪽이 없는 대신 보트를 만들면서 움직이는 희망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모리스씨에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강물이 불어 지하실의 보트가 둥둥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난 모리스씨는 갇힌 지하실에서 노를 저으며 행복감을 만끽했다. 하지만 물이 빠지고 나자 다시 배는 땅으로 가라앉았고 급기야 둑을 무너뜨려 홍수를 낸 다음 배를 띄울 수 있었다.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처럼 배가 많은 곳에 당도한 모리스씨는 자신처럼 노를 젓는 사람들 속에서 행복해졌다. 아마 그는 죽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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