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5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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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달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반응을 일끌어내야하는 설명은 힘든 일이다. 설명조차 쉽지 않은 일일진대,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것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몇몇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교섭과 설득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나타나면 끊임없이 관람하게 된다. 비록 그들 모두가 비슷비슷한 형태이긴 하더라도.

 

 

사회에 대한 불만이 도화선이 되었거나 혹은 금전적인 이유로, 수세에 몰려서 가 이유가 되어 고립된 장소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이들. 그래서 인질범 대 협상가는 팽팽한 감정의 날을 세우며 유리한 고지를 위해 시간을 벌고 두뇌 게임을 펼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소녀의 무덤]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인질범이 있고, 협상가가 있고 그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려는 어리석은 정치인이 있고....하지만 제프리 디버는 세상에 널린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재주를 [소녀의 무덤]에서도 발휘해냈다.

 

 

마치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식으로 협상가를 대하는 루이스 제레마이어 핸디. 서른 다섯의 그는 셰퍼드 윌콕스와 레이 서니 보너를 대동하고 도살장에서 인질극을 시작했다. 알코올 중독자 부부에게서 태어나 열다섯에 살인자가 된 핸디는 강도,방화, 실인으로 이미 무기징역을 언도받은 상태이며 냉철하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그런 그가 자신들의 차와 충돌한 캐딜락 커플을 죽이고 로랑 클레르 농아학교 학생 8명외 교사 2명을 납치, 도살장에서 인질극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중이다.

 

그런 그와의 교섭을 위해 결혼 기념일에 아내의 무덤에서 차출되어온 아더 포터는 아주 노련한 FBI수석 인질 협상가다. 머리카락이 희긋희긋한 모습으로도 그가 걸어온 세월을 알 수 있듯 특수작전 및 조사팀의 부지휘관으로 많은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했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전문적인 지휘로 캠프를 꾸리지만 역시 그와 반하는 세력들의 모종의 반항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고 그들은 시시때때로 협상을 방해하며 사상자를 내곤했다. 그 가운데 밝혀지는 범인과 결탁한 인물의 정체와 함께 범인 검거로 모든 사건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작가는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바로 농아학교 교사 멜라니. 조용하기만 하던 그녀는 위기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아이들을 탈출 시키고 자기 자신을 보호했다. 또한 아더를 에페로 칭하며 잡혀 있는 상황에서도 그를 위해 단서를 제공하는 담대함도 보인다.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녀는 도살장 안팎을 통틀어 아더에겐 가장 소중한 아군이었던 셈이다.

 

검거된 인질범이 다시 탈출하고 그런 그를 잡기 위해 다시 도살장 안으로 뛰어들었을 때도 그를 도운 것은 멜라니였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가장 스릴감 있고 속도감 있도록 하며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읽게 만드는 소설의 힘~!!바로 이 힘 때문에 제프리 디버의 소설을 읽게 되고 찾게 되나보다.

 

링컨 라임이 등장하던 아니든 간에 그의 소설은 그 어떤 책을 펼쳐들어도 그 순간 읽을 수 있는 가장 최선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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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핀 댄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2 링컨 라임 시리즈 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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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리퍼.

손에 사람의 목을 베는 낫을 들고 있는 사신을 뜻하는 그림 리퍼가 관 앞에서 한 여자와 함께 춤추는 문신을 팔에 새겨진 것이 그를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코핀 댄서.

 

시계공, 본콜렉터, 고스트 등등과 맞서온 링컨 라임이 이번 소설에서 맞부닥친 인물은 코핀 댄서다. 30대 백인 남성으로 추정할 뿐인 댄서는 주도면밀한 인물이며 그는 현장에 그 어떤 표식이나 단서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아멜리아가 현장감식을 아무리 꼼꼼히 해도 그 어떤 단서하나 발견하지 못하는 가운데 시카고 외곽 1천 6백 미터 상공에서 폭발한 민간 제트기에 타고 있던 에드워드 카니의 아내 퍼시가 다음 범행의 대상이 되지만 범행을 미리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따.

 

결혼한 상태에서 서로가 짝임을 알아봤던 링컨의 옛연인 클레어를 죽인 코핀 댄서를 꼭 잡고싶어 집요하게 파고드는 링컨. 그런 그를 애타게 바라보는 아멜리아와 링컨의 자기연민과 죄책감을 제대로 입막음한 여장부 퍼시가 소설의 재미를 한층 높여가며 다른 한편에선 댄서로 지목된 36세의 스티븐 로버트 콜과 그의 똘마니 조디의 이야기가 나란히 전개된다.

 

15세에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전적이 있는 스티븐이 사라지고 그를 잡기 위한 덫으로 퍼시와 조디를 전면에 내세우던 경찰은 주어진 45분의 마지막 순간에 링컨의 끈질긴 수사의 힘을 동앗줄 삼아 극적으로 퍼시를 살려내게 된다.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완벽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남자 링컨과 이런 링컨을 단 한방으로 설득시킬 수 있는 불도저 같은 여자 퍼시. 또한 링컨을 꿰뚫고 있는 댄서와 댄서를 앞서 생각하고 있는 링컨의 숨막히는 대결구도는 단 한 순간도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요소들이다.

 

링컨 라임 시리즈가 극적인 반전의 효과를 톡톡히 재미로 이어가는 까닭은 뛰어난 링컨 만큼이나 두뇌회전이 빠른 범인들이 양쪽에서 팽팽하게 균형을 맞추어 나가고 있기 때문인데, 모든 라임 시리즈의 암살자들이 뛰어나지만 특히 시즌 2의 범인 코핀댄서에 눈길이 머무는 이유는 그가 카멜레온 처럼 자신을 자유자재로 변신 시킬 수 있는 남자이며 플라나리아처럼 다시, 또 다시 재생되어 살아남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죽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살리는 방법 역시 수없이 많다는 것을 링컨은 잘 알고 있기에 언제나 그는 살리는 쪽이며 그의 경쟁자들보다 두뇌적으로 앞서 달리고 있다.

 

이번회에서도 댄서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인 "기만"을 역으로 활용해 그를 잡아냄으로써 그 어떤 범죄자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해낸 셈이다.

 

다소 엉뚱한 상상을 덧붙이자면 링컨과 덱스터가 맞붙으면 어느쪽이 성공하는 쪽일지 언제부턴가 상상해 보고 있다. 언제부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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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에 꼭 필요한 100가지 Speech
사이토 시게타 지음, 박현주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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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짧아서 좋은 글이 있고 길어서 좋은 글이 있다. 
시는 시어의 함축성이 맘에 들고 소설은 그 특유의 묘사성이 맘에 들어 읽게 된다. 충고도 책읽기와 같다. 


짧든 길든 내가 듣고 싶은 혹은 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글들은 소중하다. 대부분 그런 충고는 "나는 이렇게 살았지만 너는 이렇게 살아라"는 식이 아니라 더 맘에 든다. 심플하면서도 가지수로 보자면 언제나 넘칠만큼 충분한 사이토 시게타의 충고는 그래서 언제나 환영받는다. 

읽고 있는 동안엔 그가 정신의학 박사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마는데, [피너츠]가 고도의 심리상태를 반영시킨 작품이라는 사실을 잊은채 즐겁게 읽는 것과 같을 것이다. [마음을 리셋할 때 읽으면 좋은 71가지 어드바이스],[영혼을 맑게 해준 65가지 supplement],[자신을 리셋하고 싶을 때 읽는 66가지 hint]등을 통한 명쾌한 진단이 이번에 읽게 된 [즐거운 인생에 꼭 필요한 100가지 speech]에서도 이어져 100가지 중 내게 필요한 것들을 골라내게 만든다. 

이미 고인이 된 저자의 새 책이 줄줄이 계속 출판 되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지는 가운데 88세까지 현역의사로 근무했던 저자가 만 90세에 우리 앞에 내놓은 인생의 충고들은 열심히 살아온 사람의 것이라 더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살아보니, 인생도 급하게 걸으면 중요한 것을 지나친다는 말에선 천천히 걷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얻어지는 재산들을 귀중히 여기라는 충고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 즐거운 인생이 발견되었다는 말에선 바쁘게만 살고 있는 오늘에 대한 반성이 담겨 다른 내일을 꿈꿔보게 만들고 강요하는 사라보다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은 그 어떤 멘토의 충고보다 뼛속 깊이 새겨진다. 
 

 그의 말처럼 다른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며 살면 우리네 인생에서 몇몇 싸움들은 없어질텐데.....

사실 지나치지 않고 소홀하지 않고 간섭하지 말아라는 말을 지키며 살기엔 너무 어렵다. 그 적당함이 어디까지인지 눈금자로 재어보며 살 수 없는 것고 감정적인 상황에서 그 적정선은 언제나 넘겨지고 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을 요령껏, 적당히, 알맞게 살았을때 인간관계가 훨씬 깔끔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머릿속으로는 계산되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도 시간도 인생 속에서는 다 여행이라는데 "완벽주의"보다 "우선주의"자가 되면 더 행복해질까.
만 90세에 하고 싶은 말들이 있어 책을 써낸 그는 90세가 되어도 알아야 할 것이 있다고 한다. 90세. 지금의 나이에서 생각하면 그 나이가 되면 알아야 할 것보다는 알아온 것들에 파묻혀 지내는 나이일 것만 같은데 그는 겸손하게도 삶의 자세에 대해 언급하며 심금을 울린다. 감사하는 마음과 편안한 마음을 통해 "깊은 멋이 있는 인생"을 알게 되는 절정기라고 말하는 90세.  이 나이가 되면 모두 그처럼 멋진 삶의 자세를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어야지..."를 매달고 사는 노인의 삶보다 "90이 되어서야 알아지는 인생의 참맛을 즐기며 산다"고 말하는 노인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멋져 보일지 우리는 이제 안다. 

그 어떤 대도라 하더라도 인생을 훔치며 살 수는 없는 법. 자신이 만들어가는 오늘오늘을 웃는 인생으로, 느긋한 인생으로, 밝은 인생으로, 상쾌한 인생으로 만들어가도록 100가지 스피치 중에서 자신에게 적용가능한 충고들을 골라내어 다른 내일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게 만드는 것~!!90세의 사이토 시게타가 글을 쓰던 목적성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지나가 버린 시간도, 앞으로 펼쳐질 시간도 자신의 시간이 되면 언제나 소중한 시간으로 남는다. 그렇기에 100가지 처방전은 즐거운 인생에 꼭 필요한 100가지가 되어 짧으면서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차는 충고로 남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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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 메두사 컬렉션 2
제프리 디버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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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라임과 캐서린 댄서가 등장하지 않아도 제프리디버의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다. 마치 인기 감독이나 작가가 자신들의 배우군단을 거느리는 것처럼 그는 자신만의 주인공들을 거느리고 있는 작가다.

 

방대한 책의 페이지량, 점층적으로 몰아가는 사건의 흡인력, 점점 거세어지는 갈등의 단계....진정 독자를 위한 작품이 무엇인지 알고 쓰는 똑똑한 작가의 책들이 내게 남겨지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요즘, 나는 제프리 디버의 작품들로 책장을 메워가고 있다.

 

한 작가의 책만으로 가득 채워져가는 책장 선반을 보는 뿌듯함이란 상장이나 칭찬을 받는 순간의 기쁨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이 감정을 2011년 제프리 디버를 통해 다시 느껴보고 있다.

 

영한사전만큼이나 두꺼운 책들의 두께가 넓다랗고 시원스레 제목을 으시대며 나란히 줄지어 자리잡았고 그 제목들을 눈에 담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힘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기분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나할까.

 

[돌원숭이]에서는 "사라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링컨과 아멜리아를 급파했다면 [남겨진자들]에서 제프리는 브린 매켄지를 급파했다. 남겨진 쪽도 사라지는 쪽도 아픔이 있기는 매한가지여서 호수를 끼고 도는 야산에서의 추격전은 빠르게 전개되는 영화의 한장면처럼 박진감 있게 묘사된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부보안관 브린 매켄지. 쉬는 날이지만 호출을 받고 출동할 정도로 일에 있어서 열정적인 그녀는 몬텍호수가의 고요한 별장에서 살해된 스티븐과 에마의 시체를 발견한다. 시청 공무원이고 변호사인 그들 부부를 살해할 요주의 인물들이 몇몇 밝혀지는 가운데 그들 중 누군가가 사주했을 킬러들이 부부를 죽이는 것도 모자라 함께 있던 친구 미셸과 브린까지 죽이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는데,

 

하트의 추격을 따돌리고 살아남은 브린이 집으로 미셸을 데러오자 그녀는 브린의 어머니를 총으로 쏘고 도주한다. 반전의 시작은 미셸 살해범이며 하트일당은 그녀가 고용한 인물들이었던 것. 학대하며 기르곤 있지만 입양한 두 자식을 빼앗기기 싫어 스티븐 부부를 죽이고자했던 미셸. 그런 그녀를 잡기까지 브린은 홀로 수사하고 탐방하며 수사망을 좁혀 들어갔다.

 

2009년 베스트 스릴러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링컨 라임이나 캐서린 댄스 없이도 제프리 디버가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와 사건을 우리 앞에 내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거리많은 작가인지를 증명해주는 결과물이며 추격과 배신의 레이스가 독자들을 숨쉴 겨를 없이 몰고가 종국엔 감동으로 사로잡는 것을 증명해낸 작품이기도 하다.

 

기대해도 좋다~!!는 표현을 요즘 나는 많이 쓴다. 지인들에게 제프리의 작품을 추천하면서 항상 마지막엔 기대해도 좋다...는 말을 덧붙이게 된다. 재미면에선 그만큼 자신있게 추천할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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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원숭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4 링컨 라임 시리즈 4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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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라임 시리즈 4번째 작품인 [돌원숭이]는 [콜드문]같은 반전은 없었지만 [본 콜렉터]에서 [12번째 카드]로 이어지는 재미를 그대로 간직한 작품이다.

 

제목 돌원숭이보다 좀 더 근사한 제목이 붙어도 좋으련만 제프리 디버가 돌원숭이로 제목을 낙점한 것은 아마 그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고스트에겐 수호의 의미가, 리에겐 살인범의 정체를 폭로할 단 하나의 증거물인 돌원숭이. 제프리 스스로가 밝혔듯이 상당부분 중국인의 감성을 담아 쓰기위해 고심한 부분들이 엿보인다. 하지만 역자의 말처럼 서양인의 그것을 완전히 빗겨가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링컨은 아멜리아와의 관계 속에서 아이를 갖고자 하고 그에 따른 재활에 열심히인 것은 물론 좀 더 나은 몸상태를 위해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스네이크헤드가 침몰시킨 드래곤 호의 생존자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스네이크 헤드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었다. 일명 고스트라 불리는 그는 살인, 인신매매, 폭행, 총기소지, 돈세탁에 이르기까지 안 걸쳐지는 죄목이 없었고 사이코 패스마냥 죄의식도 저 바다 밑 드래곤 호에 맡겨두고 살아남은 인간처럼 보였다.

 

링컨과 아멜리아가 그들을 쫓는 동안 중국인 경찰 소니 리 역시 밀입국 생존자들을 찾고 있었고 어느 시점에서 그들은 한 방향을 보며 나란히 그리고 같이 달리고 있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문화와 문화가 얽히는 것처럼 미국의 기동력과 과학수사에 리의 집요함이 더해져 사건은 금새 마무리될 듯 보였지만 고스트는 그리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실망하라, 그러면 성취할 것이다.

배고프라. 그러면 만족할 것이다.

패배하라. 그러면 승리할 것이다.

 

라고 믿으며 살아온 고스트. 정체를 숨긴 채 우와 창의 가족을 노리면서 아멜리아까지 헤치려고 계획중인 이 반사회적 범죄자는 중국내 반체제 인사의 가족들을 수장시킬 목적으로 미국행 배에 태워오지만 계획과 달리 그들 중 일부가 살아남자 악착같이 쫓아 뉴욕 시내로 잠입한다. 가슴에 돌원숭이를 매단 채.

 

반면에,

 

더 잘 보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는 없다.

창을 내다볼 필요도 없다.

그 대신 자신의 존재 한가운데서 살아라.

행하는 길은 존재에 있다.

 

고 노자의 말을 인용하는 리는 중국식 수사기법과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링컨과 아멜리아를 사로잡는다. 바둑을 가르쳐주고 풍수를 풀며, 유머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던 리의 죽음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결국 고스트를 잡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작용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 그리고 방대한 읽을 거리 앞에서 언제나 작가에 대한 감탄을 감출 수 없게 만드는 제프리 디버. 그의 네번째 작품 역시 다른 링컨 라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기립박수를 치게 만든다.

 

말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너무나 적었다는 말처럼 소설은 무한한 감동과 재미를 선물해주었지만 말로 표현하기엔 우리가 아는 표현법은 너무나 적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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