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야기 - 재독 사진 예술가 유관호의 씨앗 속에 담긴 큰 나무 이야기
유관호 지음 / 마음의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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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마저 물러가고 이제사 날씨가 좀 봄날같이 지려나지려나보다.
계절을 쫓아 꽃들이 만개하고 꽃씨들과 잎들이 바람을 따라 흩날려지면 또  한 계절의 시간이 흘러갈테고...자연의 시간은 매년보아와도 질림이 없다.

할머니로부터 자연의 씨앗을 배우고
엄마로부터 사랑의 씨앗을 배우고
독일 어머니로부터 행복의 씨앗을 배웠노라고 회고하는 재독 사진 예술가의 사진 속에는 씨앗만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녀는 책 이름을 씨앗이야기로 지어놓았다. 왜일까?

4대째 건축업을 가업으로 잇고 있는 독일 하노버 린든으로 시집온 그녀의 운명이 바람을 따라 날아다니는 씨앗과 같아서였을까. 보이지 않을만큼 작은 것에 담긴 아름답고 소중해서 너무나 큰 것들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을 함께 실으면서도 일상적이지만 인상적인 일상을 담아내는 그녀. 사람과 사물의 마음을 인화하는 사진 예술가라는 명명에 맞게 그녀는 답을 얻지 못한 채 빠르게 지나가는 인생을 잠시 나마 우리 곁에 머물게 만든다. 아름다움 그 채로.

씨앗이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지니듯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그녀의 일상은 너무 익숙해서 존재자체를 몰랐던 그날들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만들고 소중히 여기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이미 2010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되어 있었다.

먹어도 허기질때엔 텃밭을 찾게 되었노라고 말하는 그녀는 타국에 살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정서로 사물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다른 문화와도 보기좋게 뒤섞여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발견해내는 눈을 간직하게 된 듯 싶다. 연두색 아름다운 꽃인 눈뭉치가 한국에도 있을까? 찾아봐야겠다며 탐하게 만들고 주파수를 잃고 나 자신과 연락이 잘 되지 않을 때라는 그녀의 표현이 멋져 메모하게 만들었던 [씨앗이야기]의 내용은 텃밭에서 곡식을 추수하고 삶의 오곡을 거둬들이듯 독자들에게 스스로 일상을 탈곡하게 만드는 좋은 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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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만큼 성공한다 - 김정운교수가 제안하는 주5일시대 일과 놀이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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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베짱이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몇몇 강의를 매체를 통해 들으며 "놀아라..놀아라..."라는 교수님의 강의 주제가 꼭 베짱이양성을 위해 태어난 분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21c에 이르러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가 주는 교훈은 그 빛이 퇴색되기에 이르렀다. 인기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 김윤아조차 베짱이 선호감을 선언하지 않았던가.

놀기대장이던 과거 베짱이에 대한 인식은 현재에 이르러 잘 노는 베짱이가 스타가 되고 행복한 미래를 움켜쥔다는 쪽으로 재해석되어 우리에게 그 나쁜 어감을 떨치게 만들고 있다. 그 선두에 선 이가 바로 김정운 교수였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읽기에 앞서 표지에서부터 놀라게 만드는데, 통통하고 베토벤식의 부스스한 파마머리에 세련된 패션 감각을 뽐내며 매주 토요일 밤, 본방 사수하게 만들던 [명작 스캔들]의 김정운 교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옆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짧은 머리에 검은 색 윗옷을 입은 평범한 모습의 날씬한 교수님이 웃으며 독자를 맞이하고 있다. 앗, 이분 외모에서부터 웃음을 주고 계시는구나, 요즘엔....싶어졌다!!

항상 "나 많이 배운 사람인데~"라며 살짝씩 귀여운 자랑을 하시는 교수님의 입담을 들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던 그의 지식력을 책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제사.

세상에 있다는 세 종류의 교수는 어려운 이야기를 무척 어렵게 하는 교수,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설명해주는 교수, 정말 쉬운 이야기를 아무도 못 알아듣게 설명하는 교수라는데, 그 중 그는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설명하는 교수로 이 책의 이야기는 인문,문화,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지만 결코 어렵거나 저해되는 요소가 없는 책이다. 토론을 위한 토론 책도 아니고 교훈을 위한 인문서도 아닌 사회 전반을 살피며 자신이 왜 휴식해야하는지 깨닫게 만드는 마법의 책이기도 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는 그의 발상은 재미있다 못해 창의적이기까지 했고 놀면 불안해지는 병을 나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도 만들었다. 특히 서구 각국은 노동자 주도하에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햇고 일본은 기업이 주도했으나 한국은 정부의 주도로 제도가 갖추어졌다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게 만든다.

언제부터였을까. 일해서 얻은 것으로 살아가지만 또한 쉬면서 얻은 것으로 일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잃어버린 순간은. 슬픈 일은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온 나머지 그 간단한 진리를 모른 채 살아오지 않았나 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다.

자유,민주,평등은 수단적 가치이지만 행복과 재미는 궁극적 가치 라는 개념을 머릿속 깊이 박아넣으면서 여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면서 행복추구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보고 있다. 재미가 전공인 사람이 21세기의 주인이라는 표현에 공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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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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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알게 될거야"

무시무시한 저주의 전주곡이었다. 투틀고 최고의 킹카 카일 킹스버리는 무도회 전날까지 최고의 삶을 살고 있었다. 부자라서 뭐든지 다 카드결제 해주는 앵커 아빠도 있고 뇌쇄적인 퀸카 여친도 있었으며 학내의 가장 인기있는 학생이자 주목받지 않고 살아온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날 나타난 마녀를 만나기 전까진.

고스족의 외모로 카일 앞에 나타난 켄드라는 카일에게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잔인한 2년을 선고했다. 집행유예나 사회봉사 활동이 아닌 실형을 구형받은 카일의 외모는 당장 흉측하게 변해버렸고 곧 아버지조차 의학의 손길을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홀로 남겨진 카일은 그제서야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형편없는 녀석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현대판 미녀와 야수는 이렇게 각색되어졌다.

부자 아버지와 친구들에게 버림받고 가정부와 맹인 가정교사와 생활하며 인터넷과 마법거울을 통해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 카일은 "잘생긴"이란 뜻의 이름도 버리고 "어둠의 존재"를 뜻하는 아드리언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왕자님의 마법을 풀기 위해서는 벨 아가씨가 필요했는데, 무도회장 입구에서 그가 버리듯 던져준 장미를 받고 좋아했던 우등생 린다를 마법의 거울로 훔쳐보던 아드리언에게 린다의 약쟁이 아버지는 딸을 던져버렸다. 린다와 생활하게 된 아드리언은 자신이 과거 카일이였음을 숨긴 채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하루하루가 쌓여 정말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친구들이나 가족조차 흉측하다고 외면했던 자신의 외모를 상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아주는 린다의 모습에 -.

하지만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던 린다가 집으로 돌아간 후 그녀를 그리워하다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운명은 아드리언에게 죽음을 드리우고 그 옛날의 원작에서처럼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 그는 카일 킹스버리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사실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주어진 2년이라는 시간은 짧은 순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압축된 감동을 경험하는 쪽은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일까 고민하다가 헐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이 포진한 영화 보다는 책읽기를 택했는데, 역시 실망스러웠다. 내용이 근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선사했던 아름다움이 가득했던 [미녀와 야수]를 지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어떤 것들은 새 것보다는 이전의 것들이 더 사랑스럽다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 깨달아버렸다.

아, 오늘은 [비스틀리]의 장면들을 꿈꾸기 보다는 찻잔 모자가 등장하고 촛대와 수염달린 시계가 등장하는 그 옛날의 [미녀와 야수]를 꿈 속에서 만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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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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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리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거니?

할머니와 삼촌과의 추억만이 가득한 지원에겐 부모의 추억이 없다. 하지만 없다는 것은 결핍이 아니라 요리에서의 무첨가 같은 것이었다. 대체 될 순 없으나 첨가 되지 않아도 맛에는 이상이 없는 그런 것. 그래서 지원은 잘 자랐다. 비록 성인이 된 지금 할머니는 돌아가셔서 곁에 없고 삼촌은 숙모의 죽음 뒤 알코올 홀릭이 되어버려 의료기관에서 살고 있지만 괜찮았다. 7년이나 동거했던 남자가 자신의 쿠킹 클래스를 들락거리던 전직 모델과 사랑에 빠져 그녀와 개 폴리를 버리기 전까지는.

그의 개 폴리와 그의 여자 정지원은 어느날 나타난 이세연으로 인해 버려졌다. 한석주는 그렇게 그들을 떠나갔다. 서른 셋의 여자는 스물 일곱의 여자에게 제 남자를 빼앗기고선 스물 아홉까지 머물던 레스토랑 노베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맛을 그리고 요리를 만드는데 전념할 수 없었다.

"끝낼 수 있을 때 더 시간 끌지 말고 끝내.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게 돼" 라는 주변의 충고에도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살아지는대로 살고 있다. 무언가를 상실한 채.

대체 왜 요리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녀의 혀와 그녀의 혀!!

정지원의 혀는 가장 맛있는 것을 맛보는 기관이었다. 애인 한석주의 혀도 지원의 곁에선 그랬다. 그녀가 차려준 맛나는 음식들을 맛보고 칭찬하는 기관이었다. 하지만 석주가 사랑한 세연의 혀는 달랐다.

세연의 혀는 가장 맛나는 것들을 빼앗아간 혀였고 가장 소중한 그를 빼앗아간 혀였고 거짓말을 줄줄 내뱉는 혀였으며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복수의 일환으로 선물하기 좋은 재료였다.

십오년 간이나 애지중지 길러온 개를 새 여자가 싫어한다고 내던지고 가는 순간부터 어쩌면 훗날 새 여자가 개를 죽이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을 예감했어야 했다. 그는.결국 세연이 후라이팬으로 계속 때려 죽인 폴리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었을때 지원은 무언가 가슴에서 툭 끊기는 것을 예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내일 이탈리아로 떠난다고 말하며 석주를 불러들였고 이제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며 안심시키고 요리를 내어놓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혀를 재료로 한 요리인줄로 모르고 맛나게 먹는 남자의 어리석음이란.

어쩌면 섬뜩하고 어쩌면 작의적이긴 해도 심리가 전혀 이해불가인 것만은 아닌 조경란의 "혀"는 마지막 순간이 오기전까지는 아주 서정적이다가 반전적인 결말에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녀의 혀와 또 다른 그녀의 혀는 다른 것을 맛보았다. 지원이 요리를 맛보는 사이, 지원의 남자를 맛보던 세연의 혀. 그래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결말 앞에서 우리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의 문전에 서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사랑해서 남자의 성기를 잘랐던 [감각의 제국]의 주인공이나 사랑하고 맛보고 싶어 프랑스 애인을 회 떠서 두고두고 먹었다는 일본 미식가 남자의 이야기가 주는 끔찍스러움과는 확실히 다른 어떤 감정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소설은 가장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가장 자극적인 이야기가 되어 여전히 내 책상에 머무르고 있고 나는 이번 주 내내 책을 되씹어 읽으며 이 감각의 이름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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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
이화경 지음 / 뿔(웅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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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 책 읽어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던 것은 드라마였다. [별순검]의 열혈시청자여서 단 한 회도 빠짐없이 즐겨보았는데, 그 중 어느 이야기 속에 책을 읽어주는 남자라는 직업이 등장해서 신기했었다. 책을 읽어주다니....!!

"저는 검은 놈입니다"했던 김흑이 죽음으로써 소설은 끝을 맺지만 이야기를 통해 시대상을 알아가는 재미는 결코 끝맺음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엔 양반과 왕족만이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가진 척박한 시대처럼 여겨지는데, 승려나 글쟁이들조차 자신의 제 할 일을 함부로 다 하지 못하던 시대였으니 더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근질근질했을 글쟁이들의 손끝은 아마 구전이라는 이야기라도 이야기를 풀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서 구전문학이 승세였을까? 찾아보면 그것도 그렇지가 못했다. 

누구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기회를 허락했을 법한 왕 정조가 문체반정이라는 문화운동을 일으키며 글의 다양한 장르를 저해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연암 박지원의 글조차 세상에서 사라질뻔 했고 "이야기"를 상품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반역과 연결되었다는 당시의 시대상황과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붐을 이루는 요즘과 비교하자니 그 차이가 너무나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살 수 있는 시대를 고르라면 연암은 조선을 버리고 대한민국을 택하지 않았을까. 

사람사는데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를 물어날으는 사람들의 입은 또 얼마나 가벼운가. 
모든 이야기가 교훈적일 수만은 없으며 가볍다고 해서 퇴폐적일 수도 없는 것임을 사람들이 점차 알아가는 것은 인간의 진화와 맞물려가는 행위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튼 소설은 정조 왕을 나랏님으로 두고 이옥이라는 실존 인물을 이결로 둔갑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조선의 이야기 왕이 되고자 했던 김흑의 이야기 속엔 술막 주모의 사랑이야기, 선비 이결의 글쟁이로서 불운했던 삶, 임경업 장군의 죽음에 울컥해 낫으로 사람을 찌를 민초 이야기, 고자 남편으로 인해 수절과부 인생을 살아야했던 양반집 부녀자의 숨겨둔 비밀, 장애를 가진 처녀와 김흑의 사랑이야기 등등 이야기 꾼들의 입담을 거쳐 나오는 세상 얘기는 그 재미가 끝날 줄을 모른다. 천일야화를 읽을때처럼 밤새 읽으며 그 속의 재미뿐만 아니라 담긴 시대상과 그럴 수 밖에 없었을 상황에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작가 최명희의 [혼불]계승작이라고 칭찬을 받은 [꾼]은 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의 사연인 동시에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가 담겨 그 재미를 한 층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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