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자살편지
케르스틴 기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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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라! 내겐 너무 불친절한 세상

여자가 한을 품으면 한 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 는데, 세상에 떠밀려 자살을 결심한 서른의 여자에게는 서리가 아니라 복이 내리나보다. 자신에게 너무나 불친절한 세상에 안녕을 고하며 출판사, 엄마, 언니 의 순으로 차례차례 유언을 남기던 게리는 독립한 생계형 작가다.

2주마다 한 권씩 책을 써내다보니 10년동안 242권이나 집필했지만 어마어마한 집필양에도 불구하고 출판사 합병으로 백수가 될 처지에 이르른다. 일은 이렇게 틀어졌고, 동거하던 남자를 가장 친한 친구의 짝으로 빼앗기면서 사랑도 틀어지고, 티네, 룰루, 리카, 게리 순으로 딸만 넷을 낳아놓은 엄마는 막내딸을 낳은지 삼십년이 지났어도 딸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본 일이 없었고 게리가 얼마전 데이트 사이트에서 만났던 변태남은 언니의 피앙세가 되어 나타나는 지경에 이르른다. 가정사도 콩가루가 되어가던 어느날 엄마에게서 득템한 손대지 않은 수면제 열세 통은 게리로 하여금 꿈꾸던 자살을 이룰 수단이 되우주고 불친절한 세상과 안녕을 고할 생각으로 호텔에 투숙하던 중 그녀의 인생은 꼬일대로 꼬이면서 반전을 가져다 준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찾아온 희망이라 더 빛나보이는 게리의 삶. 그 유쾌하고 통쾌한 웃음보따리들이 브리짓존스의 일기를 마주한 순간처럼 터져나오고 앙숙같던 새 편집장 그레고어와의 새로운 사랑은 그녀를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로 변모시켜 놓았다.


p.32    엄마가 미래에 나 때문에 받게 될 온갖 실망들을 이 방법으로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세요


용기가 사라진 순간 세상은 그녀에게 살 길을 터주고 숨쉴 물고를 터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 웃음 속에서도 이 희망적 메시지는 지금 당장 숨막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웃음과 함께 전한다. 그저 재미있는 소설만으로 읽혀지기엔 많은 메시지들을 찾아낼 수 있어 값진 소설이었던 [그 여자의 자살편지]는 현재 독일에서 영화로 제작중이라니 이 영화가 개봉될 날을 기다리며 캐스팅 소식에 귀를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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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
반도 마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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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로 불리는 인기 이러스트레이터인 히나코가 서른이 훌쩍 넘어 돌아온 고향은 여전했다. 슈퍼에도 동사무소에도 심지어 길거리에서까지 동창들이 만나지는 작은 마을, 야쿠무라. 과거 거북이의 성격을 닮았다고 여겨지던 그녀지만 이젠 도쿄에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되어 마을에 나타나자 모두들 반가워하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단 한 사람. 절친이었던 사요리만 제외하고.

마을의 무당가였던 사요리는 엄마의 대를 잇지 못하고 죽었다고 했다. 즐겨 찾던 산 속에서 죽은 듯 했는데, 신의 골짜기가 불리는 그 장소는 죽은 사람들의 장소라고 말해지던 곳이었다. 시코쿠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코쿠의 야쿠무라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마을로 여겨지는 곳이었고 그 사이의 맥을 잇는 사람들이 바로 무당가인 히우라가 여인들이었다. 

대가 끊긴 히우라가의 대를 잇기 위해 사요리의 엄마인 데루코는 영혼의 부활의식을 행하고, 오랜시간 식물인간 상태던 아버지는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마지막 순간 데루코를 저지하기 위해 마을로 돌아왔다. 그 사이, 학창시절에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던 후미야 역시 이혼하고 홀로되어 마을로 내려와 있어서 히나코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는데, 중3때 죽은 사요리 역시 후미야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된 히나코는 왠지 찜찜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사요리가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 히나코와 후미야는 신의 골짜기로 향하고 그곳에서 사요리와 마주치게 되는데....

이야기는 괴기스럽다기보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학공식을 풀듯 풀어가는 재미로 읽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이전에는 반도 마사코의 소설을 읽은 바 없으나 이 한 권으로도 그 이미지는 강인해서 작가가 어떤 류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있는지 절실히 알게 만든다.

정말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할 수 있는 땅이 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우리는 보고 싶은 것 외의 것을 볼 투시력을 선물받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므로 다행스럽게도 그 진위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마을이 있다면 왠지 으스스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으 편견일까.

죽은 사람은 갖고 싶어하면 안되냐?는 사요리의 물음에 대한 적절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소설읽기를 끝내버렸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살아있는 인간으로서는 쉽게 내리지 못할 대답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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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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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과 상관없이 그 과정이 너무너무 흥미로워 손에서 뗄 수 없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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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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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다섯 명을 동시에 만나왔다!!!

는 점만 보자면 호시노 가즈히코는 바람둥이처럼 보인다. 그것도 때에 따라 약삭빠르게 거짓말을 하며 여성들에게 접근해서 그녀들의 마음을 얻어냈는데, "디즈니 짝퉁 사장"과 불륜 관계였던 히로세 아카리와는 "딸기농장"에서, 남편의 외도로 싱글맘이 된 시모쓰키 리사코에겐 형사인척 거짓말로, 로프녀 기사라기 유미에겐 순진남의 자세로,간다 나미코는 이비인후과 진료실에서,배우인 아리스 무쓰코 경우엔 무심한 척 접근했다. 그리고 100% 성공했다. 그녀들을 꼬시는데.

마치 강남 떠난 제비가 일본에 정착한 듯 물만난 제비처럼 착착 여성들을 제 여자로 만든 호시노 가즈히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채를 얻어쓴 것도 아닌데 그에겐 180센티미너에 180킬로의 거구 여성 마유미가 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결혼할 사이라며 다섯 명의 여성들에게 상처를 주어가며 이별해야하는 상황 속에 던져졌다. 

사실 마유미는 감시원이었는데, 이별 후 특별한 버스를 타야하는 호시노의 파수꾼으로 그의 곁에서 이별을 그녀 특유의 외모로(?) 돕고 있었다. 버스. 환상특급도 철지난지 수십년인데, 호시노가 타야할 버스는 대체 어떤 사람들로 채워진 버스일까. 좀처럼 가르쳐 주지 않는 가운데 어느 페이지에서 기계인간화될 사람들이 타고갈 버스라는 언질이 언급된다. 기계인간. 제일 먼저 떠올려진 것은 구수한 음악과 귓가를 맴도는 "칙칙폭폭"소리였고 그 다음이 기계인간 메텔과 기계인간이 될 소년, 철이의 모습이었다. 호시노는 철이처럼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버스를 타야하나보다. 마치 철이의 성인판으로 은하철도 999대신 리무진 버스로 교체된 것은 아닐까 싶어졌지만 이야기는 상이하다. 그저 재미난 상상의 퀼트조합일 뿐이었고.

"사람한테 상처를 주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으면 말해봐"

라는 문장이 키포인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그다지 상처주지 않고 잘 마무리 되면서 버스는 사라지고 호시노는 예정대로 버스에 올랐다. [사신치바]의 열혈팬이 된 탓에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들을 매번 읽고 있지만 아쉽게도 내겐 사신치바보다 더 우위에 둘 작품을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만큼 특이했고 재미있었던 전작을 써냈던 작가의 상상력은 오늘도 기발했다라는 점에 박수와 위로를 보내면서 재즈곡에서 따왔다는 바이바이 블랙버드의 원음을 찾아 들어볼까? 싶어진다.  비오는 날 들으면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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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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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편 모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다. 제 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해질녘 조용한 카페에 홀로 앉아 석양이 지는 모습을 봐가며 읽었는데, 제 2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서점에 앉아 잠깐만 살펴본다는 것이 그만 다 읽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결국 구매해서 가방 속에 넣어오며 다시 재벌 읽기를 했다.

이토록 매혹적인 이야기란 대체 무엇일까. 가끔 생각해본다. 작년까진 몰랐으나 올해 들어 "다독"한다는 말들을 주변에서 해올때마다, 읽고 또 읽어도 하룻밤 자고나면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가 세상에 풀려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대체 "이야기"란 무엇이어서 이토록 나를 매혹시키고 있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귓속으로 들려오는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는 사연들이 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나는 고만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중독. 커피와 잠 외에 내 인생에 중독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읽는다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또다른 중독을 가져다 준 일곱편의 이야기들은 어찌보면 짧고 또 어찌보면 적당한 길이감으로 감질맛을 더한다. 허공의 아이들, 떠떠떠,떠, 너의 변신,물 속 골리앗, 여름,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 등의 다채로운 제목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나같이 다른 제목 속에서 나는 단 두 편의 이야기만은 읽고 또 다시 읽고 있다. 마치 씹으면 씹을 수록 입속에서 고소한 맛을 내는 아몬드처럼 반복해서 읽게 만드는 아몬드(?)형 단편은 김애란 작가의 물속 골리앗과 이장욱 작가의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이라는 작품이다.

바실리 섬의 19세기 식 공동주택 5층 7호방은 푸른 수염의 비밀 방처럼 사람들을 현실에서 분리시킨다. 큐브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의 공포와 풀어내야할 수수께끼를 수치화해서 던져주는 방은 아니지만 분명 이 방은 이상했다. "꿈"이라는 공포 소설을 집필했다는 작가의 방에서 환청이 들리고 소란을 겪은 주인공의 경험은 공포와는 다르지만 기이한 경험이 주는 혼돈스러움을 함께 느끼기에 충분했다. 무섭지 않으면서 찝찝한 기운을 남기는 것은 '글루미선데이'라는 음악 이후 처음 인듯 했다. 그래서 인상깊었던 작품이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이라면 제일 처음에 등장한 물속 골리앗은 홀로남겨지는 소설의 장치 속에서 살아남기를 원하는 남자의 고군분투기처럼 그려져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사실 소설은 고립된 빗속에서! 홀로 남겨진 상황 속에서! 무주택자가 된 현실에서! 어쨌든 살아남아야하는 처절함을 담담히 그려낸 수작이다. 어느 한 구석도 넉넉하게 주어진 바가 없는 주인공은 단 하나남은 가족마저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자신을 숨겨주었던 공동주택에서 몸을 날렸다. 휩쓸어버리는 물살 속에서도 발버둥치면서 그 누구와도 만나지지 않는 상황은 그가 얼마나 고립된 순간을 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 싶어졌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세상 속에서 행복의 함정에 빠진 그가 허우적 대던 곳은 홍수진 물 속이 아니라 사람들이 외면한 사회의 이면이 아닌가 싶어지기도 했다. 이토록 오랫동안 구해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아직 많다.  살아남아야했기에 각자의 현실에서 탈출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대비되어 마치 한 작가가 쓴 것처럼 연결 내용으로 기억에 남아버렸다.

마지막으로 고 박완서 작가가 마지막까지 읽기를 멈추지 않았던 작품들이라는 추천사에 실린 글을 읽고, 이 이야기들은 쓰는 일과 읽는 일, 어느 것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야기구나 싶어졌다. 사람을 매료시킬 수 있다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작가들이 다음 작품에서도 그 위대함을 잊지 않고 좋은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왔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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