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국
반도 마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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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로 불리는 인기 이러스트레이터인 히나코가 서른이 훌쩍 넘어 돌아온 고향은 여전했다. 슈퍼에도 동사무소에도 심지어 길거리에서까지 동창들이 만나지는 작은 마을, 야쿠무라. 과거 거북이의 성격을 닮았다고 여겨지던 그녀지만 이젠 도쿄에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되어 마을에 나타나자 모두들 반가워하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단 한 사람. 절친이었던 사요리만 제외하고.

마을의 무당가였던 사요리는 엄마의 대를 잇지 못하고 죽었다고 했다. 즐겨 찾던 산 속에서 죽은 듯 했는데, 신의 골짜기가 불리는 그 장소는 죽은 사람들의 장소라고 말해지던 곳이었다. 시코쿠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코쿠의 야쿠무라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마을로 여겨지는 곳이었고 그 사이의 맥을 잇는 사람들이 바로 무당가인 히우라가 여인들이었다. 

대가 끊긴 히우라가의 대를 잇기 위해 사요리의 엄마인 데루코는 영혼의 부활의식을 행하고, 오랜시간 식물인간 상태던 아버지는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마지막 순간 데루코를 저지하기 위해 마을로 돌아왔다. 그 사이, 학창시절에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던 후미야 역시 이혼하고 홀로되어 마을로 내려와 있어서 히나코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는데, 중3때 죽은 사요리 역시 후미야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된 히나코는 왠지 찜찜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사요리가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 히나코와 후미야는 신의 골짜기로 향하고 그곳에서 사요리와 마주치게 되는데....

이야기는 괴기스럽다기보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학공식을 풀듯 풀어가는 재미로 읽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이전에는 반도 마사코의 소설을 읽은 바 없으나 이 한 권으로도 그 이미지는 강인해서 작가가 어떤 류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있는지 절실히 알게 만든다.

정말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할 수 있는 땅이 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우리는 보고 싶은 것 외의 것을 볼 투시력을 선물받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므로 다행스럽게도 그 진위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마을이 있다면 왠지 으스스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으 편견일까.

죽은 사람은 갖고 싶어하면 안되냐?는 사요리의 물음에 대한 적절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소설읽기를 끝내버렸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살아있는 인간으로서는 쉽게 내리지 못할 대답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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