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여자 다섯 명을 동시에 만나왔다!!!

는 점만 보자면 호시노 가즈히코는 바람둥이처럼 보인다. 그것도 때에 따라 약삭빠르게 거짓말을 하며 여성들에게 접근해서 그녀들의 마음을 얻어냈는데, "디즈니 짝퉁 사장"과 불륜 관계였던 히로세 아카리와는 "딸기농장"에서, 남편의 외도로 싱글맘이 된 시모쓰키 리사코에겐 형사인척 거짓말로, 로프녀 기사라기 유미에겐 순진남의 자세로,간다 나미코는 이비인후과 진료실에서,배우인 아리스 무쓰코 경우엔 무심한 척 접근했다. 그리고 100% 성공했다. 그녀들을 꼬시는데.

마치 강남 떠난 제비가 일본에 정착한 듯 물만난 제비처럼 착착 여성들을 제 여자로 만든 호시노 가즈히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채를 얻어쓴 것도 아닌데 그에겐 180센티미너에 180킬로의 거구 여성 마유미가 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결혼할 사이라며 다섯 명의 여성들에게 상처를 주어가며 이별해야하는 상황 속에 던져졌다. 

사실 마유미는 감시원이었는데, 이별 후 특별한 버스를 타야하는 호시노의 파수꾼으로 그의 곁에서 이별을 그녀 특유의 외모로(?) 돕고 있었다. 버스. 환상특급도 철지난지 수십년인데, 호시노가 타야할 버스는 대체 어떤 사람들로 채워진 버스일까. 좀처럼 가르쳐 주지 않는 가운데 어느 페이지에서 기계인간화될 사람들이 타고갈 버스라는 언질이 언급된다. 기계인간. 제일 먼저 떠올려진 것은 구수한 음악과 귓가를 맴도는 "칙칙폭폭"소리였고 그 다음이 기계인간 메텔과 기계인간이 될 소년, 철이의 모습이었다. 호시노는 철이처럼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버스를 타야하나보다. 마치 철이의 성인판으로 은하철도 999대신 리무진 버스로 교체된 것은 아닐까 싶어졌지만 이야기는 상이하다. 그저 재미난 상상의 퀼트조합일 뿐이었고.

"사람한테 상처를 주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으면 말해봐"

라는 문장이 키포인트처럼 눈길을 사로잡으며 그다지 상처주지 않고 잘 마무리 되면서 버스는 사라지고 호시노는 예정대로 버스에 올랐다. [사신치바]의 열혈팬이 된 탓에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들을 매번 읽고 있지만 아쉽게도 내겐 사신치바보다 더 우위에 둘 작품을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만큼 특이했고 재미있었던 전작을 써냈던 작가의 상상력은 오늘도 기발했다라는 점에 박수와 위로를 보내면서 재즈곡에서 따왔다는 바이바이 블랙버드의 원음을 찾아 들어볼까? 싶어진다.  비오는 날 들으면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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