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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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편 모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다. 제 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해질녘 조용한 카페에 홀로 앉아 석양이 지는 모습을 봐가며 읽었는데, 제 2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서점에 앉아 잠깐만 살펴본다는 것이 그만 다 읽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결국 구매해서 가방 속에 넣어오며 다시 재벌 읽기를 했다.

이토록 매혹적인 이야기란 대체 무엇일까. 가끔 생각해본다. 작년까진 몰랐으나 올해 들어 "다독"한다는 말들을 주변에서 해올때마다, 읽고 또 읽어도 하룻밤 자고나면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가 세상에 풀려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대체 "이야기"란 무엇이어서 이토록 나를 매혹시키고 있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귓속으로 들려오는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는 사연들이 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나는 고만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중독. 커피와 잠 외에 내 인생에 중독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읽는다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또다른 중독을 가져다 준 일곱편의 이야기들은 어찌보면 짧고 또 어찌보면 적당한 길이감으로 감질맛을 더한다. 허공의 아이들, 떠떠떠,떠, 너의 변신,물 속 골리앗, 여름,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 등의 다채로운 제목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나같이 다른 제목 속에서 나는 단 두 편의 이야기만은 읽고 또 다시 읽고 있다. 마치 씹으면 씹을 수록 입속에서 고소한 맛을 내는 아몬드처럼 반복해서 읽게 만드는 아몬드(?)형 단편은 김애란 작가의 물속 골리앗과 이장욱 작가의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이라는 작품이다.

바실리 섬의 19세기 식 공동주택 5층 7호방은 푸른 수염의 비밀 방처럼 사람들을 현실에서 분리시킨다. 큐브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의 공포와 풀어내야할 수수께끼를 수치화해서 던져주는 방은 아니지만 분명 이 방은 이상했다. "꿈"이라는 공포 소설을 집필했다는 작가의 방에서 환청이 들리고 소란을 겪은 주인공의 경험은 공포와는 다르지만 기이한 경험이 주는 혼돈스러움을 함께 느끼기에 충분했다. 무섭지 않으면서 찝찝한 기운을 남기는 것은 '글루미선데이'라는 음악 이후 처음 인듯 했다. 그래서 인상깊었던 작품이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이라면 제일 처음에 등장한 물속 골리앗은 홀로남겨지는 소설의 장치 속에서 살아남기를 원하는 남자의 고군분투기처럼 그려져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사실 소설은 고립된 빗속에서! 홀로 남겨진 상황 속에서! 무주택자가 된 현실에서! 어쨌든 살아남아야하는 처절함을 담담히 그려낸 수작이다. 어느 한 구석도 넉넉하게 주어진 바가 없는 주인공은 단 하나남은 가족마저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자신을 숨겨주었던 공동주택에서 몸을 날렸다. 휩쓸어버리는 물살 속에서도 발버둥치면서 그 누구와도 만나지지 않는 상황은 그가 얼마나 고립된 순간을 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 싶어졌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세상 속에서 행복의 함정에 빠진 그가 허우적 대던 곳은 홍수진 물 속이 아니라 사람들이 외면한 사회의 이면이 아닌가 싶어지기도 했다. 이토록 오랫동안 구해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아직 많다.  살아남아야했기에 각자의 현실에서 탈출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대비되어 마치 한 작가가 쓴 것처럼 연결 내용으로 기억에 남아버렸다.

마지막으로 고 박완서 작가가 마지막까지 읽기를 멈추지 않았던 작품들이라는 추천사에 실린 글을 읽고, 이 이야기들은 쓰는 일과 읽는 일, 어느 것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야기구나 싶어졌다. 사람을 매료시킬 수 있다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작가들이 다음 작품에서도 그 위대함을 잊지 않고 좋은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왔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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