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책 - 반려견을 위해 쉽고, 건강하게 만든 자연식 레시피
김재경 지음, 정설령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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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 간식을 급여하는 보통의 견주와 달리 몹시 부지런한 이들이 있다. 눈이오나 비가 오나 상관없이 반려견의 산책을 위해 하루에 대 여섯번씩 공원 산책을 나오는 이웃도 참 부지런하다 감탄했는데 먹거리를 구매학 아닌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견주라니......! 화식을 꾸준히 구매해서 급여하고 그 후기를 올리고 있는 블로그 이웃보다 부지런한 견주가 나타났다. 그녀는 걸그룹 멤버 김재경이었다.



혀를 내민 모습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반려견 마카롱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입양 전 애견 카페를 방문해서 여러 강아지들을 만나왔다고 했다. 그 중 골격, 모질, 에너지....건강하게 보이는 강아지들이 사료를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사료만 먹어야 오래 산다'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로부터 2년간 반려견의 자연식을 위해 공부 기간을 거쳤고 그녀의 반려견 마카롱은 자연식으로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으며 행복하고 살고 있다고 했다.

 

[반려견의 위해 쉽고, 건강하게 만든 자연식 레시피 / 개밥책] 은 그녀가 자연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담겨 있다. 물론 레시피와 함께 만드는 그녀의 예쁜 모습도 담겨 있고 화보처럼 찍힌 마카롱과의 시간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 미소짓게 만든다. 자연식이 반려견의 건강에 그토록 좋다면 왜 모두 자연식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일가.



구매가 훨씬 쉽다. 시간도 절약되고, 균형잡힌 영양 사료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경은 자연식을 선택했다. 처음부터 쉬웟던 것은 아니었다. 수의사들에게 문의도 했지만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었으며 가이드도 없어서 난감했다고 했다. 그래서 완벽한 식단, 최고의 레시피를 목표로 하지 않고 그저 엄마표 음식!! 정성 가득한 레시피만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던 그녀.  영양사도, 쉐프로 아닌 그녀의 선택은 기본부터 채워나가는 공부였다.



'화식(자연식에 열을 가하는 조리법)'과 '생식'을 나누어 살펴보고 늑대과인 강아지에겐 생식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주식으로 '생식'을, 간식으로 '화식'을 급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앗다. 생식도 PREY와 BARF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호주의 수의사 이안 빌링허스트 박사가 만든 BARF식으로 마카롱에게 급여중이라고 했다. 'Biologically Appropriate Raw Food'의 줄임말인 BARF식은 신선한 자연 음식 그대로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진화에 근거한 식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핸드메이드로 만들어 먹인다고 해서 '자연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생각보다 자연식을 시작할 때 고려되어야 하는 것들은 많았다. 사료 급여 때보다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고 비용도 더 들 수 밖에 없고 자율 급식이 불가능 하다는 거다. 신선도를 위해 시간에 맞춰 급여하다보니 살짝 번거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식을 시도했다가 포기하고 사료로 변경하면 반려견이 심하게 밥투정을 하는 일도 발생하게 되니 끝까지 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무조건 좋다고 따라하기에는 걱정되는 부분, 의문이 드는 부분들도 분명 있다. 그래서 q & a페이지를 통해 이를 해소해보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가장 큰 우려는 날고기를 먹었을 때 세균에 노출되지 않을까? 라는 염려일텐데, 위생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체내 유입될 수 있고 함께 살고 있는 사람 가족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위생 부분은 특히 주의를 기을여야 한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또한 간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육고기와 비타민 A의 함량이 높은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곳곳에서 '영양 균형'과 '위생'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흔히 개는 잡식성이어서 뭐든 먹는다라고 알고 있지만 먹으면 안되거나 소량 급여만 가능한 식품 리스트를 살펴보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깨닫게 만든다. 날 생선, 달걀 흰자,시금치, 소간, 당근, 포도, 마카다미아 너트, 오징어, 문어, 새우, 게.....생각보다 조심해야할 식품군은 많았다.

 

밥 먹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그 때가 되면 유독 애교가 많아진다는 마카롱.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6시, 밤 10시, 새벽 2시...하루 5번 밥을 먹던 마카롱은 한 살이 될 때까지 밥 먹는 횟수를 4번, 3번, 2번으로 줄여나갔고 한 살 이후부터는 낮 12시에만 밥을 먹는 1일 1식견으로 살고 있었다. 출출해질 때마다 간식을 곁들이면서.

 

그녀는 어려운 요리를 권하지 않았다. 멸치 파우더, 연어 파우더, 소고기 파우더, 황태 파우더, 병아리콩 파우더 ....등등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만능 파우더부터 치즈, 퓌레, 저키 등의 레시피부터 펼쳐놓았다. 그 다음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스테이크, 미트로프, 타르트, 케이크 등의 레시피를 선보인다. 어릴 적 꿈처럼 '수의사'가 되진 않았지만 가수가 되어 마카롱과 함께 살고 있는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는 그녀는 3년차 강아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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ツバキ文具店 (單行本)
오가와 이토 / 幻冬舍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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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의 일 년은 특이하게도 여름부터 시작된다고 여기는  아메미야 하토코의 집안은 대대로 대필가로 살아왔다. 흔히 대필이라고 하면 긴 장문의 글을 대신 써주는 고스트 라이터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와 다른 문화권인 일본에서 '대필'은 축의금 봉투의 이름, 기념비에 새길 글, 간팡, 사훈을 쓰는 일인듯 했다. 글씨가 예쁜 사람도 대필을 맡기다니....! 그런 의미에서 선뜻 와 닿진 않았지만 재미난 문화를 구경하듯 읽게 된 <츠바키 문구점>은 생각보다 훨씬 흡인력이 강한 소설이었다.
마담 칼피스가 주문한 조의문은 짧막하게 봉투에 새길 이름정도가 아니었다. 곤노스케라는 사람과의 추억을 듣고 사진을 보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조용히 붓을 들고 써내려간 조문편지는 한 편의 시처럼 정갈했다. sns로 빠르게 안부를 주고 받고 비즈니스업무를 메일링으로 시간차 없이 처리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대필가'라는 직종이 인기가 있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했지만 소설 속 선대인 할머니는 장인정신이 스며든 진정성 있는 답변으로 생각 짧은 독자의 어리석음을 날려버렸다.

"자기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어도 ... 마음은 담겨 있어. 대필도 마찬가지야. 자기 마음을 술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문제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위해 대필을 하는 거야. 그 편이 더 마음이 잘 전해지기 때문에...."(p32)

이후로도 대필일은 간간히 이어졌다.  그 중, 지인들에게 이혼 보고를 하면서도
'일방적으로 아내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전남편의 마음이 담긴 편지는 십오 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는 방식치고는 참 배려깊게 느껴졌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가 아름다운 이혼은 없다고 말했는데, 서로 싫어져서 헤어지는 만큼 원망과 추악함이 난무한 이혼만을 상상했던 내게 예의 바른 이별의 모습을 보여주는 첫 예라서 감동의 깊이가 더 진해졌다. 이쯤되니 왜 대필이 필요한지 분명해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면 이어지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대필의뢰가 이어지는 계절인 가을에 받은 의뢰 중 특이한 요청은 '평범한 편지를 써 달라'는 것이었다. 이혼/결혼/조문/위문 등 특별한 날에 필요한 마음담긴 문장을 찾는 이들과 달리 소꿉친구에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의 사연은 과연 어떤 것일까. 대필은 그저 불러주는 내용이 아닌 그의 마음이 되어 짧게나마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의 전문직종이었다. 연기하듯이라기보다는 빙의되듯 써내려가야 그 마음을 100퍼센트 상대방에서 전할 수 있는!!!

여름- 가을- 겨울 -봄 의 순으로 이어진 소설의 마지막 편지는 손녀가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어졌다. 타인의 의뢰가 아닌 자신을 위한 마음. 돌아가신 선대에게 전하는 진심 속에는 엄마 없이 잘 키워준 할머니에 대한 감사와 철없던 시절에는 몰랐던 사실들, 캐러멜 맛 같은 그리움, 임종 소식을 듣고 오던 중 멈추어버렸던 발걸음, 대를 이어 대필가로 살아가기로 했다는 고백. 천국을 향해 쓴 편지 속에서 읽힌 것은 역시 '사랑'이었다. 추억의 힘은 세다!! 극적인 반전이나 첨예한 갈등상황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단숨에 읽어버린 까닭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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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 43일간의 묵언으로 얻은 단순한 삶
편석환 지음 / 가디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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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을 안 해서 후회하기보다
말을 해버려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게다가 가르치는 과목 중엔 '스피치커뮤니케이션'이 있다. 말을 잘 해야하며 말을 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던 그가 어느 날 문득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의 침묵은 43일간이나 계속 되었다. 아이러니한 이 일이 일어난 계기는 성대종양 진단을 받게 되면서였고 아프고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멈추면서 방학동안 말을 끊고 그 생활에 점차 익숙해지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교수가 쓴 책이라고 해서 딱딱한 내용이 실린 것은 아니었다. 에세이처럼 그날그날의 기분이 담겨 있으면서 특유의 가르치는 투가 빠져 있어 좋았다. 그리고 몇몇 대목에서는 웃음까지 터져나온다.

가령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휴지가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은 묵언중이었다. 난감해진다. 상상만해도 웃겼다. 그냥 소리쳐 불러 버려도 되는데 고민했다는 점이 그가 묵언을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웃음 끝에 진중함이 마침표로 찍혔다.

 

 

'그동안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산 건 아닐까?'(P9)  저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을 줄였던가. 글이 늘어났던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너무 많은 말도 공해처럼 느껴져서 며칠 입을 닫고 살아본 적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43일이라니!! 일상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저만큼 말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나는, 과연......!

말을 줄이면서 그는 생각이 많아진 듯 했다. 그 생각들을 짧게 짧게 글로 남기면서 좋은 생각들이 책을 통해 공유되고 있으니 결국 말을 줄인 일은 득이 된 셈이다. 성대건강까지 챙길 수 있었다면 '일석이조'였을테고.....!말을 줄인다고해서 삶이 단순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말할 수 없으니 누군가를 만날 일도 만들지 않았을테고 상대적으로 만남이 단순해지긴 했을테지만 대신 생각할 시간 글을 쓸 시간이 많아졌을테니 그의 일상이 단순해졌다고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우연히 시작한 묵언이 가져다 준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내일부터라도 나, 말을 좀 줄여볼까? 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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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홈트 다이어트 플래너 스미홈트
박스미 지음 / 청림Life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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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얇은 책이었다. 그래서 별책부록인가? 싶어서 그냥 지나쳤던 책인데 2번, 3번은 그냥 스쳐지나쳤다가 어느날 문득 호기심이 일어 넘겨본 책 <스미홈트 다이어트 플래너>. 다이어리처럼 비워진 공간들이 많았고 군데군데 짧게 글들이 적혀 있었지만 의외로 좋은 내용들로 가득차 있었다.

 

 



▶ 아침 공복 유산소 운동은 30분 내로 마칠 것. 절대 무리하지 말 것. 대신 오후에 간단한 근력 운동 병행
▶ 필요한 영양제는 유산균, 코엔자임큐텐, 종합 비타민, 오메가3 정도
▶ 몸무게 체크는 2주마다하는 것이 적당함. 2주마다 마음을 다잡으며 좋은습관 굳히기

 

 



책을 읽으며 메모해 둔 3가지다. 다이어트에도 좋겠지만 건강을 지켜나가는데 필요한 내용들이라 메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좋은 습관이 건강한 삶을 유지시켜주는 가장 좋은 비결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식습관의 변화가 몸무게의 변화를 불러 있으켰음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너무 말랐을 때도 너무 뚱뚱해졌을 때도 볼 수 있도록 다이어리 제일 앞 장에 크게 다시 적어두었다.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 같으면서 잘 지켜지지 않는 것. 다이어트의 실패는 의지부족이 아닌 나쁜 습관탓이라는 책의 충고가 너무나 적절해서 더 잘 와 닿았다. 3년 같은 세 달을 진행하고나면 자연스럽게 아름다워질거라는 기대감 역시 진실이기를.....!

 

<스미홈트 다이어트 플래너>는 눈으로만 읽는 책이 아니다. 실천하면서 기록을 병행하는 책이어서 그 사용 예시부터 보여준다. 무엇보다 복잡하지 않아서 매일매일 짬짬이 적어나가기 쉽다. 물섭취에 대한 공식도 마찬가지. 아주 쉽게 풀이되어 있다. 무조건 2L를 마셔라가 아니다. 공식에 대비 본인에게 필요한 하루 섭취량을 스스로 산출해볼 수 있으며 왜 마셔야 하는지 +-가 되는 점들은 어떤어떤 점들이 있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스스로 수긍하기도 쉽다. 이해했다면 실천하는 것은 역시 본인의 의지이므로.

 

 

영양제를 딱 기본으로만 먹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몇 가지 더 늘려야겠다. 역시 20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체력임을 통감하면서 앞으로 꾸준하고 좋은 습관, 좋은 음식, 필요 영양제를 챙기면서 건강한 1년, 1년을 늘려가려 한다. 무슨 배짱인지 수영, 헬스, 1시간 걷기, 요가를 번갈아가며 매년 꾸준히 해왔던 20대보다 더 게을러져 있었다. 운동 휴식기. 더 해도 모자랄판에 놀고 있었다니....그러니 게으름과 함께 불필요한 살들이 붙어 버린 듯. 슬슬 운동도 워밍업을 시작해야겠다. 당장 고강도의 운동을 할 순 없겠지만 유산소운동부터 저녁 홈셀프 근력운동정도는 당장 시작해도 좋을 듯 하다.

책 한권이 이렇게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 줄 몰랐는데, 역시 사람이나 책이나 적절한 타이밍에 만나는 것이 중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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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음식일기 - 매일매일 특별한, 싱그러운 제철 식탁 이야기
김연미 지음 / 이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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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음식을 먹어야 한다지만 사계절 내내 갖종 채소나 과일을 볼 수 있는 요즘, 제철음식에 대한 개념은 옅어져버렸다. 간혹 건강을 위해 제철음식들을 검색해볼 정도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포토그래퍼 커플을 봐 왔던 내게 이 둘의 작업이 합쳐진 '푸드 포토그래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 김연미의 삶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아름다움과 함께 한다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삶엔 즐거운 기다림이 있었다. 나 역시 요리하는 엄마의 딸로 살았건만 우리는 참 달랐다.

 

 

 

 

채소와 과일에게는 저마다의 계절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만의 계절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서울을 벗어났는데, 게을러진 것 외엔 소득이 없는 것 같다. 심적 성숙은 1도 채워지지 않는 듯 했고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는 이 곳에서도 여전했다. 적어도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기를 바랬건만. 그 분노를 잠재우기에 <365일 음식일기>만한 책이 없었다. 매일 사진 한 장과 짧은 글 몇 줄 남겨진 것이 전부지만 그 한 페이지를 읽고나면 얻어지는 마음의 여유분은 참 컸다. 그래서 아까운 마음이 들고 말았다. 하루하루 해당 날짜의 페이지만 읽을 것! 꼭 한 페이지씩만 읽으면서 그래도 아직 꽤 많이 남았음에 행복해하는 중이다.

 

 

그러고보니 언제나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올렸는데, 이 책만큼은 읽는 도중에 올리고 있다. 이 속도로 읽는다면 책읽기는 12월 31일에 끝난다. 그리고 평소대로 쓴다면 12월 31일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바로 그 감동을 이어 쓰거나 그 다음날인 2018년 1월 1일에 리뷰를 쓰게 될텐데. 너무 좋아서, 알려주고 싶어서, 같은 감성을 가진 분들과 공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좋은 건 나누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오지랖이 넓은 편도 아닌데 늘 그랬다.



우아하게 부어진 차 한 잔, 검은색과 자색의 대비가 멋드러지진 안나수이 수프(자색고구마), 2월에는 유채나물이 향긋하다고 했고, 5월에는 아스파라거스가 한참이었다.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쓰여진 그녀의 짧은 일기 속에서 계절이 지나고 있었다.

 

 

 

8월 13일의 음식일기장엔 발사믹 식초가 곁들여진 '파스타 샐러드'가 올려져 있다. 다음 페이지를 열어보고 싶지만 '마시멜로우 효과'를 기대하듯 내일의 장은 내일에. 그래서 아직 8월 13일 이후의 페이지에 담긴 계절음식은 알지 못한다. 궁금한 건 못참는 편인데도 신기하게 참아진다. 오히려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이 마음 그대로 인생의 고비고비도 여유를 갖고 넘어갈수만 있다면, 이 책은 내게 그 어떤 마음공부서적보다 좋은 친구로 남을텐데......!


사계절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절이 담긴 사진일기를 쓴다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의 노고와 비교할 순 없겠지만 감동받은 독자의 한 사람으로 빼놓지 않고 2017년 말일까지 꾸준히 한 페이지씩 펼쳐볼 생각이다. 이렇게 읽고 싶은 마음이 든 순간부터 이 책은 내게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하는 하루 일과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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