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가족놀이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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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진실일까, 아까의 '미안해'와 지금 이 말 가운데....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치정살인? 자살? 불륜? 사고? 4월 27일밤 스기나미 구 니코라 초 3번지 주택가에서 들렸던 싸움소리와 여자 비명 소리의 결과는 도코로다 료스케의 죽음이었다. 그것도 스물네 군데나 찔린 상태로. 그보다 앞선 3일 전에 발견된 20대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던 경찰은 두 사건의 연관성을 발견해냈다.

결혼해서 아내와 자녀가 있는 평범한 가장의 인터넷상 가족놀이. 그는 왜 랜선 패밀리가 필요했던걸까. 경찰에게 이 사건은 이제껏 봐왔던 익숙한 범죄(?)들과 달리 꽤 까다로운사건이 아니었을까.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친한 척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의 묻지마 소통. 마치 자신이 아닌 것처럼 행복한 시간 속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던 그들에게 <가상가족놀이> 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런 생각에 젖어 읽고 있던 소설이라 마지막 부분의 반전은 살짝 충격적이었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인만큼 그 소재가 가벼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우리 사회 어디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아서 더 소름이 돋는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읽어내는 안목 이 두가지가 탁월한 작가여서 나는 여전히 그녀의 팬이다. 신간이 출간되면 빼놓지 않고 읽어야 직성이 풀리고 다 읽은 후에는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지만 도저히 멈출 수 없다. 그 옛날 '모방범'에서부터 이어진 팬심은 여전히 깊고도 길게 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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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하쿠나 마타타 - Timon & Pumbaa Photo Diary
샨링 글.사진 / 알레고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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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예쁘고 소중하지만 그 중 내 고양이를 닮은 녀석들을 발견할 때의 즐거움은 "유레카!"에 버금간다. 함께 자란 티몬과 품바의 표정 속엔 우리 나랑곰의 미소가 있고 호랑냥이의 당당한 꼬리걸음이 있다. 그래서 보는 내내 광대까지 걸린 미소를 쉽게 내릴 수 없었다. 페이지. 페이지마다 사랑스러운 품바와 티몬의 일상이 담겨 있고 행복한 순간이 멈추어져 있다.

겁많고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작은 티몬과 큰 덩치에 무리와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품바는 2015년 겨울, 지금의 집사를 만났다. <라이온 킹>에서 각각 그 이름을 따 온 '티몬'과 '품바'. 이들이 언제나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며 살아가길 원하는 집사의 열망이 담긴 이름이라 더 사랑스럽다.

 

형제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많은 것들이 필요치는 않았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그러하듯 박스를 뜯기도 하고 서로의 꼬리를 장난감삼아 놀기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기에 집사의 상상력이 재미나게 보태지는데, 분변검사를 받은 날 수의사 선생님이 행한 치욕을 잊지 않겠다며 잠든 모습이나 어느 날 꿈 속에선 집사가 그들의 고양이가 되어 복수를 꿈꾸기도 한다는 상상은 너무 기발했다. 고양이와 살게 되면 해리포터급 상상력이 생기나보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 게 뻔한 이 에너지 넘치는 녀석들을 어쩌면 이토록 잘 잡아냈을까.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너무 예뻐서 자꾸  다시 펼치게 되는 이 책의 제목은 <언제나, 하쿠나 마타타>. 책 제목까지 해피해피하다. 해피바이러스 같은 이 책, 너무 사랑스러워서 몇 권 더 구매하고 싶어졌다.

 끝까지 좋았던 건 마지막 페이지에 저자 샨링이 남긴 글 때문이다.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첫 고양이 점보가 고양이 공장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후회했던 일. 사고파는 행위로 인해 수많은 동물들이 고통 받고 있으며 그들이 무책임한 가족으로부터 유기되는 현실, 반려동물 산업의 비윤리성...몰랐기 때문에 일조(?)를 하고만 지난 날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었다.

'구입' 이 아닌 '입양'이 정착되길 바라는 소망까지 덧붙여진 따뜻한 책이어서 여기저기 권하고 싶어졌다. 우리 모두가 하쿠나 마타타를 외칠 수 있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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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살인자
라그나르 요나손 지음, 고유경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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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끼>나 드라마 <트윈픽스>처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밍숭밍숭했던 라그나르 요나손의 <밤의 살인자>. 한 지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만 살다 죽는 삶에 익숙해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평생 알고지낸 사람들이 한정적이어서 편안함을 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답답함이 느껴지지는 않을까. 범인의 존재보다 그들의 삶에 더 궁금증을 느끼게 된 건 사건을 풀어나가야하는 '아리 토르' 역시 마을의 이방인 신분이기 때문이리라.

아버지대부터 명성을 이어온 경찰 헤르욜푸르가 순찰을 돌다가 마을 안 폐가에서 총격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으므로 이는 살인사건이 되고, 그가 맞은 총 역시 마을 주민인 교사의 분실된 총기로 밝혀졌다. 사망전 비밀리에 지역 정치가의 마약연류 사건을 수사중이었다는 사실을 왜 파트너이자 부하인 아리에겐 알리지 않았을까. 이방인인 그에겐 낯선 장소, 낯선 인물들이 서로에겐 너무너 익숙한 것들이라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들고 말았다.

또한 교차되듯 던져진 일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왜 정신병동에서의 하루하루를 기록한 것일까. 범인의 일기일까. 짧고 쉽게 쓰여져 읽기에는 편했지만 속도감이나 예상치 못한 반전묘미들이 결여된 듯 하여 아쉽다. 읽은 후 등골이 서늘해진다거나 읽는 내내  궁금해미칠 것 같은 느낌 대신 편안한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읽은 소설이라 '너무 기대했나?' 싶어지기도 했다. 최근 '나카야마 시치리'의 범죄소설을 읽은 내게 이 책은 좀 심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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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우울 법의학 교실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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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하게 쓰여진 범죄소설을 읽는 재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김빠진 사이다처럼 시시한 맛을 남기지도 않을 뿐더러 캐릭터들이 살아숨쉬는 것처럼 영상화되어 활자체를 뚫고 나올 정도라면 더이상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언급할 필요조차 없어진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이 그러했다. 첫 권인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읽고 그 끔찍함에 치를 떨었다면 두번째로 읽은 <안녕 드뷔시>에서는 아름다운 선율과 반전의 묘미에 홀딱 반해버렸고 <속죄의 소나타>,<히포크라테스선서>로 이어지는 진실을 밝히는 부검을 통한 법의학의 세상은 정의로움 그 자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속편 혹은 외전격인 <히포크라테스 우울>에서는 뛰어난 전문가 콤비인 와타세-미쓰자키, 열정콤비인 고타가와-마코토 그리고 웃음을 유발하는 캐시 교수가 등장해 든든하게 중심을 잡고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맞이한다. 개인적으로는 법의학은 미국드라마, 범죄소설은 북유럽 및 독일, 탐정소설과 애니메이션은 일본으로 그 축을 잡고 있었는데, 나카야마 시치리는 '제프리 디버'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법의학과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엮어섞어나가는 작가다.

 

콘서트 도중 추락사한 미성년 아이돌의 임신, 교회 안에서 불탄 채 발견된 사이비 교주, 거리에서 죽은 노인의 시체, 고테가와의 씩씩한 동기 경찰관의 자살 중에서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짠했다. 왜 그토록 이기적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나.....당신처럼 좋은 여자가.....멋진 경찰관이.....라고 그녀의 시체 앞에서 이야기해주고 싶었을만큼 안타까운 죽음이었기 때문에.

사건자체만 보자면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에 비해 덜 잔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 뒤엔 추악한 인간의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래서 한숨이 절로 쉬어질 수 밖에 없다. 전지전능하게 메스를 휘두르는 미쓰자키 교수가 존재하는 대학병원에서조차 법의학의 환경은 열악했다. 절차 때문에, 돈 때문에 묻혀야하는 억울한 죽음들이 현실에서처럼 나열된다. 이를 꼬집어냈다는 점에서도 박수쳐주고 싶은 소설이다.

이토록 완벽하게 ...그리고 재미나게 써낼 수 있으면서도 다작하고 있는 괴물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한국에서도 작품이 영상화되는 날이 올까. 머릿 속으로 다섯 주인공의 캐스팅을 임의로 정해본다. 즐거운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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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 법의학 교실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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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범죄 드라마를 보듯 재미나게 읽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얼핏 전형적인 인물들 같아보이지만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면 참으로 한 명, 한 명이 참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당신, 시신은 좋아합니까?" 라니.
아무리 법의학 교실에서 면접을 보게된 연수의라지만 다짜고짜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당황스럽지 않을까. 내과의를 지망한 쓰가노 마코토에게 던져진 질문은 추후 화두가 되어 자신에게 화살처럼 박히게 된다. 물론 자칭타칭 시신 마니아인 캐시 조교수만큼은 아니지만. 벌어지는 사건이 흉측함에도 불구하고 유머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일본어가 서툰 캐시의 통통 튀는 대사 때문인데 나중에는 기다려질만큼 즐겁게 느껴지곤 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노련한 미쓰자키 교수의 부검은 흠잡을 데가 없었고 경찰 내부에서 야쿠자로 불리고 있는 뚝심있는 와타세 경부와 더불어 그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속에서 전문가 콤비를 이루었다. 물론 이름으로만 계속 등장하곤 있지만.

반면 미쓰자키-와타세와 비교될만큼 어설프지만 열정적인 콤비 마코토-고테가와 콤비는 슬금슬금 러브라인도 엿보여서 기대감을 한층 충만하게 만든다. 그 뼈대는 범죄 소설이고 어느 한 에피소드도 시시하게 마무리 되는 법이 없을만큼 꼼꼼하게 쓰여졌지만 캐릭터들의 매력은 이야기를 더 감칠맛나게 버무려나갔다.

 

자연사를 밝히지 못해 사고사로 마무리되어 한 집안의 가장이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는 일, 경기도중 일어난 사고사가 사실은 가족을 위해 보험금을 남기기 위한 한 남자의 자살극이었다는 사실, 뮌하우젠 증후군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만족감을 위해 병세가 악화된 딸의 이야기.....등은 모두 미쓰자키 교수의 손에서 그 진실이 밝혀졌다.

현실 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묻히면서 억울한 사람들이 가슴을 치겠지만 불행히도 신의 손 미쓰자키 교수는 책 속에서만 존재한다. 헤어짐이 아쉽다 싶을 때 <히포크라테스우울>을 발견하고 만세를 불렀다. 마치 시즌2, 시즌3를 기다리던 마음에 보답을 받은 것 같았다고나할까. 2018년 현재, 8년째 집필 중인 그가 써낸 소설은 무려 스물여덟 편! 모두 읽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당분간은 이 작가의 작품을 끊임없이 찾아 읽을 듯 하다. 꾸준히 번역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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