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우울 법의학 교실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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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하게 쓰여진 범죄소설을 읽는 재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김빠진 사이다처럼 시시한 맛을 남기지도 않을 뿐더러 캐릭터들이 살아숨쉬는 것처럼 영상화되어 활자체를 뚫고 나올 정도라면 더이상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언급할 필요조차 없어진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이 그러했다. 첫 권인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읽고 그 끔찍함에 치를 떨었다면 두번째로 읽은 <안녕 드뷔시>에서는 아름다운 선율과 반전의 묘미에 홀딱 반해버렸고 <속죄의 소나타>,<히포크라테스선서>로 이어지는 진실을 밝히는 부검을 통한 법의학의 세상은 정의로움 그 자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속편 혹은 외전격인 <히포크라테스 우울>에서는 뛰어난 전문가 콤비인 와타세-미쓰자키, 열정콤비인 고타가와-마코토 그리고 웃음을 유발하는 캐시 교수가 등장해 든든하게 중심을 잡고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맞이한다. 개인적으로는 법의학은 미국드라마, 범죄소설은 북유럽 및 독일, 탐정소설과 애니메이션은 일본으로 그 축을 잡고 있었는데, 나카야마 시치리는 '제프리 디버'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법의학과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엮어섞어나가는 작가다.

 

콘서트 도중 추락사한 미성년 아이돌의 임신, 교회 안에서 불탄 채 발견된 사이비 교주, 거리에서 죽은 노인의 시체, 고테가와의 씩씩한 동기 경찰관의 자살 중에서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짠했다. 왜 그토록 이기적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나.....당신처럼 좋은 여자가.....멋진 경찰관이.....라고 그녀의 시체 앞에서 이야기해주고 싶었을만큼 안타까운 죽음이었기 때문에.

사건자체만 보자면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에 비해 덜 잔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 뒤엔 추악한 인간의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래서 한숨이 절로 쉬어질 수 밖에 없다. 전지전능하게 메스를 휘두르는 미쓰자키 교수가 존재하는 대학병원에서조차 법의학의 환경은 열악했다. 절차 때문에, 돈 때문에 묻혀야하는 억울한 죽음들이 현실에서처럼 나열된다. 이를 꼬집어냈다는 점에서도 박수쳐주고 싶은 소설이다.

이토록 완벽하게 ...그리고 재미나게 써낼 수 있으면서도 다작하고 있는 괴물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한국에서도 작품이 영상화되는 날이 올까. 머릿 속으로 다섯 주인공의 캐스팅을 임의로 정해본다. 즐거운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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