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미드나잇 스릴러
로저먼드 럽튼 지음, 윤태이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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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각종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온 '로저먼드 럽튼'의 <시스터>는 여러 매체에서 각광받았다. 2010년 이 소설을 발표하면서 그녀는 소설가로 데뷔했다. 다만 '잠자리에서 읽기 좋은 책'에 선정되었다는 점은 좀 의외였다. 내용상 잠들기 전에 읽기 적합한 소재는 아니었으므로......

 

 



전세계 30개국에 출간된 베스트셀러 소설 <시스터> 언니인 아라벨라가 실종상태인 여동생 테스에게 편지 혹은 일기처럼 내뱉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미국에 살고 있던 언니에게 전해진 동생의 비보. 영국 런던에 살고 있던 여동생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물론 테스라는 이름에서부터 엿보인 그녀의 사연.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한 채 외면당한 것도 모자라 뱃속의 아이는 '낭포성 섬유증'에 감염되어 있었다. 부모 모두에게서 전해지는 유전병으로 인해 남자 형제인 레오를 잃었던 아라벨라와 테스에게 뱃속 아기까지 감염된 사실은 충격이었으리라. 하지만 테스는 아이를 포기하려하지 않았고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동생이 자살할 리 없다고 믿은 아라벨라는 타살의 흔적을 찾아 경찰보다 더 집요하게 상황들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다르게 된 결말. 임산부 실험에 참여한 동생의 죽음. 범인을 찾았으나 무엇이 가장 슬픈 일인지 소설을 다 읽고나서도 판단하기 힘들었다. 동생의 죽음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인지, 꽃다운 나이에 실험당하고 살해당한 테스에 대한 안타까움인지...

 

 

아마 경찰이나 탐정의 시선으로 사건을 뒤쫓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이자 끈끈할 수 밖에 없는 자매인 언니의 시선으로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쓰여졌기 때문에 따뜻한 온기를 잃지 않았으리라. 차가운 죽음을 따뜻한 온기로 감싼 소설 <시스터>. 제목은 심플했지만 소설이 남긴 여운은 결코 심플하지 않았다.

 

 



잔인해서가 아니라 상실의 슬픔을 가장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이라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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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 살인 사건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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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에서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던 여직원 하나가 살해된 것으로도 모자라 불에 탄 채 발견되었다. 이런 뉴스를 tv에서 접한다면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궁금해졌으리라....하지만 이 사건은 그 첫문장부터가 충격적이었던 소설 <고백>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소설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제 18회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초청작의 원작 소설인 <백설공주살인사건>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아름다운 미모의 여사원이 회식날 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살해당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평판도 좋고 아름다웠던 그녀를 살해한 건 누구였을까? 과연 무엇때문에?



우습게도 용의자는 여럿이 아닌 단 한사람으로 지목당했다. 모두로부터. 비슷한 이름을 가진 입사동기 '미키 노리코'와 '시로노 미키'. 화려한 용모로 단연 눈에 띄였던 노리코와 달리 학창시절부터 이름 탓에 놀림을 당하거나 재수없는 여자라고 치부되어왔던 미키. 수사하면 할수록 노리코를 죽여야 할 이유들이 드러나기만 한 미키 역시 현재 실종상태. 경찰에서는 살해 후 도주로 보고 그녀를 수배했다. 역시 아름다움이 시기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한 남자를 사이에둔 치정극?


참혹한 사건 앞에서 모두가 짠 것처럼 한 사람을 지목해 마녀사냥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놀랍게도 당사자의 증언이 이어진다. 허를 찌르는 듯한 반전은 살아있는 그녀의 증언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주간지 기자에 의해 실시간으로 sns에 올려지고 있던 인터뷰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진실을 내뱉는 시로노 미키. 가족에게서조차 이해받지 못했던 그녀의 울분이 쏟아지면서 사건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과연 아름다운 미키를 죽이고 비교당하던 평범한 미키를 용의자로 몰아간 사람은 누구였을까?

 

 

 

끝까지 읽고 모든 경위를 알고나면 '인간이 가장 추악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씁쓸하다. 진실이 시원함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답답함으로 가슴을 가득 채워 버리다니. 비교하자면 여전히 내 마음 속 1등은 <고백>이겠지만 <백설공주살인사건> 역시 문제작이긴 하다. 특히 댓글과 기사글이 올려진 페이지의 편집이 눈에 띄는데, 마치 실제 사건처럼 여겨져 사실성을 더했다. 단순히 남의 말을 가볍게 내뱉고 뒷담화를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악의로 번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도 참 무섭게 여겨질 수 밖에 없다. 실시간의 파급력을 가진 sns의 등장이후, 타인을 향한 소리없는 화살이 쏘아지는데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범인의 살해동기보다 사람들의 기억이 더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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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장군이 된 꼬마 장승
노경실 지음, 김세현 그림 / 두레아이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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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동화와 창작동화 외에도 번역 작업까지 활발하게 활동중인 작가 노경실의 동화 <천하대장군이 된 꼬마장승> 은 동양화 그림작가 김세현의 그림까지 더해져 전통빛깔로 반짝반짝 빛난다.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내리는 국내외 흉흉한 소식들로 피폐해진 마음을 달래기에 '동화'만큼 적당한 힐링처가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 도망치고 싶을 때 만나는 친구가 아니라 '위안처'같은 든든한 친구, 동화. 이번달에는 꼬마장승을 만났다.



이제는 민속촌 입구에서나 볼 수 있는 장승들은 사실 마을 어귀마다 서 있던 푯말이자 수호신이었다. 10리나 5리 간격으로 세워서 이정표 구실을 하기도 했다는데 '전설의 고향'이나 공포영화에 가끔 등장해서 평소엔 참 무섭게 여겨졌다. 물론 제주 하르방처럼 귀여운 석장승도 있겠으나 나무로 만든 목장승은 표정도 무섭고 오랜 세월 속에서 비바람을 버티고 서 온 관계로 낡고 그 색이 바래져 더 무섭게 느껴졌나보다.



그런 장승의 느낌을 싹 지워버린 것이 바로 꼬마 장승 천둥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이미지가 강했던 장승계에 꼬마 장승이라니.....상상도 못해본 캐릭터의 등장에 어리둥절했던 것도 잠시 동네를 시끄럽게 만들고 작은 동물들을 놀라게 만들어서 '말썽쟁이','사고뭉치','고얀녀석'이라고 불리는 장승에게선 심각하면서도 권의적인 표정 따윈 어울리지 않았다.

 

장난이 치고 싶어서 근질근질...엄마 아빠의 꾸지람에 기가 죽는 것도 잠시!! 금새 개구진 표정이 되어 버리는 꼬마 장승 '천둥이'. 이름까지 천둥이여서 천둥벌거숭이같이 느껴지는 천둥이는 사고를 쳐 놓구선 아궁이에 던져질까 지레 겁을 먹고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집떠나면 고생이라고 금새 산적들에게 붙들려 갖은 고생을 다 하던 중에 '흰돌마을'을 습격한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낸 천둥이.


사고뭉치에서 대장군감으로 칭송받기까지 작은 성장통을 거쳤지만 꼬마장승은 든든하게 마을을 지켜냈다. '어른들에게는 웃음을 준 이 동화가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읽혀질까. 한국적인 동양화 그림은 또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해하는 지인들에겐 얼른 책을 펼쳐보라고 권했다. 글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동화에선 당연히 내용부터 눈에 들어오지만 사실 그림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동화책에선 그림부터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체적인 밸런스나 색감이 한국적인 이 동화책은 외국 어린이들 눈에 더 신기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말았다. 선물로 주면 참 좋아할텐데...라는 아쉬움과 함께.


실제로 꼬마장승을 본 적은 없지만 동화를 읽고난 후, 여행 중 마주치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반가울 것 같다. 살짝 동화속 천둥이의 개구진 모습을 떠올리면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은 후 재미나게 읽은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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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위한 소품 만들기 - 고로롱 고로롱
김민 지음 / 팜파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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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복터진 고양이들이라고 생각해 온 '하루와 이틀이'. 망손집사인 나와 달리 하루네 집사님은 금손 집사님이라 방석은 물론 탐나는 고양이 가구까지 뚝딱 만들어주는 집사다. 그래서 부러움반, 미안함반으로 그들의 일상을 눈에 담곤 했는데,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 싶더니 책이 한 권 덜컥 출판된 것. <<고양이를 위한 소품 만들기>>는 이제껏 탐내왔던 고양이 소품들을 만드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어 나도 모르게 만세!를 외치고 말았다.

 

물론 지도가 있다고 누구나 다 보물섬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물 크기의 도안도 수록되어 있고 콩주머니마냥 작고 귀여운 토끼볼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다보면 언젠가는 고난이도의 우주선 하우스나 카라반 하우스를 완성할 날도 오지 않을까.

 

완성된 소품은 사진으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쉽게 그림으로 그려넣은 배려 돋는 책 <고양이를 위한 소품 만들기>. 물론 내 돈 들여 힘들게 만든 소품들은 고양이들 몫이지만 망손 집사의 도전기가 될 소품 만들기는 어쩌면 <망손 집사를 위한 소품만들기 교본>으로 대대손손 물려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집에선. 아마 일년만에 너덜너덜해지겠지....?

 

어쩜 이렇게 편안하게 찍혔지?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일상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책 속에 애정하는 두 녀석, 하루와 이틀이가 있다. 녀석들의 고로롱 소리가 이 곳까지 들리는 듯 하다.

 

계속 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작은 소품부터 차례차례 만들어 나가 볼까? 싶다. 이 또한 추억으로 남을테니....기대에 기쁨을 보태게된다.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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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미나토 가나에 지음, 현정수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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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해서 그들 모두 개인적으로 선한 사람들일까. 작은 항구 마을에서 뜻이 맞아 <클라라의 날개>를 설립한 세 명의 여인들에겐 각각의 사연이 있다. 불교용품점을 운영하는 도바 나나코는 하나사키 초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이며, <쁘띠 안젤라>를 운영 중인 아이바 미쓰키는 남편의 전근으로 5년 전부터 하나사키 초에서 살게 된 케이스다. 2년 전 이주해온 예술가 스미레까지 힘을 합쳐 셋이서 15년 만에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고 작은 화재를 계기로 탄생하게 된 <클라라의 날개>는 매체에 소개될만큼 유명해졌지만 멤버 셋의 관계는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지만 작은 의심이 도화선이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이 툭툭 내뱉어대는 한 마디 말들은 독소가 되어 눈처럼 크게 뭉쳐지고, 독이 된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작가가 던져놓은 화두의 의미를... 대략 이런 일들은 작은 수의 모임, 친밀한 관계 일수록 더 큰 상처로 남기 마련이다.  '선의는 악의보다 무섭다'라는 책 표지말이 그래서 더 강하게 각인되어 버린 소설 <유토피아>는 제 29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이며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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