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s 스카이홀릭 - 쫄깃쫄깃한 승무원 세계와 그녀들의 사랑이야기
조나영 지음, 조혜영 그림 / 밥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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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중에 외국항공사에서 성실히 잘 근무하면서 책도 여러권 내어 유명해진 이웃이 있다.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만큼 유명한 그녀. 책으로 알게 된 그녀였지만 일상을 블로그로 보고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더운 친해진 그녀는 오늘도 다른 나라의 하늘에 떠서 이동중이겠구나 싶다. 승무원의 길을 접고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내겐 그녀들의 일상이 가보지 못한 길이 되어 버렸지만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지금까지도.

 

워너비 직업군이긴 하지만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스튜어디스라는 직업도.

그래도 매번 승무원들이 책을 낼때마다 달려가서 구매해 보고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건 이 직업의 매력을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시험 준비를 한다는 어린 친구들에게 코칭을 건네기도 하고 항공사별 승무원들의 책을 권해주기도 하는데 로망이 아닌 현실감을 갖고 진지하게 임해주었으면 싶을 때가 있다. 말하다보면.

 

 

p109   아무래도 넌 바람둥이 같아

 

 

매일 "하늘로 출근하는 여자"가 되는 방법, 시험 족보등이 담긴 책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리비아's 스카이 혹릭]은 자매가 쓴 승무원 소설로 kbs프로듀서인 언니와 국내 항공사에 재직중인 동생이 의기투합하여 쓴 소설이다. 승무원 올리비아가 주인공이며 '승무원의, 승무원에 의한, 승무원을 위한 결정체'라고 밝힌 소설 속에서 올리비아는 동료의 실수를 멋지게 커버하는가 하면 여자가 많은 남자인 '리킴'과의 연애담,호의를 보내온 부기장 '에드워드'와의 이야기,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도 직업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른 싱가포르의 문화 외에도 비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리얼하게 그려져 마치 매회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는 드라마 보듯이 읽혀졌다. 흡사 수목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달까.

 

다만 올리비아라는 캐릭터가 좀 더 통통 튀는 성격의 아가씨로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실수도 많이 하고 화도 시원시원하게 내면서 실연에 마음 아파하고 하는 부분이 좀 더 매력적으로 그려졌더라면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한 층 더 깊이 빼앗을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살짝...아주 살짝 남는다.

 

스카이 홀릭 승무원인 올리비아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비행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도 많은 승무원이 되어 새로운 연인과 함께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결론지어졌지만 어딘가의 상공에 머물러 있을 나의 이웃은 오늘도 [온에어]상태다. 그녀에게도 이런 말랑말랑한 연애담이 존재할까? 그러고보면 한번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승무원이 되기 위해 팁이 적힌 책만 보기보다는 이런 가벼운 소설 같은 이야기 속에 스며든 리얼리티적인 경험담들도 읽어두면 좋지 않을까 미래의 승무원들에겐. 특히나 외항사를 지원할 사람들이라면 여러 문화가 뒤섞인 존 안에서 어떻게 하모니를 이루며 일해야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미리 익혀두면 좋을 듯 싶다. 같은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도 회사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기 마련인데 하물며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고 동료로 남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올리비아처럼 그린라이트? 인가요? 할 때는 더더욱.  이상한 승객도 있고 진상 승객도 있겠지만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승객을 만났을때 뿌듯해지는 건 비단 올리비아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가볍게 읽고 즐겁게 기억하기. 올리비아's 스카이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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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림자놀이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소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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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이 변했다. 독특하면서도 난해한 감이 있어 문학계의 노홍철스러운 상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11회 우수상을 수상한 [꽃그림자놀이]를 읽어보니 재미와 독특함 두 가지를 다 건져낸 작품이어서 이 상에 대한 신뢰도가 부쩍 상승했다. 마치 좋아하는 국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읽혀지는 박소연 작가의 [꽃그림자 놀이]는 소설을 금지하던 조선 시대 귀신이 기거한다는 빈 집을 두고 액자소설처럼 재미난 소설들이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특이한 형식의 소설이었다.

 

p7  소설은 마음의 병을 고쳐주고 외로움을 없애주고 웃음을 주고, 교훈을 주고 심지어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사도세자

 

소설을 사랑했던 사도세자와 달리 그의 아들은 '소설은 독이다'라고 첫 장부터 밝히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소설이 금지된 시대 몰래 읽는 소설의 달달함에 빠진 사람들은 제 목숨을 걸기까지 이르렀다. 양반이고 나발이고 간에. 조인서는 친구 최린을 걱정하고 있었다. 입신양명을 해야할 판에 그를 마다하고 소설을 쓰겠다니.......! 당쟁에 휩싸여 정치인으로 사느니 세속의 지기가 되어 유유자적 하고 살겠다는 친구를 보러왔다가 얼떨결에 내기를 하고 귀신의 집에 기거하게 된 조인서. 하필 집안의 송사 때문에 최린이 멀리 출타를 한 사이 조인서에게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우선 귀신의 존재를 알게 된 것과 그가 직접 소설을 집필하게 된 것. 그리고 사랑해서는 안될 여인을 사랑하게 된 것. 이 세가지 변화로 인해 그의 인생은 송두리채 흔들리게 되었고 종국에는 소설 [아수라] 속으로 빨려들어가기에 이르렀다.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하지만 그 이상의 레벨인 이야기꾼은 인생을 흔들어댄다. [꽃그림자놀이]가 그러했다. 만약 이 이야기가 드라마화된다면 어떨까. 아주 미스터리하면서도 퓨전사극으로 꽤 괜찮은 장면들이 연출될 듯 했다. 교훈을 주는 옛 이야기는 지루하기 마련이고 고전소설은 어렵기 일쑤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초등학생을 쭉 둘러 앉혀 놓고 이야기를 펼치거나 어르신들이 많은 경로당에 가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도 청중의 넋을 빼놓기 딱 좋을만한 스토리텔링이었다. 어디서 본듯한...하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민담과 설화가 생명선을 타면서 재미는 하늘을 치닫고 있는 것이다.

 

 

p269  진실은 본래 불편하지. 감미로운 것도 아니고, 가슴 뭉클한 것은 더욱 아니야.

 

 

무엇에 홀렸던 것일까. 읽는 내내. 소설이 일종의 그림자놀이라고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말하는 작가에게 홀렸던 것은 아닐까. 이야기를 경계하던 시대, 몰래몰래 퍼져나가던 이야기는 정말 이런 이야기들이었을까.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펼쳐진 시대라고 생각해왔던 조선시대가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그 시대를 잘 알고 있는 것은 맞는 것일까. 역사 드라마를 통해서 봤던 그 단편들이 실제라고 생각하고 상상하기를 그만 멈추어버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을 남기고 만 소설은 정말 재미있었다.  정말이야? 묻는 사람들에게 '직접 읽어봐 알게 될거야'라고 추천해 준 것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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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의 묘
전민식 지음 / 예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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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무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라 하지만 1970년대를 산 그들의 인생은 발밑 개미 한마리의 그것보다 못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를 시청했을때처럼 가슴이 무거워졌고 머릿속은 더 청명하게 만드는 소설 [9일의 묘]는 그렇게 읽혀졌다.

 

p16  시간이 지날수록 미움이나 증오는 단단해지면 단단해졌지 결코 물렁물렁해지지 않았다.

 

서른의 중범은 '지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비가 봐준 묫자리가 시대의 리더를 만든 후 어딜가나 '황창오'라는 이름이 그의 이름 앞에 꼬리표처럼 붙어 "황창오의 아들"로 불리게 되었지만 운명이 대체적으로 그러하듯 아비와 아들은 소통하며 살지 못했다. 옆구리에 뜨신 밥처럼 아비가 끼고 살던 동생이 아비탓에 치료조차 받지 못하여 죽어버렸고 어미는 집을 나갔고 자신마저 찬밥처럼 키워지자 아들의 마음 속엔 원망과 미움이라는 큰 생채기가 돋아나 버렸다. 자신이 아비가 되어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지난 날의 아비의 모습과 행동.

 

그랬던 그가 홀연히 자취를 감춰 버린 어느 날. 그 아들 중범이 서른이 되던 그 해 결국 사단이 나버렸다.

 

동생 효범과 똑닮아 아비가 양자삼은 도학,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이인 '해명'과 함께 작업들어간 무덤 속에서 그들이 건진 건 금으로 만든 머리가 아니라 '죽음의 그림자'였다. 아비를 그토록 부정하면서도 아비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중범은 무덤을 도굴하며 생을 연명하고 있었는데 처자식이 굶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며 위험한 일에 뛰어들었던 것. 도학이 물고 온 일거리는 그 아비가 터를 봐준 대통령이 시해당한 그 시점에 파헤쳐졌고 이 일은 두 개의 다른 권력층이 서로 좋은 혈을 차지하고자 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되어 이들은 쓰여지고 버려졌다. 소리소문 없이. 빨갱이로 매도된 채.

 

p24 땅은 자존심이 강했다

p83 지금은 악지라해도 훗날 대명당이 될 수 있다는 걸.

 

9일간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목숨을 잃어야 했고 또 누군가는 사라져야만 했다. 소설을 읽으며 떠올려지던 영화는 바로 <변호인>. 시절이 수상하던 시기에 정말 잘못걸려서 억울한 일을 당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힘있는 자들에 의해 군화에 의해 짓밟히는 모습들이 똑닮아 있었다. 게다가 두 이야기속 고문관의 모습은 사이코패스적인 악질 그 자체여서 눈으로 읽는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내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을 정도였다.

 

자식의 죽음을 지키지 못한 죄와

죽어가는 동생을 두고도 방의 어둠 속에 앉아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죄책감의 무게가 같을까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신선한 충격이었다면 전민식 작가의 [9일의 묘]는 가슴 한 켠에 뭉근한 멍하나를 남겨놓았다. 이때보다 우리는 한결 더 '야만의 세월'에서 벗어나 살고 있을까. 긍정의 대답을 할 여력이 없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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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나라
이제홍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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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그 시대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분쟁의 여지가 다분하다.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그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래서 나는 간혹 만화에서 역사속으로 들어가 그 시대의 역사를 바꾸고 왕과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를 접하게 되면 그 순간의 달콤함만 즐기다가 얼른 빠져나오곤 한다. 너무 길어지면 또 다시 편협해질지 모르므로.

 

# 사건

궁남지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왜 하필 궁남지인가. 주소지가 서울인 문화재청 공무원이.

 

# 사람

서민준의 주변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날 뜨겁게 논쟁했던 문화재청 공무원이 시체 상태로 발견되었고 칼럼을 쓰던 김명석이 죽었고 그와 하룻밤을 보냈던 중국여인 은미령 참사관도 죽었다. 그 세 사람의 공통점은 서민준과 논쟁을 벌였던 사람들이라는 것. 그래서 모든 용의 선상에 오른 단 하나의 인물인 서민준은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된다.

 

#역사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에 가려져 그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백제는 무려 700년 동안 그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왔다. 초/중/고/ 심지어 대학에서조차 백제에 대해 자세히 배워본 적이 없었고 시중의 역사서조차 조선/고구려/신라 등에 편중되어 있어 그동안 알지 못했는데 [지워지지 않는 나라]를 통해 본 백제의 역사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비록 소설은 백제의 보물 금동 대향로 하나를 언급하며 역사의 비밀에 접근했으나 사람까지 죽여가며 일본인이 빼앗고자 했던 그 역사는 우리네 백제의 것이였다. 왜 그동안 우리는 백제를 잊고 살았을까.

 

오늘이 팍팍해서 우리는 어제를 잊고 산다. 역사를 등한시 하는 동안 국토를 빼앗기고 조상의 이름을 빼앗기고 마는데도 말이다. 중국에 의해 일본에 의해 빼앗겨온 우리의 역사. 바로 잡아 놓지 않는다면 결코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는 '눈 앞에서 도둑맞아 온 역사'를 이제라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힘이 있다고 다 빼앗을 수 있다면 세계사는 미국/중국/일본/유럽의 몇몇 나라만 가지고 있는 그것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와 역사를 지켜온 것은 결코 힘이 아니었다. 얼이었고 숨결이었으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부심으로 지켜내어온 귀중한 재산이었다. 그래서 힘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국력이 약해서라는 핑계 따위는 내던져버리고 피와 살과 뼈에 녹아 있는 이 진한 조상의 향을 지켜내는 일을 나부터라도 시작해야겠다 싶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만큼. 최근 내게 좋은 말씀을 해 주신 분의 충고인데, 그 일은 이런 역사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들려주어 관심을 갖게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찾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일이되겠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4월부터 시작해 보련다. 바로 이 [지워지지 않는 나라]를 들려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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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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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삐걱거림이 보인다.  제 오라비에게 "새끼야"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여동생이 있질 않나~ 스물둘이나 되는 아들은 어린애처럼 대하면서 정작 반 년 가까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에겐 관심없는 엄마,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미주알 고주알 아빠에게 찾아가 그대로 불어서 가정 내에서 별명이 '확성기'인 오빠. 어쩌면 평범할지 모르고 또 어쩌면 너무나 슬퍼서 눈물조차 안 날 이 가족들은 불량가족보다야 훨씬 건전하게 살아가고 고 있는 소시민들이지만 화목하지도 희망차지도 않아 나는 이들이 과연 <<알바패밀리>>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도입부 내내 궁금했더랬다.

 

자칭 타칭 "세일즈 프로모션" 리뷰왕인 여동생 로라는 주목할 만한 상품 사용 후기를 남겨 스스로 용돈을 풍족히 벌어쓰고 있는 자립형 20대다. 엄마가 친적들마다 붙잡고 자랑할만큼. 그런 그녀는 재가 발랄한 문장과, 유머 재치 등을 기본 무기로 탑재한 채 제품에 대한 타이트한 분석을 통해 많은 팔로워들을 양상해냈고 그녀가 올리는 물품들은 재빠르게 판매되면서 로라는 인터넷 후기 완판녀로 등극했다. 다만 활용한 값비싼 물품들은 리뷰작성 후 '소비자보호원'까지 들먹이며 곧바로 반품되기 일쑤였고 값싼 옷들은 가차 없이 내버려졌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로라가 세상의 한 쪽에서 반품을 치는 사이, 특색 없는 '호두가구'를 운영중인 아버지는 반대의 입장이 되어 반품에 반품을 맞고 있었다. 방송 상품으로 판매 되었다가 경쟁사에서 1+1을 하는 바람에 죄다 반품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로라는 누구를 닮았단 말인가. 아버지보다는 역시 엄마쪽 피가 강했던 것일까. 가격에 민감햇던 엄마는 옆 마트보다 가격이 비싸면 거침 없이 항의하고 불친절한 계산원을 고객만족센터에 알려야만 직성이 풀렸다. 마치 로라처럼. 하지만 엄마는 자신의 미래를 한치 앞도 알지 못했으니...바로 그랬던 엄마가 마트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오호, 통재라~

 

세상사 새옹지마라고 한때 리뷰왕이었던 로라는 강퇴당한 후 스포츠센터의 수질요원으로 고생하다 R컬렉션의 시간제 알바로 정착하나 싶더니 편의점 알바의 삶으로 내던져졌다. 오빠 로민 역시 R컬렉션에서 일하다 동정심이 혹해 거지에게 옷 한벌 건넸다가 잘렸고 엄마는 생활고에 찌들리다가 마트 계산원으로 전단지 배포원으로 겨우겨우 삶을 꾸려나간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무능한 가장이었던 아빠 역시 가구회사를 말아먹은 후 가족들 몰래 인간간판(?) 알바를 하다가 가족들이 행사보조요원으로 일하는 곳에 나타나 국회의원을 향해 빵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러버렸다.

 

P 163  그러나 의욕은 의욕으로 끝났다

 

우습게도 이들의 모습이 대한민국 서민들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물론 희화되었고 풍자되었으며 다소 블랙코미디처럼 연출되어 있지만 뉴스에 연일보도되는 가계대출, 빚잔치인 대한민국 가정경제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무섭도록 소름끼친다. 이들의 미래가 불투명 한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한 줄기 빛이 들어차지 않을까봐 약간의 우려와 걱정 섞인 시선으로 책을 읽다가 그만 끝까지 다 읽어 버렸다. 우습지만 슬펐고 기발했지만 눈물겨웠다. 그토록 배꼽잡고 뒹굴렀던 <트렁커> 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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