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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평점 :
시작부터 삐걱거림이 보인다. 제 오라비에게 "새끼야"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여동생이 있질 않나~ 스물둘이나 되는 아들은 어린애처럼 대하면서
정작 반 년 가까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에겐 관심없는 엄마,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미주알 고주알 아빠에게 찾아가 그대로 불어서 가정 내에서
별명이 '확성기'인 오빠. 어쩌면 평범할지 모르고 또 어쩌면 너무나 슬퍼서 눈물조차 안 날 이 가족들은 불량가족보다야 훨씬 건전하게 살아가고 고
있는 소시민들이지만 화목하지도 희망차지도 않아 나는 이들이 과연 <<알바패밀리>>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도입부 내내
궁금했더랬다.
자칭 타칭 "세일즈 프로모션" 리뷰왕인 여동생 로라는 주목할 만한 상품 사용 후기를 남겨 스스로 용돈을 풍족히 벌어쓰고 있는 자립형
20대다. 엄마가 친적들마다 붙잡고 자랑할만큼. 그런 그녀는 재가 발랄한 문장과, 유머 재치 등을 기본 무기로 탑재한 채 제품에 대한 타이트한
분석을 통해 많은 팔로워들을 양상해냈고 그녀가 올리는 물품들은 재빠르게 판매되면서 로라는 인터넷 후기 완판녀로 등극했다. 다만 활용한 값비싼
물품들은 리뷰작성 후 '소비자보호원'까지 들먹이며 곧바로 반품되기 일쑤였고 값싼 옷들은 가차 없이 내버려졌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로라가 세상의 한 쪽에서 반품을 치는 사이, 특색 없는 '호두가구'를 운영중인 아버지는 반대의 입장이 되어 반품에 반품을 맞고 있었다.
방송 상품으로 판매 되었다가 경쟁사에서 1+1을 하는 바람에 죄다 반품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로라는 누구를 닮았단 말인가. 아버지보다는 역시
엄마쪽 피가 강했던 것일까. 가격에 민감햇던 엄마는 옆 마트보다 가격이 비싸면 거침 없이 항의하고 불친절한 계산원을 고객만족센터에 알려야만
직성이 풀렸다. 마치 로라처럼. 하지만 엄마는 자신의 미래를 한치 앞도 알지 못했으니...바로 그랬던 엄마가 마트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오호,
통재라~
세상사 새옹지마라고 한때 리뷰왕이었던 로라는 강퇴당한 후 스포츠센터의 수질요원으로 고생하다 R컬렉션의 시간제 알바로 정착하나 싶더니 편의점
알바의 삶으로 내던져졌다. 오빠 로민 역시 R컬렉션에서 일하다 동정심이 혹해 거지에게 옷 한벌 건넸다가 잘렸고 엄마는 생활고에 찌들리다가 마트
계산원으로 전단지 배포원으로 겨우겨우 삶을 꾸려나간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무능한 가장이었던 아빠 역시 가구회사를 말아먹은 후 가족들 몰래
인간간판(?) 알바를 하다가 가족들이 행사보조요원으로 일하는 곳에 나타나 국회의원을 향해 빵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러버렸다.
P 163 그러나 의욕은 의욕으로 끝났다
우습게도 이들의 모습이 대한민국 서민들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물론 희화되었고 풍자되었으며 다소 블랙코미디처럼 연출되어 있지만
뉴스에 연일보도되는 가계대출, 빚잔치인 대한민국 가정경제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무섭도록 소름끼친다. 이들의 미래가 불투명 한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한 줄기 빛이 들어차지 않을까봐 약간의 우려와 걱정 섞인 시선으로 책을 읽다가 그만 끝까지 다 읽어 버렸다. 우습지만 슬펐고
기발했지만 눈물겨웠다. 그토록 배꼽잡고 뒹굴렀던 <트렁커> 와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