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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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유정의 책의 미덕은 재미 있다는 것입니다. 살인에 인수공통 전염병에 정신병원에서의

 

에피소드 등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하기 힘든 소재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재미 있습니다.

 

전에 28의 리뷰에도 썼었던 것 같은데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시각적 입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기다리게 되고, 나오면 바로 읽게 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새로나온 종의기원 역시 재미 있습니다. 군도 신도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아주 독특한

 

시각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책표지의 수영장 그림은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인 유진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그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리뷰의 제목에

 

쓴 것처럼 악인은 태어나는지 만들어 지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악인은

 

원래 악인이라는 것처럼 씌어 있는데 오히려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정밀검사를 통해서 확인된 것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약으로 눌러 놓는 것이 최선일까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은 다른 사람은 상상하지 못 할 정도일 것이고 오히려 이것이 상황을 더 악화신킨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찌됐던 잠깐 흔들리고 방황하던 유진은 결국 완벽한 악인이 되어

 

소설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마무리가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To be continued를 보는 것 같아서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만 유진의 이후 행보가 다시 글로 써져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의 말대로 즐기면서 볼 수만은 없는 책 이었습니다.

 

 

 

"행복한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니에요" (P67)

너라면 골이 흔들리고, 귓속에 마이크가 삑삑거리고, 몸이 병든 닭처럼 무기력해지는 고통을 16년씩 견뎌낸 포상으로, 며칠간의 화창한 휴가 정도는 받고 싶지 않겠느냐고, 그때마다 이런 식으로 인생을 초토화 시킨다면 누군들 미치지 않겠느냐고. (P144)

"도덕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어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음침한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달려있다."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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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5-3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들의 상상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우리가 전혀 몰랐던 충격적인 내용들이 참 무궁무진합니다. 채식주의자도 그렇고...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건 확실한거죠?

Conan 2016-05-31 21:48   좋아요 0 | URL
저도 동감입니다. 작가는(특별히 소설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참 악한 세상입니다만 그래도 선한 사람들로 인해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중고]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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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주인공들은 결국 각자 만족스러운 결론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독자의 마음이 무겁던

슬프던 또는 불편하던 상관없이 작가는 주인공들 스스로 만족스러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남자는 편안한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아주머니는 원하던 아들의 복수를 하게되고, 여자

(여자라기 보다는 여자의 어머니)는 보험금으로 집을 장만합니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심사를 했던 소설가 김도연의 말처럼

작가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흩뜨려 놓았고, 제목과 마찬가지로

각자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믿고 있는 사실 또한 다릅니다.

그리고 각자에게는 달라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은 후 머리가 복잡해 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수상소감에 쓴 작가의 말을 보면 "계속 싸워서 글과 돈을 열심히 벌어 보겠습니다.

쓰고 싶은 소설을 다 써서 더이상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까지,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겠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장강명은 신인 작가가 아닙니다. 표백, 뤼미에르

피플, 댓글부대, 알바생 자르기, 호모 도미난스 등 많은 책을 쓴 꽤 알려진 작가입니다.

우리나라 작가의 현실이 열악한 것인지 아니면 장강명의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궁금합니다.

구 년이 아니라 칠 년이라고 봐야지. 쟤는 군대에 안 가도 되잖니. (P131)

돈에 무슨 죄가 있겠니. 네가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 네 이름을 적었겠지. 엄마가 말했다. 우리 전세도 계약이 끝나가니까......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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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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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소소한 풍경'의 소소가 小小(작고 대수롭지 아니하다)인 것으로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책에 나오는 소소(昭昭)시의 소소는 의외로 '사리가 밝고 또렷하다' 라는 뜻 이었습니다.

책에 각 인물들은 밝고 또렷하지 않습니다. 일부러 감추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 대해 굳이 깊이

알려고 하지 않고, 오는 사람이니 받아주고, 떠나는 사람이니 떠나게 합니다.

그들은 모두 결핍된 처지 입니다. 특별히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가족의 결핍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결핍의 과정에 노동조합, 광주 민주화 운동, 탈북 등 우리의 현대사가 들어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서로 사랑을 합니다. 혼자서, 둘이서, 셋이서...

그리고 물론 얘기는 다르지만 오르한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의 첫 문장인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가 생각나는 죽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별이 있습니다. 'ㄴ'이 떠났고,

'ㄷ'도 떠났고, 결국 'ㄱ'도 떠납니다. 그리고 이 글의 화자는 'ㄱ'이라고 우기며 글을 시작한

작가는 귀가 가렵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더 이상 가렵지 않다고 하며 글을 맺습니다.

책은 우울했습니다. 만나면서 이별을 알고 있는 것 처럼...

어떤 부부인들 그 사이에 왜 `밀짚모자`가 없겠는가. (P238)

"꽃구경하다 왔다지 않니. 꽃구경. 꽃구경하는 데...... 사흘이 뭐 길다고." (P267)

예측 슬품이란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겪는 상실의 정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관계가 원활한데도 미리부터 애도를 시작하는 것이다.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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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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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의 글을 좋아합니다. 단행본으로 나온 책들은 거의 다 읽은 듯 합니다.

 

특유의 모래를 품은 듯 서걱이는 마른바람 같은 그의 짧은 문장들이 좋습니다. 각각의 문장은

 

짧지만 이야기는 길고 깊어서 좋아합니다. 특별히 소설들이 그런 느낌이 많이 드는데요

 

이 책은 그 마른 바람에 습기가 묻어 있습니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글에서도, 세월호에 대한

 

글에서도, 소방관의 죽음에 대한 글에서도 습기가 머금어져 있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우리나이로

 

칠십이 되는 노 작가가 항상 건강하게 김훈 다운 글을 계속 써내려 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발표한 글들을 그냥 또는 조금 손보고

 

새책으로 묶어서 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각각의 작품은 당시의 치열한 고민과 몇날 밤의

 

불면 속에서 썼을 것입니다. 이미 낳아놓은 아이를 성형하거나 다른 옷을 입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국 고대의 전국시대에 수많은 나라들이 멸망했다. 그 나라들은 대부분 반성하는 기능의 마비, 무책임, 무방비 때문에 망했고 여러 나라들이 줄줄이 방해가는 꼴을 보면서 그 뒤를 따라서 똑같이 되풀이하다가 망했다. 고통의 맨살, 죄업의 뿌리와 직면하기를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뉘우침의 진정성과 눈물의 힘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P176)

모든 연장은 손의 연장(延長)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삶을 살아내는 자들은 삶을 설명하거나 추상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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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의 방정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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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희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제 학창시절에는 참 때리는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중3때 담임 선생님은 모의고사 점수가 나온 날이면 반 전체를 집합시켜서

 

지난번 대비 차이나는 점수만큼 (심지어 점수가 올랐어도!!!) 엉덩이를 때렸고, 고3때

 

영어 선생님은 안중근 의사의 말씀을 패러디(이런걸 패러디라고 해야 할 지 ㅠㅠ)해서

 

하루라도 때리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습니다.

 

어느 서점에서나 파는 문제집을 특정 서점에서 사라는 국어 선생님 말씀에 각 반 반장들이

 

조용히 의견을 모아 다른 서점에서 샀다가 후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그냥 뒤에서 우리끼리 불만을 토로하고 끝났던 일이

 

이제는 공공연히 세상에 알려지고 법적, 윤리적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고,

 

대체로 일방적 피해자였던 학생들이 물리적, 정신적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일 겁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제 생각엔 선생님과 학생이 두가지를 다 생각하면 어떨까 합니다

 

첫번째는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특성상 전통적인 관념인 스승과 제자라는 관점 입니다.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고, 스승은 제자를 사랑으로 지도하는 아주 이상적인 관계

 

두번째는 지식 제공자와 이를 제공받는 소비자의 관점 입니다. 너무 삭막해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인성교육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고려해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쨋든 서로 선생님이 문제다 학생이 문제다라고 하는 것 보다 두가지를 다 고려한 시스템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히노 선생님이나 미요시 준야 같은 학생이 더는 나오지 않는

 

학교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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