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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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소소한 풍경'의 소소가 小小(작고 대수롭지 아니하다)인 것으로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책에 나오는 소소(昭昭)시의 소소는 의외로 '사리가 밝고 또렷하다' 라는 뜻 이었습니다.

책에 각 인물들은 밝고 또렷하지 않습니다. 일부러 감추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 대해 굳이 깊이

알려고 하지 않고, 오는 사람이니 받아주고, 떠나는 사람이니 떠나게 합니다.

그들은 모두 결핍된 처지 입니다. 특별히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가족의 결핍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결핍의 과정에 노동조합, 광주 민주화 운동, 탈북 등 우리의 현대사가 들어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서로 사랑을 합니다. 혼자서, 둘이서, 셋이서...

그리고 물론 얘기는 다르지만 오르한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의 첫 문장인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가 생각나는 죽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별이 있습니다. 'ㄴ'이 떠났고,

'ㄷ'도 떠났고, 결국 'ㄱ'도 떠납니다. 그리고 이 글의 화자는 'ㄱ'이라고 우기며 글을 시작한

작가는 귀가 가렵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더 이상 가렵지 않다고 하며 글을 맺습니다.

책은 우울했습니다. 만나면서 이별을 알고 있는 것 처럼...

어떤 부부인들 그 사이에 왜 `밀짚모자`가 없겠는가. (P238)

"꽃구경하다 왔다지 않니. 꽃구경. 꽃구경하는 데...... 사흘이 뭐 길다고." (P267)

예측 슬품이란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겪는 상실의 정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관계가 원활한데도 미리부터 애도를 시작하는 것이다.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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