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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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의 글을 좋아합니다. 단행본으로 나온 책들은 거의 다 읽은 듯 합니다.

 

특유의 모래를 품은 듯 서걱이는 마른바람 같은 그의 짧은 문장들이 좋습니다. 각각의 문장은

 

짧지만 이야기는 길고 깊어서 좋아합니다. 특별히 소설들이 그런 느낌이 많이 드는데요

 

이 책은 그 마른 바람에 습기가 묻어 있습니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글에서도, 세월호에 대한

 

글에서도, 소방관의 죽음에 대한 글에서도 습기가 머금어져 있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우리나이로

 

칠십이 되는 노 작가가 항상 건강하게 김훈 다운 글을 계속 써내려 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발표한 글들을 그냥 또는 조금 손보고

 

새책으로 묶어서 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각각의 작품은 당시의 치열한 고민과 몇날 밤의

 

불면 속에서 썼을 것입니다. 이미 낳아놓은 아이를 성형하거나 다른 옷을 입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국 고대의 전국시대에 수많은 나라들이 멸망했다. 그 나라들은 대부분 반성하는 기능의 마비, 무책임, 무방비 때문에 망했고 여러 나라들이 줄줄이 방해가는 꼴을 보면서 그 뒤를 따라서 똑같이 되풀이하다가 망했다. 고통의 맨살, 죄업의 뿌리와 직면하기를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뉘우침의 진정성과 눈물의 힘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P176)

모든 연장은 손의 연장(延長)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삶을 살아내는 자들은 삶을 설명하거나 추상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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