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는 어머니, 아버지라는 말은 아주 천박하고 상스러운 말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유리병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이죠. 그리고 정해진 법에 따라 대부분은 쌍둥이로 태어나며 계급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낮은 계급(주로 육체적인 노동,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경우)에는 태아였을 때부터 알콜을 주입한다거나 무언가 몸에 이상 증세를 추가합니다. 



또한 태아, 유아였을 때부터 수면 교육을 통해서 자신이 계급에 만족해야 하고, 물건은 고치는 것보다 사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반복해서 세뇌당합니다.

그곳에서는 우울하거나 좋지 않은 감정이 느껴질 때 소마를 복용하는데, 이 소마의 복용 역시 꼭 필요한 것이라는 훈련을 받습니다.


얼마나 멋진 신세계입니까.


만인은 만인에 의해서 존재하며, 모든 인간은 행복합니다.


불행하다고요? 아니면 우울하다고요?

걱정마세요. 소마 반 그램, 혹은 소마 몇 알이면 당신은 우주를 여행할 수도 있거든요.



우리는 옛 문학이나 종교, 고전 작품은 금지합니다.
지금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사상은 사회를 위험하게 만들 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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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어머니, 아버지가 존재합니다. 어머니, 아버지라는 표현은 크게 영광스럽지는 않지만 굉장한 부담입니다.

왜냐하면 사회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어머니, 아버지가 되고 나서는 도와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을 벗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그 해결방법에는 별로 생각을 하지 않거든요.


계급이 정해져 있는 신분제 사회는 아닙니다. 다만 부모 세대로부터의 경제적 소득이 자식 세대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합니다. 심지어 어떤 나라에서는 어떤 계층이냐에 따라 발음조차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재벌이 갑질하는 것을 참아주지만, 내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있는 것을 참아주지 못합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환상을 교육받았기 때문입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를 바라면서(사실 그 용은 나, 혹은 내 자식이어야만 함), 또 그 용은 내가 살고 있는 개천을 돌아봐주길 바랍니다.


하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곳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불행해질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행복, 불행이 나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은 세뇌인 것일까요?




-우리는 여건을 안락하게 만들기를 좋아하네.

-하지만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그러니까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군 그래.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이 나이를 먹어 추해지는 권리,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떨어지는 권리, 이가 들끓을 권리,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끊임없이 불안에 떨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요구하겠지?

-저는 그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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