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 단편전집 2
손창섭 지음, 김종년 엮음 / 가람기획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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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짧은 근대 문학사에서 손창섭만한 인상적인 족적을 보여준 작가도 드물며, 그의 단편만큼 인간의 본질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도 희소하다. 단돈 육천 원만 지불하면, 고전에 버금가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침입자, 포말의 의지, 가부녀, 공포, 신의 희작, 이 다섯 편만 읽어도 가히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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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8-21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값 주고 산 기억이 생각나 눙물이 앞을 가린다. 그럼에도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부피도 두툼한데 가격이 단돈 육천 원이면, 솔직히 개값 아닌가.
 
문학의 아토포스
진은영 지음 / 그린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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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인 품에 비해 소득은 떨어진다. 진정성을 모르는 건 아니나 랑시에르를 앞세워 논의를 펼치면서 정작 감성적 체험과 정치적 의미가 어떻게 서로 결합되는지 뾰족한 설명이 없다. 결국 하고자하는 말이 '이질적 접합의 가능성을 자신의 삶속에 마련'하란 건데, 이 얘기하려고 이토록 어렵게 글을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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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8-09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이런 류의 글을 읽을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건 ㅡ저자의 둔중한 고민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ㅡ 랑시에르와 같은 서구 철학자들을 잔뜩 끌어오면서 정작하고자 하는 말은 지나치게 나이브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온갖 섹시한(?) 지식으로 누벼진 글보다는 거칠기 그지없었으나 '시는 온몸으로 쓰는 것'이라는 소신을 평생 유지했던 김수영의 산문이 내가 보기에는 한결 미덥고 정직해 보인다.
뜬금없는 생각인데, 나는 배에 기름기가 낀 사람은 좋아하지만ㅡ가진 것들은 다 삐쩍 말랐거나 식스팩을 가지고 있으니 없는 것들이 살찌는 세상이다ㅡ 뇌에 비계가 낀 사람은 못 봐주겠다.

창고지기 2015-01-25 14:08   좋아요 0 | URL
랑시에르 논의가 진은영 논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진의영의 논의를 가로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은영은 그가 전폭적으로 기대고 있는 랑시에르 예술론의 바깥으로 나가야 합니다.

수다맨 2015-01-25 15:00   좋아요 0 | URL
그보다도 저는 진은영 시인이 글을 좀 쉽게 썼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이 가진 미덕과 공적이 있다는 점을 그리 부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요컨대 감성 체험의 혁신ㅡ진은영 시인은 이것을 일러 감각의 재분할이라고 말하는 듯한데ㅡ이 정치적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앞으로의 문학이 추구해야할 미학이라 진은영 시인은 노정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얘기 하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현학과 수사가 동원되고 있다는 느낌을 감추기 힘듭니다.
차라리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와 같은 에세이를 읽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웰은 적어도 진 시인처럼 비비 꼬인 글을 쓰지는 않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늘 이런 식이죠. 유명한 사람 이름 빌려 존나 대입하고는 하죠. 그런데 결론은 다 뻔한 거...
왜이러나 모르겠습니다. 아예 랑시에르 입문서를 쓰던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자시늬 시론을 쓰던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수다맨 2014-08-09 16:12   좋아요 0 | URL
'감각적인 것의 분배'라는 평론을 다 읽고 나니, 솔직히 맥 빠지더라구요. 분명 이 저자의 작의가 뭔지는 어느 정도 알겠습니다. 시에 미학적 가치를 담아내면서도 (과거 참여문학/민중문학이 그러했던 것처럼) 정치적 의미와 위의를 획득하기 위한 길은 무엇인가, 아주 범박하게 말하면 이게 이 글을 쓴 속뜻일 겁니다. 그런데 랑시에르의 논의를 어지러이 전개하면서 결론으로 내놓는 말이 '이질적 접합의 가능성을 정치에 마련'하라거나, '(종이 위의 급진성에서 벗어나) 문학 텍스트와 다른 사회적 텍스트의 끊임없는 접합'을 시도하란 것은, 너무 나이브한 감이 있지요.
물론, 자폐적 시들이 하도 많다 보니 이같은 평론에 의의나 의미가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야박하게 말한 것도 있구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굳이 랑시에르를 끌고 와서 저런 (판에 박힌) 말을 한다는 게, 아무래도 과도한 현학적 치장으로 느껴진다는 겁니다.
 
극해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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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다소 허무하긴 하나 근년에 읽었던 책중에서 서사적 재미가 이만한게 없다. 임성순의 문장엔 근육이 꿈틀대는 모습과 비릿한 땀냄새, 야성의 울림이 포개져 있다. 최근에 보기 드문 남성적 문장으로 쓰인 소설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왜 서로에게 적이 되고, 지옥이 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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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2014-08-09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무척이나 강렬한데요, 서사적 재미라니 정유정 작가이후로 새로운 출현인가요. 궁금해집니다. 그러고보면 은행나무 역량있어요. 좋은 작가를 꾸준히 발굴했으면 좋겠어요.

수다맨 2014-08-09 12:48   좋아요 0 | URL
정유정은 제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고래"의 진지한 버전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임성순을 한마디로 평하자면 '굉장히 진지한 천명관' 같다고 해얄까요.
이 소설은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잡고, 해상에서 벌어지는 한국인/일본인들의 갈등과 반목을 실감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주제의식의 밀도가 그리 높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책장 넘어가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합니다. 저자가 이 방면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듯하니 일독해 보셔도 나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자기만의 방 - 고시원으로 보는 청년 세대와 주거의 사회학 이매진 컨텍스트 29
정민우 지음 / 이매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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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청년 홈리스들의 신산한 마음 풍경을 밀도 깊게 드러내고 있다. 집 없이 고시원을 전전하는 젊은이들의 내면에는, 난민 정서와 고아 의식이 깔려 있다. 저자는 집을 가져야만 시민 취급하는 이 사회의 규범 질서를 꼬집으며, 불안정한 삶의 장소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자리라는 언명을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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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8-07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낙구, 박해천, 정민우, 이 세 저자의 이름은 필히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한국의 부동산과 집, 방에 대한 연구를 이들만큼 심도 깊게 보여준 이들도 드물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 하면 저는 김애란이 떠오릅니다. 그녀가 20대때쓴 단편집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방에 대한 애착을 드러냅니다. 이 책 재미있을 것 같군요. 함 살펴보야야겠습니다. 소설이 아니라 사회학서군요 ?

수다맨 2014-08-07 18:14   좋아요 0 | URL
네, 사회학서이기는 한데 맨 앞에 1장을 빼면 비교적 평이하게 서술하는 편입니다. 물론 저자가 아직 젊어서 자기 감상이 있고, 문장을 일부러 길게 늘여쓰는 습관은 약간 거슬리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집 없는 청년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진지한 보고서로서 손색이 없는 책이라고 봅니다. 일독할 가치가 있습니다.

봄밤 2014-08-09 03:3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요새 젊은이들의 방에대한 천착, 김애란 만한 작가 없었죠. 편의점도 김애란이 떠오릅니다. 최근 출간되었던 <편의점 사회학>의 뼈대, 구조, 문제의식 출현까지, 김애란을 인용한것을 떠올려요.

수다맨 2014-08-09 12:54   좋아요 0 | URL
김애란은 근데 아직은 단편을 쓸 역량만 출중한 작가로 보이더군요. 저는 그 단편들도 사실 몇 편은 그리 좋게 읽지는 않았습니다. 뭐랄까, 김애란은 아직 소녀 같습니다. 그 소녀성이 그녀의 문학에 양분이 되기도 할 테지만 때로는 미성숙의 흔적처럼 보이기도 하더군요. 저는 아직은 좀 더 지켜보아야할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고백의 제왕
이장욱 지음 / 창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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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은 윤대녕보다도 더 늦게온 한국의 하루키 같다. 몽환적인 색채를 자아내는 문장이나 남녀 간의 치정을 아련하게 다루는 모습이, 내게는 감상적 궁상으로 읽혀진다. 청년에서 더 이상 성숙하지 못한 장년이 쓰는 글이란, 애틋한 감성이 녹아 있을지는 몰라도 그만큼 허영과 감상이 버무려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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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8-0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한 얘기지만 김연수와 이장욱은 정신적 성장이 스무 살(높이 잡아야 스물네다섯)에서 딱 멈춘 것 같다. 마흔살 후반대인 분들이 스무살 감성으로 살다 보면 -어느 정도 좋은 면도 있겠지만- 감상적 궁상에 빠진다. 다소 극언하면, 지식의 많고 깊음도 이 궁상을 극복하지 못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3 09:16   좋아요 0 | URL
수다맨 님은 알라딘계의 박평식입니다. 지금보다 더 야박한 별점 체크를 하면 박평식을 능가할 거입니다.


제가 봐도 이장욱은 사실 읽은 게 별로 없어서 모르겠고, 김연수는 순두부 감성으로 여심을 자극하는 거 같습니다. 참... 촌철살인 같은 수다맨 님의 100자평을 모아 따로 페이퍼 하나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재미있는 구절이 많습니다.

수다맨 2014-08-03 16:59   좋아요 0 | URL
ㅎㅎ 벌써 만드셨군요. 곰곰발님 같은 인기 블로거님께서 제 보잘것없는 글을 모아주시니 참 머쓱하네요 ㅎㅎ
김연수, 이장욱 같은 분들 소설을 읽고 나면 마루야마 겐지 상의 주옥같은(!) 문장이 떠오르더군요. "소설가의 각오" 215쪽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어린애도 아니면서 여자한테 그렇게까지 빠질 수 있다니, 정상이 아니다. 그런 남자들은 야릇한 미학을 주장하면서 여자를 거울로 취급한다. 그런 남자들은 '사랑' 운운하면서 여자 본래의 모습을 보려 하지 않는다. 결국 여자를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4 12:07   좋아요 0 | URL
이 알라딘 세계가 이미 말랑말랑한 순두부가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겐지 옹..ㅋㅋㅋㅋ 소설가의 각오에 그런 문장이 나오는군요.
읽긴 읽었으나 기억은 안 나네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청춘 사랑은 그렇다고 쳐도 어느 정도 나이 들면 그런 건 좀 집착이 아닐가 싶습니다.

수다맨 2014-08-04 23:13   좋아요 0 | URL
문제는 이런 작가들이ㅡ단순히 치정에 관한 사안뿐만 아니라ㅡ세상을 이십대 감성으로만 이해하고 파악하려고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학식의 깊음이나 소설적 기교는 잘 보여도, 성숙한 인간의 시선이라 할 만한 게 잘 보이지 않죠. 저는 이들의 소설이 손쉽게 사회를, 타인을 낭만화하거나 추상화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