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울음
김신용
아직은 어둠의 자궁 속에 누워 있겠다 그러나
미라는 되지 않겠다 꿈틀거리겠다
그 꿈틀거림의 삽질로 허물 벗겠다
한꺼풀씩 에벌레의 의식 껍질 벗기겠다
저 푸른 하늘 날아오를 나래를 위해
우리의 넋, 그렇게 힘줄 푸른 근육 입히겠다
단 7일간의 생이 앞에 놓여 있다 해도
7년간의 긴 세월, 흙속에 파묻혀 있겠다
온갖 화사한 무늬 박힌 햇살의 손짓 따라
무작정 이 어둠의 집을 버리면
아직 연약한 살결의 의지는 타버리고 만다
그래, 끊임없는 허물벗기의 삽질과
땀과의 교직만이
우리 뜨거운 여름을 건져올릴 그물을 지을 수 있다
지금 세상은 윤유월 땡볕이 끓고 있다
하늘 빗방울 소식 한 점 없이
가뭄에 가슴의 땅이 쩍쩍 갈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 폭력만이 그물에 구멍을 뚫는 것은 아니다
고문 기술자는 독버섯처럼 우리 가슴에도 숨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어둠의 자궁 속에 누워 있을 때
그 밤의 얼굴, 폐부에 문신으로 새기며
나래를 만들 때
이 땅의 메마른 입술 적시는 빗방울, 그 분신으로
단 한 번 내 노래 타오를 수 있다면
그 나래, 황홀히 가을볕에 말라 바스러질 때까지
(112~113쪽)
아주 오랜만에 시집을 샀다. 누군가의 신작 시집은 아니고 이 역시 한때는 절판의 운명을 맞이했기에, 최근에 다시 나온 중간본重刊本이다.
이오덕과 권정생이 쓴 편지들을 엮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와 더불어, 다시금 출간되어서 다행스럽고 반가운 책이다. 이런 시들을 대한민국에서 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신용이 유일하다.